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기업들 게임식 경영 실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일본 기업의 경영방식이 바뀌고 있다. ‘인정받고 싶다’ 혹은 ‘지고 싶지 않다’와 같이 누구나 갖고 있는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게임화’, 즉 ‘놀이가 되는 것’이란 뜻이다. 웹 페이지에 미니게임 등을 끼어 넣어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단순한 게이미피케이션의 형태다.
그런데 최근에는 직원들의 업무의욕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되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간 특유의 동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SNS에 내재된 게임요소 활용미국의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6월 26일 “2014년까지 글로벌 기업 2000개사 중 70% 이상이 게임화된 어플리케이션을 적어도 한 가지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5년 안에 기업의 IT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플랫폼이 되는 것이 사내 SNS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페이스북 등의 SNS와 달리 특정 기업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보안성 높은 SNS로 6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를 발표해 화제가 된 야머(yammer)나 세일즈포스의 ‘채터(chatter)’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서비스나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하는 버튼이 있어 이를 많이 모으는 것이 이용 동기가 된다.
세일즈포스의 레자 모히센 씨는 “회사 내 업무란 동료와 퀘스트(모험)를 헤쳐나가는 롤 플레잉 게임과 같다”며 “업무정보를 주고받는 SNS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구체적인 실례를 살펴보자. 전자서적, 태양열, 야채 직매 등 잇따라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라쿠텐의 SNS 도입은 소리 없이 시작됐다.
기업 내 SNS ‘야머’를 도입한 것은 2009년 1월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 8월경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체 사원에게 계정을 부여한 것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다. 사원 간의 정보공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야머가 그 플랫폼으로 선택됐다.처음에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SNS를 잘 이해하는 사원들이 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글 투고, 사진 첨부, 달력상의 이벤트 통지 등 야머는 페이스북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쿠텐만의 독특한 야머 활용법은 모든 글쓰기와 자료 등이 영어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라쿠텐은 해외전략 강화를 위해 2010년 2월 영어공용어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행기간을 거쳐 올해 7월부터 전면공용화에 나섰는데 각 직책에서 필요한 영어능력을 익히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만큼 엄격하다.
해외 자회사에서도 야머를 이용한다. 2011년 4월 자회사 사원에게도 계정을 부여하며 전 그룹이 야머 유저가 됐다. 이와 동시에 야머 상에 혼재해 있던 일본어와 영어를 정리해 영어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자신의 영어실력을 동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모두에게 평가 받고 싶어하는 심리를 잘 이용한 정책이다. 적극적인 반응에 효과가 좋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문제점도 나왔다.
영어를 잘하는 사원은 야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원은 아예 사용하지 않아 정보공유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졌다.현재 이용자는 약 2000명으로 전체 발급 계정수의 4분 1에 지나지 않는다. 라쿠텐은 2011년 7월 ‘야머위원회’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A사는 우리 자회사인가요? 창구가 어딘지 알려주세요.”
“A사는 우리 자회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노하우 제공 협력을 맺고
있습니다. 지금 창구가 어딘지 찾아보겠습니다.”
“A사의 창구는 확인이 어렵습니다만 당사의 프랑스 자회사 책임
자라면 소개 가능합니다.”
위의 대화는 6월 중순 NTT데이터의 독자 SNS인 ‘넥스티(Nexti)’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일반 사원이고 응답자는 당시 사장이었던 야마시타 토오루다. 그 다음에 응답한 사람은 에노모토 타카시 부사장이다. 매출 1조2000억 엔에 5만8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기업임에도 SNS에서 사장과 사원이 직접 대화하고 있다.
넥스티는 한 사원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제2금융사업본부 다케쿠라 켄야 부장은 “2005년 당시 해외기업의 M&A가 늘고 있어 그룹의 비전을 새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공모를 할 때 파벌을 배제하고 동료의 지혜와 힘을 합치자는 아이디어가 있어 넥스티가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NTT데이터의 직원은 본사만 해도 1만 명에 달하는데 어쩌다 보면 같은 부서 사원 20명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좀더 횡적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애초 다케쿠라 부장은 기존에 있던 전화부에 얼굴 사진만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한 직원이 당시 유행이던 믹시를 예로 들며 SNS 형식을 취하자고 조언했다. 2006년 4월 출시된 넥스티는 기업내 SNS인 비트 커뮤니케이션의 시판 소프트를 NTT데이터가 변형한 것이다.
이용촉진을 위해 넥스티에는 독자적인 게이미피케이션구조를 담았다. 프로필의 얼굴사진 밑에 표시되는 ‘땡큐 포인트’ 기능이다. 업무상 도움을 받았을 때에나 부탁한 일을 흔쾌히 승낙해줬을 때 등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포인트로 송신하는 방식인데 받은 쪽의 누계치를 공개함으로써 경쟁의식을 부추긴다.
