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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살인자의 심리를 해부한다

다중살인자의 심리를 해부한다



콜로라도주에서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순간부터 한가지 의문이 메아리쳤다. 도대체 왜(Why)? 근년 들어 비슷한 비극이 계속되면서 미국인들의 집단 좌절감이 끓어 올랐다(collective national frustration has boiled over). 오로라, 콜럼바인, 투손, 버지니아 공대… 왜 이런 사건이 이어질까? 왜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을까?

콜로라도주 오로라 영화관의 총기난사 용의자는 사건이 발생하고 80시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영원인 듯 느껴진 그 시간 동안 두 번째 의문이 떠올랐다. 용의자를 직접 본다고 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을까(what was alook at James Holmes going to reveal)?

지난 23일 월요일 아침 용의자 제임스 홈스가 법정에 걸어 들어갔을 때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Something was wrong with this guy). 그는 예비심리 11분 대부분 동안 멍한 표정(dazed expression)을 지었다. 터무니없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어울리게 가끔씩 그는 짐승 같은 광기 어린 눈길(sudden bursts of wild eyes)을 보였다. 그 두 가지 중 과연 어떤 게 더 기괴할까?

시청자와 전문가 다수가 공감한 명백한 설명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he was out of his mind)는 점이었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일종의 정신증 발작(psychotic break)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견해가 설득력 있게 반박했다. 오렌지색 머리, 사나운 눈길, 공격 당시 착용한 희한한 복장 등은 그가 상당히 약았다(a little too cute)는 증거라는 견해다. 냉혹한 살인자가 미친 시늉을 한다는 주장이었다(a cold-blooded killer, playing crazy).

그러나 이 두 가지 결론 중 어느 하나만 받아들인다면 이 남자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다중살인에서는 한가지 통일된 이론, 논리정연한 단일 충동(a single coherent drive)을 찾아선 안 된다. 그런 게 아예 없기 때문이다. 다중살인자들을 전부 한꺼번에 분석하면 설명이 불가능한 모순투성이의 결과가 나온다(a hopeless mass of contradictions).

범죄 정신의학자들은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을 한가지 이론으론 설명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들에 따르면 테러를 제외하면 다중살인의 대부분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psychopaths), 망상적 정신이상자(delusionally insane), 자살 충동을 느끼는 우울증환자(suicidally depressed)라는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 범죄자가 저지른다.

이런 관점에서 각각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근래의 끔찍한 사건들이 좀 더 앞뒤가 잘 맞아 떨어진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의 경우는 망상적 정신이상이었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딜런클레볼드는 극심한 우울증 환자, 그의 공모자 에릭 해리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였다. 가끔씩 두 가지 이상이 복합되기도 하고, 드문 경우 뇌종양이나 약물남용에 의한 예외도 나온다. 최근 폭력범죄 몇 건과 관련된 신종 마약 ‘배스솔츠(bath salts)’ 남용으로 약물 위험이 다시 커졌다.

다중살인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2002년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수사국(the Secret Service)이 26년 동안발생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들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기난사자 전원이 남성이었고, 81%는 사전에 누군가에게 범행 계획을 노골적으로(overtly) 경고했으며, 98%는 범행 직전 스스로 중대한 실패나 상실(significant failure or loss)을 경험했다.

범인 거의 전부가 범행 직전 실패와 상실을 겪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무엇이 그를 폭발하게 했나(what made him snap)?”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은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 비밀수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93%는 공격을 사전에 계획했다.

