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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보쉬도 히든챔피언 도움 받아

독일의 보쉬도 히든챔피언 도움 받아

2008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독일 경영학자헤르만 지몬 독일 마인츠대 교수의『히든챔피언』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을 말한다. 지몬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글로벌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6월26일 유필화성균관대 GSB 학장이 독일의 옛 수도본에서 컨설팅 기업 지몬-쿠어&파트너스 대표인 헤르만 지몬 교수를 만났다.



유필화) 지몬 교수께서 히든챔피언을 소개하신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헤르만) 지몬 히든챔피언의 경영 패러다임을 큰 틀에서 보면 ‘건전한 상식’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아요. 작은 부분을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점이 눈에 띕니다. 첫째는 히든챔피언 기업CEO는 하나같이 목표 달성에 대한 야심이 강했습니다. 둘째는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집중화 전략입니다. 더불어 저는 그들의 혁신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혁신은 현재의 기업 경쟁력보다 더 중요합니다.왜냐하면 현재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뒤지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줄기차게 혁신하는 그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끝으로 저는 전략과 리더십의 연속성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히든챔피언 CEO는 대체로 그 자리에 매우 오랫동안 머뭅니다. 그래서 경영의 연속성이 있고 회사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습니다.

유필화)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이 있습니까.

헤르만) 지몬 기존의 히든챔피언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시장에서 1위, 2위 또는 3위를 차지하거나 소속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입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이 가운데 매출액 기준을 조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연 매출액 50억 달러 정도가 적당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기는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기준이 되는 기업의 크기도 상향조정 돼야겠지요.

유필화) 한국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헤르만) 지몬 히든챔피언이 많으면 대기업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의 보쉬(Bosch)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회사입니다. 보쉬의 국제 경쟁력은 수많은 히든챔피언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습니다. 우수한 협력회사들의 존재가 궁극적으로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대기업 그룹군 중 잠재적 히든챔피언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사업부들을 과감하게 분사하면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에는 바이에르(Bayer)라는 좋은 제약회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치과용 제품을 생산하는 부서가 있는데 연 매출은 약 1억5000만 유로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 매출로는 회사 내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바이에르가 이부서를 분사해 헤레우스(Heraeus)라는 회사로 만든 후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지멘스(Siemens)에도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대기업 안에 있을 때는 특별한 지원을 못받아서 잠자고 있던 기업가 정신이 분사와 더불어 크게 발휘될 수 있는 겁니다.



한국엔 뛰어난 젊은 기업인 많아유필화) 중소기업과 창업 도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헤르만) 지몬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강합니다. 전문화를 강화하고 더 적극적으로 국제화하면 시장이 넓어집니다. 전문화 및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특정 회사 또는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창업을 고려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먼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키우십시오. 한국의 평균 IQ는 105이고 독일의 평균 IQ는 99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는 뛰어난 잠재적 젊은 기업인들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그들이 회사를 창업해서 간직하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창업을 하려면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역량(extra competence)이 있어야겠죠.

유필화) 교수님도 우수한 젊은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 사원들을 낮게 보는 한국사회의 정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헤르만) 지몬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꼭 아셔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인정받기가 더 쉽습니다. 나아가 회사를 설립해 경영하는 것이 재벌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천, 수만 명이 일하는 대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해 상층부까지 올라갈 확률과 중소기업 혹은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서 성공할 확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높을까요?

유필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첫째, 대학생 인턴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라는 겁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 가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여름방

학 또는 겨울방학에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해보면 중소기업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인식 또는 오해가 불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회사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대학 또는 전문대학 재학생들을 목표로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전국에 있는 대학에서 사람을 뽑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우리 지역의 학생들을 채용하는 것이죠.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망이 밝은 잠재적 히든챔피언에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제한해도 중소기업 커지지 않아헤르만) 지몬 지난 3월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CEO들의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의 기업 경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유필화) 한국의 히든챔피언에 대해 연구하실 계획이 있습니까.

헤르만) 지몬 그렇습니다. 최근 IBK기업은행 그리고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연구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들과 함께 한국의 히든챔피언들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필화) 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여러 기관들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특히 경쟁을 제한해 중소기업을 키우려는 생각은 승산이 없다고 봅니다. 설사 울타리를 쳐서 그 울타리 안에서 기업이 어느 정도 컸다고 하더라도 그런 회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사와 맞섰을 때 이기기는 힘들다고 봐요.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적은 잠재적 히든챔피언 임직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계속 강조하신 바와 같이 히든챔피언에게는 혁신 능력이 생명입니다.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원하는 만큼 연구개발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협회처럼 산업체가 주문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해주는 또는 같이 하는 기관이 있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도와주는 기관이죠. 궁극적으로 우리의 히든챔피언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R&D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책의 주안점이 돼야한다고 봅니다.

헤르만) 지몬 참 좋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회를 갖죠.

유필화) 다음에는 서울에서 만나 또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긴 시간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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