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도 ‘조강지처’가 최고
퍼터도 ‘조강지처’가 최고
#1. ‘최나연이 보비 그레이스 3세대 프로토 타입 퍼터로 2012년 US여자오픈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경매에 나온 이 제품은 길이 39인치의 샤프트 중앙연결형으로 2세대 모델(M7.5K 보비 그레이스)이다. 보비 그레이스가 맥그리거에서 일할 때 만든 제품이다. 수퍼스트로크사의 라이트 팻소 그립을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10가지 코스 조건 중 9가지에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원래의 흰색 헤드커버가 있다. 발송은 UPS로 한다. 60달러.’-e베이 경매 광고 문구
#2. ‘보비 그레이스 NYC 투어 프로토타입 퍼터. 이 제품은 최나연(NYC)의 이니셜을 따 제작한 퍼터다. 그가원래 갖고 있던 어메이징 그레이스 모델과 비슷하다. 이새 모델의 퍼터는 새로운 MRR 인서트와 맞춤형 무게배치 특성을 최대화시켜 주는 7개의 무게 포트를 특징으로 하면서도 원래의 삼각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환상적인 시각 보조선이 프린지에서의 퍼팅은 물론이고 양손의 위치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트라이-플레인 솔과 결합되어 정렬을 쉽게 해준다. 이 아담한 크기의 헤드는 매우 명확하게 파워를 가하면서 볼을 이상적으로 굴려준다. 안심하고 주문해도 된다. 단 15개를 만들었으며 가격은 375달러다.’-보비그레이스퍼터 닷컴의 광고
한 선수의 퍼터 사용이 한 골프용품사의 희망이 됐다. 7월 9일 끝난 제67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25·SK텔레콤)이 그 주인공이다. 최나연은 US여자오픈에서 15년 동안 스윙 코치 케빈 스멜츠(42)의 창고에 처박혀 있던 공짜 퍼터를 사용해 수십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쓴 ‘보비 그레이스(Bobby Grace) 말렛’퍼터는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15년 전 모델이었다.
퍼터는 믿음이 생명최나연은 지난 겨울부터 기존에 쓰던 퍼터에 믿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스윙 코치인 스멜츠가 구닥다리 퍼터를 하나 가져와 쓸 것을 권유했다. 처음 느낌은 마치 무‘ 기(weapon)’ 같았다고 한다.
“이 퍼터는 모델명도 몰라요. 스멜츠가 PGA 투어에서 뛰는 행크 퀴니(37)를 예전에 가르쳤는데 퀴니가 ‘난이제 필요 없으니 코치에게 선물한다’며 주고 갔다고 하더군요. 스멜츠는 그걸 창고에 15년 동안 보관하다가 저에게 건네준 거예요. 안니카 소렌스탐이 이것과 똑같은 퍼터를 사용해서 US여자오픈을 우승했다는 얘기를 듣고 디자인이 못생겼지만 욕심이 났어요.”
그랬다. 최나연은 바로 ‘0원’짜리 퍼터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퍼터는 골프 게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클럽이다. 250야드 드라이브 샷이나 25cm 거리의 퍼팅도 똑같이 1타이기 때문에 그 가치의 소중함을 모르는 골퍼는 없다. 퍼터는 골프백에서 1 대 13의 역할 구도에 있다. 14개의 클럽 가운데 그 비중이 가장 높다는 얘기다. 통상 18홀의 기준 타수는 72타인데 그 절반인 36타는 바로 퍼트수를 감안한 것이다. 홀당 2퍼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팅은 돈이다’라는 골프 금언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이 때문일까. ‘0번’ 또는 ‘1번’ 클럽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이 퍼터는 함부로 바꾸지 않는 클럽인 동시에 쉽게 자주 바꾸는 클럽이기도 하다. 동전의 앞뒤면과 같은 처지일 때가 많다. 최나연은 어느 순간 퍼터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 퍼터를 바꾸는 스타일이다. 2010년 7월의 일이다. 최나연은 당시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라이프 퍼터로 교체했다. 그리고는 바로 제이미파 오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승이자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이후 그의 성적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그해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 에비앙마스터스 준우승,브리티시여자오픈 3위, 세이프웨이 클래식 준우승, 하나은행 LPGA 챔피언십 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그냥, 기분이나 퍼팅 스트로크 흐름이 자주 끊겼을 때 퍼터를 교체한다. 퍼터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 정도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럴 때 과감하게 바꾼다. 그렇게 바꾸고 나면 신선한 기분이 들고 그 자체가 어떤 흐름을 좋게 하는 것 같다.”