급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누적된 비참한 추락의 결과라는 이야기다. 오로라 사건의 초기 증거도 이 패턴에 들어맞는다. 제임스 홈스는 몇 달에 걸쳐 총과 탄약을 구입했다. 그보다 훨씬 전에 그의 추락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그 길로 빠져들게 했을까(What set him off down that path)?가장 설명하기 쉬운 부류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그들은 아예 다른 사람과 공감할 능력이 없이 태어나는 듯하다(They seem to be born with no capacity for empathy).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완전히 무시한다. 드문 경우이지만 특히 가학성 반사회적 인격장애자(sadistic psychopath)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을 즐기려고 냉철히 계산하고 행동한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에서 에릭 해리스에게는 살인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인간은 실험실 배양접시 속의 균류처럼 폐기처분할 수 있다. “자연, 화학, 수학일 뿐(Just all nature, chemistry, and math)”이라고 그는 적었다.

해리스는 대다수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처럼 재치 있고 매력적이며 정다운 친구였지만 증오심은 교묘히 감췄다. 사건 1년 전 그의 일기는 “이 빌어먹을 세상을 증오한다(I hate the f--king world)”는 말로 시작한다. 일기의 모든 페이지에서 증오가 넘쳐난다. 하지만 진정으로 표출된 감정은 경멸(contempt)이었다. “내가 혐오하는 게 뭔지 아는가(You now what I hate)?”라고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단어의 발음을 잘못하는 사람들이다. ‘어크로스(across, 가로 질러)’를 ‘어크로스트(acrost)’라고 하든지 ‘스페시픽(specific, 구체적인)’을 ‘퍼시픽(pacific)’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들 말이다. 내가 뭘 혐오하는지 아는가? 방송사 WB 네트워크!!!! 나는 그 빌어먹을 채널을 진짜 혐오한다(I hate that channel with all my heart and soul).” 우리 같은 모든 열등한 인간들을 참고 견디기가 그에겐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해리스는 우리에게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힘이 센지 거대한 무대에서 멋지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 불탔다. “가능한 한 많이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일기에 적었다. “세상을 불태우고 싶다. 인류를 말살하라!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게(no one shouldsurvive).”

‘사악하다(evil)’ ‘나쁜 종자(bad seed)’ 또는‘태생이 악하다(born bad)’라는 말이 바로 그런 사람들을 가리킨다. 가학성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냉담하고 잔인하다. 아마도 그렇게 태어난 듯하다. 그들은 주로 초등학생때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불에 매료되는 경향을 보인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없다. 평소 달변인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 주지사가 오로라 사건 후 잠시 당황해 살인자를 두고 “망상에 사로잡힌 자(delusional)” “사악하고 악마 같은 자(diabolic, demonic)”라고 불렀을 때 그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그런 부류의 인격장애자였다.

이런 살인자들을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 다중살인자의 세 부류 중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경고의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기만을 즐기는 능숙한 배후 조종자다(They are master manipulators who delight in deceit). 사람들은 그들을 친절하

고, 믿음직하고, 사랑스럽다고 본다. 그러나 그건 치밀한 계략이다(it is an elaborate ruse). 해리스는 부모를 속이는 재주로 아카데미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떠벌렸다(Harris bragged that he deserved an Oscar for duping his parents).

해리스의 부모를 만난 가족들은 그 부모가 돌이켜 볼 때 아들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위험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아들이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법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들은 아들에게 자유를 구속하는 엄한 벌을 주었다(하지만 그런 자유의 구속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격노케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부모는 아들이 몰두할 수 있는 취미나 직업을 찾으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그토록 창의적인 방법으로 치밀한 죽음의 의식을 연출할(stage an elaborate death ritual)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로라 사건의 용의자 홈스가 법정에서보인 기이한 행동을 미친 척하려는 의도적인 술책(calculated ploy to appear insane)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생각한다.



