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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챙기고 이미지 개선 노려

해외사업 챙기고 이미지 개선 노려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자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요즘처럼 바빠 보이는 때도 드물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각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일부 총수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너십 위기론’을 뛰어넘으려는 모습이다. 직접 나서서 해외시장개척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사회공헌 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오너십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자중하면서 대외 활동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국내외 사업에서 승부사 기질도 보이고 있다. 회사 안팎에 화두를 제시하거나 양해각서(MOU) 체결식 같은 미시적인 행사도 직접 챙기고 있다.횡령·배임 혐의로 7월에 징역 9년,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를 위기 탈출의 기폭제로 삼으려는듯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수 차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양광이야말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라며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꾸준히 개척해 (태양광사업으로)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급 과잉 우려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이번 여름 동안 태양광사업에 힘을 집중했다.

김 회장은 7월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누리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전후 복구사업에서 추가 수주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회장은 이라크의 군사시설 현대화 추진 때 태양광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이라크 총리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귀국길에 “이번 이라크 방문이 조만간 깜짝 놀랄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특히 방탄조끼 차림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현장 돌아봐김 회장의 이라크행 직후인 8월 2일 한화그룹은 일본법인을 통해 일본 마루베니(종합상사)와 협력해 현지 태양광 발전소에 4년간 약 500mW, 총 6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원전 대안으로 태양광이 주목 받을 것이라던 김 회장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순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작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아사다 테루오 마루베니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태양광사업을 직접 제안한 게 9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며 “중동과 일본 등 다양한 시장 개척으로 침체된 태양광시장의 활로를 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PR 전문가는 “김 회장이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공략 성과를 알리는 것은 재판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한편 그룹 사기 진작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올해 초 수백 억원대의 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 투자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이에 아랑곳 않고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 년 넘게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중국시장 공략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5월 ‘상하이포럼 2012’에 참석해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연설하는가 하면 7월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중국에 최소 10년 더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은 중국시장 본격 공략을 목표로 2010년 7월에 SK차이나를 설립했다. 지난해 대중국 매출액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주마가편 격으로 상승세를 탈 때 중국 공략드라이브를 세게 걸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김승연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동시에 해외사업으로 내수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뜻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중국시장공략에 힘을 쏟는 것은 그만큼 그룹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잇단 인수합병으로 공격 경영을 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들 못지 않게 분주하다. 신 회장은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 인수, 2009년 중국 타임스 인수로 해외 유통시장에서 전략 거점을 추가한 데 이어 2010년 GS리테일의 백화점 3곳, 할인점14곳을 인수했다. 올 들어 베트남 현지법인인 롯데베트남쇼핑의 증자를 결의하고 현지 파트너 업체인 민반(Minh Van)의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등 베트남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하이마트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가전유통 분야 최강자 자리도 넘보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애널리스트는 “물류시스템 통합, 롯데마트와 하이마트가 복합된 모델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신 회장이 승부사로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취할 것은 취하고 놓을 것은 과감히 놓는다’는 전략적 행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웅진코웨이는 과감히 포기하면서 하이마트를 품에 안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업태가 다르거나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에 대한 무리한 M&A는 철저히 지양하는 게 신 회장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신동빈 회장의 유통업계 맞수인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차분한 모습으로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계열사인 이마트가 전자랜드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정 부회장의 발 빠른 행보는 이어지고있다.

정 부회장은 새 투자지역으로 주목 받는 경기도 의왕의 백운호수 일대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기로 하는 건립 투자협약(MOU)을 7월 31일 체결했다.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총 4000억원을 투자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정 부회장의 기대가 크다.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 M&A정 부회장은 협약식 자리에서 “앞으로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나들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쇼핑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가족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도심 백화점으로는 교통문제 등 한계가 있어 교외 쇼핑몰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세계는 의왕 외에도 경기도 안성과 하남,인천과 대전 등 총 5곳에서 교외 복합쇼핑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께 차례로 개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지역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나 야구장도 이제 우리 경쟁상대”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젊은 총수 중 한 명답게 주요 MOU 체결식을 손수 챙기며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보통 MOU 체결식에는 전문경영인 CEO나 고위 임원이 주로 참석하지만 정 부회장은 직접 챙기고 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그간 오너가 왜 불필요하게 나서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총수들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이 금기시됐지만 최근에는 오너 이미지가 그룹 이미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면에 나서는 걸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오너의 신비주의가 소속 임직원이 경외감과 존경심을 갖고 따르게 하는 기능을 했다면, 근래에는 오너가 직접 뛰면서 임직원과 소통을 늘리는 게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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