최나연이 나름대로 생각하는 자신의 퍼터 교체론이다. 최나연 외에도 투어 프로들의 경우는 이렇게 퍼터를 자주 바꾸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않다. 퍼터를 교체했다가 다시 과거 사용했던 퍼터로돌아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골프여왕’ 박세리와 함께 LPGA 투어에서 맹활약했던 ‘수퍼땅콩’ 김미현의 경우는 퍼터를 자주 바꾸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김미현은 한 대회에서 퍼터를 세 번이나 바꾼 적도 있다.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새로 교체한 퍼터가 10개나 됐을 정도다.타이거 우즈(37·미국)와 최경주(42·SK텔레콤), 필미켈슨(42·미국) 등은 퍼터를 바꿨다가 다시 예전 퍼터로 돌아간 케이스다. ‘조강지처 클럽’ 격인 과거의 퍼터를 못 잊어서다. 우즈는 2010년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을 앞두고 퍼터를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1999년 바이런넬슨챔피언십 이후 11년 만이었다. 종전 스카티 카메론퍼터는 그에게 63승을 안겨준 효자 퍼터였다.
2000년과 2005년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도 우즈는 카메론 퍼터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가 택한 퍼터는 용품 후원사 나이키 메소드 퍼터였다. 하지만 길게 가지 못했다. 우즈는 지난해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앞서 “스카티 카메론 퍼터(메이저 대회 13승을 하는 동안 사용했던 퍼터)를 다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전의 그 손맛을 잊지 못해서다.
최경주가 지금 쓰는 퍼터는 오디세이 모델인데 12년전 미국 진출 때 사용하던 그 퍼터다. 그러나 그립은 자주 바뀌었다. 5년 전 유난히 굵은 그립(수퍼 스트로크)으로 교체해 사용했고 헤드의 인서트 부분을 새로 교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는 그립도 과거에 쓰던 얇은 그립으로 복귀했다. 미켈슨의 경우는 퍼터를 바꿔 2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통산 40승째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한때 벨리퍼터를 사용했던 미켈슨은 올 시즌에는 다시 예전의 짧은 퍼터로 바꿔 재미를 봤다.
올해는 말렛형이 유행일단 퍼팅을 잘 하려면 지금 쓰고 있는 무기(퍼터)가 어떤 타입이며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14개의 클럽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퍼터에 대해 잘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좋은 퍼터를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퍼터는 헤드 모양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T자형과 L자형, 블레이드형(Blade·헤드가 직각 형태로 날렵한 모양), 말렛형(Mallet·헤드뒷 부분이 둥근 모양)이 그것이다.
올해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새로 선보인 퍼터의 헤드 형태를 살펴보면 유독 말렛형이 많다. 반대로 새로운 시도와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업체도 적지 않다. 오리엔트골프와 캘러웨이골프가 대표적이다.오리엔트골프는 헤드에 물고기 지느러미 형태의 날개(물갈퀴)가 부착돼 있는 레디우스(RADIUS) 퍼터를 내놓았다.
캘러웨이골프 오디세이가 선보인 메탈 X(Metal X)는 헤드 페이스에 인서트(삽입)할 때 주로 이용하는 우레탄 등의 특수 소재 대신 금속인 알루미늄을 소재로 사용했다. 레디우스 퍼터는 힐쪽에 있는 날개 같은 지느러미가 방향키 역할을 하도록 고안했다는 게 돋보인다.
메탈 X는 인서트 페이스가 금속이지만 그 터치감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면은 알루미늄이지만 그 안쪽에 우레탄 소재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퍼터는 다른 클럽과 달리 첫 느낌이 중요한 클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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