의사들은 이를 ‘사회병질(sociopath)’이라고 부른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미친 사람과 달리 과도하게 이성적(hyperrational)이라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안다. 단지 다른 사람의 고통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와 흡사하다(의상과 과장된 언동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But they have one Achilles’ heel). 영광을 즐기며 떠벌리기를 좋아한다(they revel in glory and like to brag).심한 정신증 환자(psychotics)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와 상당히 다르다. 반사회적인격장애자는 재미로 살인하지만 정신증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끝내려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들의 괴로움은 겉으로 드러나기때문에 대부분 모두가 알 수 있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의 공식 보고서를 보면 조승희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 중학교2학년 즈음 살인관념(homicidal ideation)을 가질 때까지 그의 점진적인 추락 과정이 상세히 드러난다. ‘병적인 수줍음과 고립(pathological shyness and isolation)’부터 기숙사에서 여학생 스토킹까지 ‘비정상적인 행동(aberrant behavior)’이 10여 쪽에 걸쳐 나열돼 있다. 조승희는 문학창작 시간에 기괴하고 분노에 찬 희곡을 썼다. 그는 교수와학생들에게 그 작품의 설명을 거부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시선 마주치기를 거부하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조승희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이후 정신증 환자로 널리 간주됐다. 정신증은 정신분열증(schizophrenia)과 편집증(paranoia)을 포함하는 심한 정신질환의 포괄적인 명칭이다. 정신증 살인자들은 대부분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 망상, 환영(hallucinations), 감정·언어·의욕 상실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정신분열증은 유전되는 듯하지만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까지는 발현되지 않는다(lie dormant). 총기난사로 6명을 숨지게 하고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에게 부상을 입힌 애리조나주 투손의 살인 용의자 재러드리 러프너(22)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총을 쐈던 존 힝클리(25)는 둘 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조승희 같은 심한 정신증 환자는 망상에 시달리며 현실 세계와 단절된다(delusional,way out of touch with reality). 그러나 대다수 정신증 환자는 심한 경우에도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승희 같은 정신병 환자가 어떻게 총기난사라는 끔찍한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아주 서서히 점진적으로 발전한다.수년 동안 심리적 붕괴를 겪고 며칠 또는 몇달 동안 범행계획을 짠다. 처음 증상이 시작되면 대개 환자는 스스로 당황하며 자신의 뇌에서 맴도는 끔찍한 생각에 낙담한다. 가끔씩 느끼는 혼란과 흥분이 점차 쌓여가면서 분노의 합창으로 커진다. “정신분열적망상은 보통 과대(grandiose) 망상과 피해(persecutory) 망상”이라고 정신과의사 프랭크 오크버그 박사가 설명했다.

“10대나 20대가 자신이 제정신을 잃고 있다고 느끼면서 공포에 시달린다.” 조승희의 경우는 주변의 모두가 알아챌 수 있는 숱한 경고가 있었다. 심지어 그는 정신감정을 받으려고 입원까지 했다(Cho even checked himself in for a psych evaluation).

이런 질환으로 빠져드는 살인자들에게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들이 갖는 두려움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제 자신의 정신이 나갔었다는 사실을 안다고 생각해 보라. 또 사흘 전에 그랬다, 또는 지난주 이틀 동안 그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상태에 빠졌다가 다시빠져나오곤 하지만 스스로 정신이상의 구덩이라고 확실이 인식되는 곳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면? 치료를 받으면 어떨까?

그러려면 고백을 해야 한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너무 위험해. 어제 머리 속에 떠오른 고약한 생각을 털어놓으면 정신병원에 갇혀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정체성을 말살시키는 약을 처방 받게 되지… 안 돼.’대다수 정신분열증 환자는 내면의 공포를 견뎌낸다. 그러나 잠재적 살인자들은 그런 망상이 대응기제(coping mechanism)로 활용될수 있다. ‘난 통제력을 잃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러니 내가 무장해야돼. 그런데 어느 쪽에 무기를 겨냥해야 하지?

나인가? 그들인가?’ 다중살인자 대다수는 궁극적으로 양쪽 다를 겨냥하게 된다.“누군가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쓰레기를 내 목구멍으로 밀어 넣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아는가(Do you know what it feels to be spit on your face and to have trash shoved down your throat)?” 조승희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하기 전에 쓴 선언문에서 그렇게 격분했다. “당신들은 내 심장을 찢었고, 내 영혼을 강간했으며, 내 양심을 불태웠다(You have vandalized my heart, raped my soul, and torched my conscience).

