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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이 즐거운 ‘도시樂’ 전성시대

눈과 입이 즐거운 ‘도시樂’ 전성시대



‘뜨고 있는’ 도시락 업계에 불을 지필 ‘뜨거운것’이 왔다. 7월 10일, 일본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호토모토’가 한국에 상륙

했다. 일본 플레너스와 동원수산의 공동투자로 만든 ‘YK푸드서비스’가 서울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낸 것. 호토모토는 일본 내 26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연간 3억 개의 판매기록을 갖고 있어 ‘도시락 왕국’ 일본에서도 최강자로 꼽히는 도시락 브랜드다.

국내 소비자의 반응도 일단 뜨겁다. 호토모토 관계자는 “매일 600개 이상의 도시락이 팔려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연어의 경우, 개점 초기에 확보해놓은 두 달치 물량이 2주일 만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브랜드까지 가세한 가운데 국내 도시락 시장을 둘러싼 업계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1위인 한솥도시락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부서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메뉴 리뉴얼을 비롯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솥도시락은 타 브랜드의 시장진입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일본 유명브랜드까지 국내 도시락 시장에 뛰어든다는 건 그만큼 국내 도시락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업계가 ‘호토모토’의 국내 진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일찍이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 도시락이나 반찬을 사다가 집에서 먹는 ‘나카쇼쿠(中食)’가 발달했다. 일본 식품안전·안심재단에 따르면 1995년 5조엔(약 75조3000억원)이었던 나카쇼쿠 시장 규모는 2005년 6조3000억엔으로 약 26% 늘었다.

일본 야노(矢野)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나카쇼쿠 시장 규모는 8조4879억엔에 이른다. 도시락으로 대표되는 나카쇼쿠 시장이 10조엔(약 150조원)에 육박해 약 20조엔으로 추정되는 일본 외식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10년 전 30조원에서 현재 약 60조원으로 커졌다”면서 “일본의 상황에 빗대어 볼 때 국내 도시락시장 규모도 수 십 조원대로 커질 것으

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도시락시장 규모는 2조원대로 추산되며 지난 10년 동안 20배 넘게 성장했다. 윤형식 YK푸드서비스 대표는 “도시락 시장이 성숙기에 달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국내 도시락시장 규모 2조원 추산“국내 도시락 시장은 편의점과 도시락 프랜차이즈, 중소 외식업체를 모두 합쳐도 연간 2조원 남짓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호토모토만 해도 연간 매출이 1600억엔(약 2조 2400억원)으로 전체 한국시장 규모를 웃돕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 노인 인구, 워킹맘’이 늘어나는 ‘3증(增) 현상’에 힘입어 도시락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토모토도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중·고가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는데 주목해 한국에 진출했고요.”

1~2인 가구 확대와 함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찾으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불황이 오히려 도시락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셈이다. 실제 외환위기 무렵인 1997년, 한솥도시락·엄마손·진주랑 등 20여개 브랜드가 잇따라 론칭하며 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후 도시락 시장은 외식 수요 증가와 외식브랜드 성장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2~3년 간 이어진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틈타연 15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다.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 문준호(33)씨는 “점심 한끼에 1만원 가량 쓰는 게 아까워서 최근에는 3000~4000원대의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주로 먹고 있다”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 가벼운 운동이나 자유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달라진 점심 문화에 도시락이 한 몫을 하는 것이다.현재 국내 도시락시장의 절반 가량울 차지하는 건 편의점 도시락(약 7000억원)이

다. 편의점 업계는 전국 2만여 개(CU 7200개·GS25 6600개·세븐일레븐 6300개) 체인망을 토대로 자체 PB용 도시락과 가정간편식 제품을 팔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2배 가까이 관련 상품매출이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신장률은 2009년 189.1%, 2010년 113.5%, 2011년 123.1%이었다. 올해 1분기엔 76.8%의 신장률을 보였다.

GS25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5%에 달해 도시락이 효자 노릇을 했다. CU(전 보광훼미리마트) 전략기획실 담당자는 “2008년 이전까지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면서 “몇몇 편의점 업체들이 도시락 판매를 시도했지만 호응이 미미했다”고 회상했다.





온라인 도시락 개인사업자도 늘어하지만 일본처럼 간단한 요기 거리를 사서 혼자 식사를 즐기는 젊은 층, 1인 가구 등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제육볶음에 김치나 진미채 등을 곁들인 2000원짜리 도시락을 선보였다. 그는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 덕에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어졌고, CU의 2009년 도시락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0배 이상 뛰었다”면서 “도시락 문화가 자리잡는 데 편의점이 일조한 셈”이라고 말했다.

도시락 전문업체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전국 6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한솥도시락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00호점을 돌파한 이후 2008년부터는 매년 10% 이상 가맹점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9년 도시락 시장에 뛰어든 본도시락의 경우도 45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도 도시락 열풍에 가세했다. 베니건스는 2008년 처음 도시락 메뉴를 선보인 이후 올해도 6종의 신메뉴를 선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2%(6월 기준) 매출 증가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2009년 도시락 메뉴를 내놓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도시락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베니건스 관계자는 “셰프가 만든 레스토랑 메뉴를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전문 케이터링 서비스와 배달 서비스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 도시락 사업을 하는 개인 사업자도 늘었다. 이들은 고급화나 건강식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해 문을 연 ‘고슬고슬 도시락’은 ‘슬로우푸드 수제도시락’를 지향한다. 제철 나물로 구성된 사찰도시락 등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은 건강식 메뉴로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달 주문 건만 50~60건에 달한다.

가격대는 1만6000~3만5000원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건강 도시락’이라는 틈새시장을 찾아 순항하고 있다. 정성훈(30) 사장은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건강식으로 만든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학교나 기업·병원 등에서 단체 주문 건이 많은데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장소에서 먹는 도시락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도시락, 아트 도식락도일명 ‘연예인 도시락’으로 유명해진 ‘수지킴도시락’은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2년 전, 지인에게 선물한 도시락이 인터넷상에서 유명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도시락 사업에 뛰어든 김수지(46) 사장은 하루에 10여 건의주문을 소화한다. 1건당 주문량은 최대 250개에 달한다.

팬클럽의 연예인 ‘조공 도시락(연예인의 눈에 띄기 위해 팬이 바치는 도시락)’, 부모님 생신선물 등으로 인기가 있는 선물용 도시락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을 호가한다.

손수 만든 도시락 통에 받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건 기본이고, 메뉴와 장식도 그 사람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도시락을 만든다. 김수지 사장은 “단순한 도시락이 아닌 정성과 문화를 판다는 생각으로 주문을 받는다”면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감동을 주는도시락으로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시락 통을 꾸미는 ‘도시락 아트’ 교육도 겸하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를 포함한 전국 16개 작업장에서 만들어 지는 ‘수지킴 도시락’은 올해 9월, 본격적인 도시락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이유에서 도시락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선물용이나 건강을 위한 도시락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면서 “도시락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세분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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