- 전문화·모바일화가 탈출구

#1. 온라인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 박모 대표는 요즘 경기 침체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에도오픈마켓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우리회사뿐 아니라 다른 곳도 전반적으로 판매가 둔화됐고, 오히려 종합온라인 쇼핑몰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오픈마켓에 내는 10~15%선의 판매 수수료야 그렇다 치더라도 많게는 몇백만원씩 드는 광고비가 상품을 올린 오픈마켓 업체마다 나가야하니 부담이다. 지속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화면 상단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노출되기 때문에 안할 수도 없다. 박 대표는 최근 중국의 타오바오, 미국 이베이 등 해외의 온라인 쇼핑몰로 판로를 찾고 있다.
#2. 3년차 주부 이보경(32)씨는 최근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있다. 처음에는 습관처럼 오픈마켓 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물건을 찾았는데 요즘은 식품만 취급하는 전문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 “판매자 관리도 엄격하고 제품도 더 믿을 수 있다는 느낌”이라며 “오픈마켓은 상품이 중복되어 뜨고 제품 설명이 허술한 경우가 많아 평소 불편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개형 쇼핑몰의 태생적 한계경기 침체에 아랑곳없이 매년 거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산업, 바로 온라인쇼핑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13조4600억원 규모였던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011년 29조620억 원으로 5년 새 대폭 성장했다.매년 2조~5조씩 꾸준히 거래 총액이 늘어난 덕이다. 온라인쇼핑의 주요 사업주체는 롯데, 신세계, CJ 등의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종합몰, 특정품목 판매에 집중하는 전문몰,G마켓·옥션·11번가 등의 오픈마켓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오픈마켓의 매출 비중이 두드러진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전체 시장 규모를 39조 원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 중 오픈마켓 추정치가 15조1100억 원에 달한다.다수의 판매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올리고 소비자가 이 중에서 선택해 구매하는 중개형 쇼핑몰이 오픈마켓의 특징이다.
최근 10년 사이 오픈마켓 시장이 주요 업체들 위주로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판매자들이 몰려들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마다 선택의 폭이 넓은 오픈마켓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비교해보고 최저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업계는 G마켓이 30% 후반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5년째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10년 전통의 옥션과 후발주자 11번가가 20% 후반대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G마켓과 옥션은 2011년 7월 합병해 이베이코리아라는 한 회사 지붕 아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픈마켓 시장의 70% 가량을 독점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도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하며 가세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오픈마켓 시장에 최근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2007년 6조 764억원에서 2010년 11조7715억 원으로 매년 2조 가까이 늘어난 시장 규모가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는 약 1000억 원 늘어난 것에 그쳤다. 1,2위인 G마켓과 옥션의 점유율도 5년새 10% 이상씩 하락했다. 후발주자인 11번가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공격적인 마케팅과 파격적인 혜택으로 점유율을 끌어 올렸지만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82억원을 내며 3년 만에 겨우 적자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 더이상의 성장 여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반면 온라인 쇼핑 업계의 경쟁은 전에 없이 격화된 상태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종합쇼핑몰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특별할인과 특가상품을 내세우는 등 몇 년간 적극적으로 나서 오픈마켓의 고객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낳았다.
소셜커머스의 등장도 큰 위협이다. 저가 상품 검색이 오픈마켓의 가장 큰 장점인데 최저가 상품을 기간내에 한정수량 판매하는 소셜커머스로 오픈마켓의 기존 고객이 옮겨갔다는 것.
소비자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다. 소비자원에 신고된 4개 주요 오픈마켓의 피해 현황은 2008년 437건에서 2010년 601건으로 늘었다. 직접 판매가 아닌 판매 중개 형태의 사업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한계가 있어 빚어진 현상이다. 오픈마켓 업체가 프리미엄 상품,인기상품 코너를 판매자에게 광고비를 붙여파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부과받기도 했다. 판매자들 간에 최저가 경쟁이 붙어 제품 가격은 싼 것처럼 해놓고 옵션가격으로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 신뢰를 떨어트리는 원인이다.온라인쇼핑 시장 최강자인 오픈마켓이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뜨고있다. 전문쇼핑몰이 급부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웃도어제품 전문 쇼핑몰인‘오케이아웃도어닷컴’이다.700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이 쇼핑몰은 지난 2년새 매출이 140% 늘어나 7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정품만을 판매한다고 보증하면서도 아웃도어브랜드로부터 직접 구매를 해 최저가로 가격을 낮춘 것이 비결이다.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2012년 유통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여가, 취미를 넘어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형성도 할 수 있는 쇼핑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혀 전문쇼핑몰의 인기를 예견했다.
앞으로 전문쇼핑몰을 들고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는 더 많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인큐베이팅회사 ‘패스트트
랙아시아’에 참여하고 있는 스톤브릿지벤처캐피탈의 박지웅 팀장은 “최근 우리가 투자를 결정한 회사도 아이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용품 쇼핑몰”이라며 “유아용품 업체인 ‘다이퍼스닷컴’이 ‘아마존닷컴’에 5억4000 만 달러에 팔렸듯 상품군별로 전문화한 서비스가 각광 받을것”이라고 밝혔다.

