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울수록 ‘수읽기’ 능력 키워라

생각하는 예술,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바둑에서 경영의 원리나 지혜를 뽑아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둑은 집차지 또는 영토싸움을
주제로 하는 전쟁의 게임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인 경영과는 별 관련성이 없을 듯하지만 그렇진 않다. 태국의 기업인 코삭 회장은 바둑에서 배운 상생(相生)의 원리를 경영에 적용해 라이벌 회사를 쓰러뜨리지 않고도 성공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LG경제연구원에서는 바둑의 십계명인 ‘위기십결(圍棋十訣)’에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원리를 도출해 발표한 적이 있다. 국내의 상당수 CEO들은 바둑에서 경영의 노하우를 배운다고 한다. 부분보다 전체를 보는 태도, 의사결정의 방법, 수행을 하고 나서 복기하는 습관 등이다. 바둑과 경영의 유사점과 경영의 지혜를 살펴보기로 한다.
◇바둑과 경영은 운영(運營)= 기업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운영을 통하여 생산과 판매 활동을 한다.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능률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비슷하게 바둑에서도 조직의 구성원과 같은 바둑돌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능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의 경기자, 즉 대국자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기업의 CEO나 군대의 사령관과 같다.
부하나 병사에 해당하는 바둑돌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국면을 운영하는 것을 ‘운석(運石)’이라고 하는데, 이걸 잘 하고 못 하느냐에 따라 바둑판의 유·불리가 갈린다. 운영의 묘를 발휘하기 위하여 바둑의 고수들은 각각의 바둑돌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바둑판 전체를 바라보며 세력의 판도나 사태의 경중을 살펴 가장 중요한 곳부터 처리해 간다.
◇미래예측이 중요= 기업의 CEO에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의사결정일 것이다. 업무결재나 인사 등과 같은 문제에서부터 기업의 확장이나 구조조정, 사업의 진퇴 등 수많은 문제에서 경영자는 고뇌에 찬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이 잘못 되면 잘 나가던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정치에서도 CEO의 결정이 국가나 당의 존립과 성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냐 타협이냐의 갈림길에서 대통령의 결단이 국가경제와 국제정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우리는 주변에서 잘 보고 있다.
바둑에서도 이러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흑과 백이 한 수씩 교대로 둘 때마다 어느 곳에 둘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어떤 수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예측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그것을 ‘수읽기’라고 하는데, 경영에서도 미래에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수읽기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예측에는 관련된 지식이 필요하고 지식이 많은 전문가가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데, 모든 문제를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주식 전문가라고 해도 때로는 장고하며 수읽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수읽기는 기본적으로 “~한다면(if), ~할 것이다(then)”의 방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을 것이다. 지갑을 닫으면 판매고가 줄어들 것이다”와 같이 한다. 이런 미래예측, 즉 수읽기에서 장밋빛만 본다거나 불합리한 상상을 하는 독선적 수읽기는 금물이다.
◇사활을 건 싸움= 경영과 바둑을 둘 다 영토경쟁이다. 경영은 마켓을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이며, 바둑은 집을 많이 차지하려는 경쟁이다.이 싸움을 보면 두 가지 주요한 측면이 있다. 하나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싸움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의 생존이나 대마의 사활을 건 싸움이다. 매스컴에서는 종종 대기업의 존립과 관련하여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졌다’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후자의 싸움을 가리킨다. 경제적 측면과 전투적 측면이 믹스되어 있다는 것이 바둑과 경영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에서는 이 두 가지 싸움이 재미있는 대조를 보인다. 오랫동안세계 바둑계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돌부처 이창호 9단은 경제적인 면
의 고수였다. 계산이 치밀하고 형세를 정확하게 본다는 뜻에서 신‘ 산’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그러나 화려한 전투바둑으로 세계 최강이 된 이세돌 9단은 이창호와는 달리 돌의 생사에 관한 뛰어난 전투력으로 유명하다.
별명도 이름에다 강미를 불어넣은 ‘쎈돌’이다. 경영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사고가 바탕이 되나, 때로는 경쟁업체를 능가하여 기업을 생존시키는 전투적 사고도 요청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 회사의 제품이나 전략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며, 더 나은 상품을 만들려고 끊임없는 노력한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쟁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전략과 전술이란 말이 흔하게 사용된다. 실리전략, 침입전술, 기대기전술, 성동격서전법 등과 같은 전술전략이 많이 사용된다. 때로는 자기 편 돌을희생하여 보다 큰 이익을 도모하는 사석전법도 쓰인다. 이와 비슷하게 경쟁과 투쟁을 하는 것은 모두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쟁이나 게임, 경영 모두 적과 경쟁을 한다는 면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 그래서 경영에서도 전략과 전술이란 표현을 쓴다. 경쟁하는 기업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전술이 필요할 것이다.
바둑에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사용된다. 적이 강할 때는 화평책을 취하라,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살펴라, 달아날 때는 가볍게 움직여라, 희망이 없는 돌은 미련을 갖지 말고 버려라 등과같은 전술전략에 관한 격언도 많다. 바둑에는 100여 개의 격언이 있는데, 이들 격언 중에는 부분과 전체를 조화시켜라, 대마를 무겁게 만들지 말고 탄력있게 하라, 돌의 체면을 배려하라 등과 같이 경영에
도 교훈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
◇고수들의 세계= 바둑 고수들의 세계인 바둑계의 관행도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로기사들은 최고봉에 이르렀다 해도 자만하지 않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며, 핵심적인 강점을 기초부터 다시 공부한다. 실제로 경기를 한 후 대국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실수나 패착 등을 분석하는 복기를 한다. 바둑황제 조훈현9단은 도전자들의 전력을 탐색하는 방법으로 20년간 롱런했다.
우리 기사들은 17세기경부터 전문적인 연구를 하여 바둑계의 태양으로 군림했던 일본바둑을 제압하고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다. ‘한국류정석’이라고 하는 실전적 패러다임의 바둑을 창안해 낸 것이 도약의 중요한 비결인데, 글로벌 경쟁에서 패러다임이 경쟁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 한류문화를 반영하는 상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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