프로필에는 직책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땡큐 포인트 획득량이 넥스티 안에서는 곧바로 사회적 지위가 된다. 매년 회사 창립기념일에는 사장이 포인트 상위자를 표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용자가 전체 사원의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중개 사이트 ‘트라이필 컬렉션’을 운영하는 싱크스마일은 독자 방식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반영한 벤처기업이다. 2007년 설립한 싱크스마일은 바이바이게임으로 인기를 모아 지난해 70억엔의 매출을 달성했다. 고객 모으기에 고민하는 음식점과 ‘할인’에 매달리는 젊은 여성을 연결시킨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업환경이 얼어붙자 아타라시 하루키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은 무리해서 매출을 늘릴 것이 아니라 회사의 토대를 다질 때다. 사원수도 급증하고 있으니 명확한 경영이념과 새로운 사업기반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사원들간에 배지라고 불리는 특전을 주고받는 ‘시모스(CIMOS)’다. 독특한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유명한 ‘카약’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시모스의 구조는 간단하다. 일반사원은 월 20회, 임원은 월 40회까지 다른 사원에게 배지를 건네줄 수 있다. ‘고객에게 놀라움과 충격'에 해당하는 것이 감사(Thanks)배지,‘먼저 주기, 항상 주기’에 해당하는 것이 스마일(smile)배지다. 같은 종류의 배지가 10개 모이면 메달이 된다.
어떠한 배지를 받았는지 보면 그 사원의 개성도 알 수 있다. 배지획득상황은 홈페이지에 공개돼 거래처나 가족들도 볼 수 있고 페이스북에서 사원 이외 사람이 배지를 줄 수도 있다. 배지는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기에 한번씩 급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메달 하나에 월 1000엔 급여가 오른다. 영업계 기업이므로 급여는 곧 실적과 연관된다. 상급효과가 크다고는 할 수 없으나 ‘배지 획득은 놀이가 아닌 일’이라는 것을 내보이기 위한 묘책이다.
이 시모스는 사내에서 완벽히 이용되도록 기능을 갈고 닦은 후 2013년 5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아타라시 사장은 “중소기업은 물론 종업원수 만명 규모의 기업에서도 문의가 있었다”며 “주문이 많아서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다. 사원의 동기를 끌어내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
IT 기업만 이야기했지만 전통 제조업에서도 기업 내 SNS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기와 메이커인 산슈노야스는 아이치현 다카하마시에 본사를 둔 대규모 기와 회사로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 사원은 약 140명. 언뜻 IT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제조회사지만 전 사원에게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간부에게는 ‘아이패드’를 지원해 사내소셜화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3월 기간업무를 포함한 많은 자사운용 시스템을 세일스포스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바꿨다. “발송 업무를 맡는 외부 거래처와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외주처가 이미 세일스포스를 도입했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도입하면 원활한 연대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노구치 야스히로사장은 이야기한다.
획득한 배지로 각 사원의 개성 파악이와 함께 도입한 것이 세일스포스의 기업 내 SNS인 ‘채터’다. 13만 종류 이상의 기와를 취급하고 있는 산슈노야스는 ‘출하상의 미스를 어떻게 줄일까’가 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채터를 사용한 뒤부터 고객의 불만사항을 공유할 수 있게 돼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노구치 사장은 “쇠못 한 개라도 틀리면 그 정보를 모두 올리도록 하고 있다”며 “원인을 특정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원의 사례보고를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정확한 실패 예측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터 도입 후 출하 미스는 절반으로 줄었다. 사원의 업무방식도 변했다. ‘일보나 주보를 기록하는 것 때문에 주말에 출근을 하는 사원도 있었으나 이동 중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업로드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으로 바로 업로드하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발신하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도 받는다. 여기에도 소박한 게이미피케이션이 숨어 있는 셈이다.
라쿠텐, NTT데이터와는 달리 산슈노야스의 경우 사원들의 채터이용률이 100%다. 행동예정 입력 등 ‘사원이 꼭 해야 할 일’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업무처리와 SNS는 같은 업체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하나의 ID로 로그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점도 이용을 촉진시키고 있다.
노구치 사장 본인은 글을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공장의 수급정보, 클레임 정보는 항상 주시하고 있다. 뭔가 문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담당자에게 전화한다. 투고하는 것보다 전화하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걸 공개해도 사장의 질책만은 직원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업 내 SNS에는 사원의 행동이력이 축적되어가기 때문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의 보고(寶庫)다.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 확보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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