당신들은 한심한 한 소년의 삶을 없앨 뿐이라고 생각했지(You thought it was one pathetic boy’s life you were extinguishing). 그래 고맙다(Thanks to you).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는다(I die like Jesus Christ). 허약하고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싶다(to inspire generations of the weak and defenseless people).” 조승희는 모두를 돕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그는 이 비극의 영웅이 되려고 했다.

“그런 ‘정의’의 원대한 실행을 계획하는 데는 즐거움이 있다(There was pleasure in planning such a grand demonstration of ‘justice’)”고 FBI의 행동과학부 책임자를 지낸 로저 드퓨가 버지니아 공대 진상조사위원회의 공식 보고서에 적었다. “그의 생각이 너무도 왜곡돼 자신의 사악한 범행 계획이 실제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오가기 쉽다(can lurch momentarily from one extreme to the next).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flat effect)는 대개 일정하지만 기이한 충동과 행동은 이따금씩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오크버그가 설명했다. 그래서 훈련 받지 않은 관찰자는 그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다.

오로라 사건의 용의자 홈스를 정신증환자로 간주하는 전문가들은 그가 법정에서 대부분 긴장상태(catatonic)를 유지하면서 가끔씩 광기가 번득이는 눈길을 보였다는 사실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홈스가 정신분열증을 앓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그런 프로필에 들어 맞는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가 극심한 우울증 환자들이다. 우울증 때문에 살인을 한다고? 우리 모두는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렸거나 그 비슷한 상태를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우울증은 그 근처에도 못간다.딜런 클레볼드는 콜럼바인 고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기 전에 자신의 영혼이 죽어간다고 느꼈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hopeless), 속수무책이라고(helpless)생각하면서, 수그러들 줄 모르는 절망(unrelenting despair)에 시달렸다. 그는 2년동안 일기에 그런 감정을 표현했다. 그가 쓴 수필과 악명 높은 비디오에서도 그런 점이 드러났다. 그런 많은 정보를 종합하면 우울증 환자가 다중살인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너무도 슬프고, 적막하고, 외롭고, 구제불능이라고 느낀다(Such a sad, desolate, lonely unsalvageable i feel I am)”고 클레볼드는 일기에 적었다. “공평하지 않다. 부당하다(NOT FAIR)!!! 난 행복을 원했다!!하지만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 내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역사상 가장 비참한 존재다(the most miserable existence in the history of time).”

클레볼드는 어떤 날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는 더 없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자신을 초인간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을 주고 받는 나의 존재(this tranciever of the everything).” 그는 스스로 영광스럽게 느끼며 평온하고 사랑을 발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 이런! 내가 사랑에 빠졌나 봐.히히히.”

그러나 절망이 다시 엄습했다. 그의 일기는 갈수록 불규칙적이고 흥분에 찬 대문자였으며 욕설로 가득했다. “빌어먹을 멍청이, 바보, 빌어먹어라(F--KIN DUM-ASS SHITHEAD…F--K)!” 그러다 다시 진정하면서 깔끔한 글씨체로 일기를 마쳤다(returns to his tidy penmanship to close out the entry). “아무런 감정도 없다 (No emotions).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not caring). 하지만 이런 비참한 인생의 다른 단계가 있다(Yet another stage in this shit life)자살이다(Suicide).”

콜럼바인 사건 3년 뒤 놀라운 사실이 발표됐다. 총기난사자의 78%는 자살 기도(suicide attempts)나 자살 생각(suicidal thoughts)을 한 전력이 있다는 비밀수사국의 조사 결과였다. 또 61%는 극단적인 우울증이나 자포자기(desperation)의 전력이 있었다.