한 우물 파는 쇼핑몰이 인기모바일쇼핑 영역의 확대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요소로 기대되고 있다.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라인쇼핑몰이 모바일쇼핑용 앱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온라인 서비스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아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최대한 많은 판매자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데 반대로 모바일에서는 너무 많은 상품이 노출되면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되려 약점으로 작용한다.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 벤처스는 최근 모바일 기반 쇼핑서비스업체인 ‘위시링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로 패션 정보,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모바일 쇼핑은 ‘많은 제품’보다 ‘좋은 제품’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특정 품목에 집중하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 변화하는 트렌드에맞추지 못한다면 기존의 온라인 쇼핑 강자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분야에서 시장 꿈틀

그러나 국내 B2B 거래는 대기업 계열사간의 전자상거래가 대부분이고 시장 자체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이처럼 꽁꽁 닫혀있던 B2B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틈새를 노리고 도전하는 업체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삼성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한 인터파크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건설, 기계업계를 대상으로 한 B2B 오픈마켓을 열었고 앞서 그 해 4월에는 벤처기업협회와 손잡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B2B 오픈마켓 서비스 지원 계약을 맺었다.처음앤씨는 업체간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장터를 제공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간 거래를 제외하면 나머지 중소기업간의 B2B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5조~30조 원 수준. 업계의 선발기업인 처음앤씨는 이중 10조원 규모를 소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상네트웍스 등 기업간 전자상거래 분야의 기업이 있지만 아직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신규 진입하는 전자상거래 회사는 점점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눈을 돌려 세계의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보면 국내시장보다 활발하고 역동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B2B 전자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닷컴은 240여개국 7980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만약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면 훨씬 더 많은 무역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창업자인 잭 마 회장의 이 작은 아이디어에서 알리바바닷컴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중국의 중소 제조업체가 거래처를 찾을 수 있도록 내수 중심 서비스에 집중했는데 이들 회사를 찾는 해외 바이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계 온라인 무역 시장으로 대상이 확장됐다.
알리바바닷컴의 한국 시장 진출 5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찾은 티모시 륭 글로벌서플라이어 부문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잘 연결하는 것, 즉 서로에게 맞는 구매처와 판매처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고 오직 그 점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닷컴은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한 매칭 서비스, 구매업체·판매업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툴 제공, 중소기업을 상대로 수출과 온라인 판매에 관한 교육을 매주 실시하는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무역 거래의 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륭 대표는 설명한다.
매년 회원사가 전세계에서 늘어나고 있는 알리바바닷컴이지만 한국 기업의 이용률은 전체의 1%도 안 된다.전년 대비 25% 늘어나 한국 회원 업체 수가 18만 4000개로 늘어나긴 했지만 세계 10위권의 수출국 치고는 저조한 이용률이다.
륭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 기술을 가진 반면 온라인을 통한 해외수출에는 다소 소극적인 편”이라며 “B2C 전자상거래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지만 B2B 분야는 다른 나라 거래 평균에 못 미친다. 언어장벽과 온라인 무역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해석하자면 국내 B2B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작년 동기에 비해 27.7%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소기업간 시너지를 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활기를 띠어야 할시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단독]치킨값 인상 진정할까…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전면 재개한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피겨 차준환, 홍석천에 서운함 표출..무슨 사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주택시장 위험' 강남 아파트값 연율 30% '껑충'[일문일답]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트럼프 조세폭탄에 韓 연기금 비상…기재부와 대응 회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3상 실패’ HLB테라 하한가 직행…브릿지바이오·에이비온은 上[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