어려움은 문제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심각성(severity)에 있다. 분노하고 우울한 10대 소년이라고(An angry,moping teenage boy)? 고등학생 대다수가 그렇지 않은가? 클레볼드의 어머니 슈는 2009년 ‘O 매거진’ 기고문에서 자신의 경험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면 그가 곤경에 처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믿었다(I believed that if I loved someone as deeply as I loved him, I would know if he were in trouble).” 하지만 그녀는 아들에게서 슬픔만 보았다.

“그 아이는 죽음을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없어야 세상이 살기 좋아진다(the world would be better off without him)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 클레볼드의 어머니는 다른 부모에게 아이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슬픔 같은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하려고 그 글을 썼다. 중요한 조언이다. 미국예방의료서비스대책위원회(USPSTF)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인 청소년의 6%인 약 200만 명이 임상적 우울증을 앓지만 대다수는 진단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클레볼드의 일기를 대충 살펴봐도 자살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함께 가져갈까? 자살이 아닌 살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Murder instead of suicide comes down to whom you blame).클레볼드는 일기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탓했다(첫 쪽부터 자살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신을 탓했다. 그러다가 점차 자신의 외부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복수심에 불타는 심한 우울증 환자들(Most vengeful depressives)은 여자친구,상사, 급우들을 탓한다. 일부는 그들만 제거 대상으로 삼는다.그러나 궁극적인 무차별 다중살인자들은 다르다. 자신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은 사람이 비열한 한두 명이 아니라 사회 전체라고 본다. 그들은 사회가 잔혹하며 그런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세계 전체가 비열하다(Society was brutal,the whole teeming world is mean)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는다.“26.5시간 뒤면 나는 죽을 것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클레볼드는 마지막 일기를 적었다. “작은 좀비 인간 쓰레기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영구히 고통당하며 슬퍼할 것이다. 하하하.”

콜럼바인 사건 두 달 전 그는 작문 시간에 섬뜩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해리스가 총과 폭발물 일부를 이미 조립한 후였다. 해리스와 흡사한 살인자 한명이 학생들에게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하는 내용이었다. 1인칭 화자(클레볼드 자신을 대신한 듯하다)는 관찰자(observer)에 불과하다. 그는 총잡이를 여념 없이 관찰한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그는 그 총잡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를 꿰뚫어 본다. “그의 얼굴을 봤을 뿐 아니라 그에게서 힘, 자기만족, ... 경건함이 발산되는 것을 느꼈다(I not only saw in his face,but also felt emanating from him power,complacence, ... and godliness).” 그는 살인자를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낀다. 특히 자신의 “역사상 가장 비참한 존재”에 비하면 그렇다.

어떤 면에서 조승희의 경우와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클레볼드는 자신이 무슨 짓을하는지 잘 알았다. 조승희는 현실과 공상을 구분할 능력을 잃었다(Cho had lost the ability to discern reality from fantasy). 자신이 아는 현실에서 그는 세계를 도우려 했다.반면 클레볼드는 세상을 구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면을 잘 알았다. 그는 단지 앙갚음할 뿐이었다(He was just getting even).대다수 다중살인자는 범행 도중 죽으려고 한다. 실제로 대다수는 그렇다. 그러나 오로라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한 제임스 홈스는 예외였다. 그래서 재판이 열리고, 심리평가가 실시될 것이다. 그러면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답을 얻게 될지 모른다.

홈스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면 그 금요일 밤의 범행으로 한바탕 잘 즐겼을 듯하다(he probably had a ball Friday). 그는 범행 구상부터 계획, 실행에 이르기까지 몇 달동안 신이 나 흥분했을 것이다(He would have been gleeful through the months from conception to planning and attack). 그러나 만약 그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아니라면 내면의 지옥으로 떨어지는 데 몇 달 또는 몇 년 이 걸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지옥일까? 정신이상일까 자살을 부추기는 우울증일까(Insanity or suicidal depression)? 지금 같은 초기에 해답을 찾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답을 알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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