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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팔고 신사업 올인으로 반전 노려

계열사 팔고 신사업 올인으로 반전 노려



STX그룹은 5월 13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과 해운업의 침체와 그간의 사업확장 전략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다.STX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24조원으로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다. STX그룹이 마련한 개선책에는 STX OSV를 매각하고 STX중공업을 비롯한 핵심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과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지분을 처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STX에너지를 상장하고 STX팬오션이 보유한 선박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에 투입된 배를 팔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웅진그룹도 2월에 그룹 전체 매출(6조 1000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지분(30.9%)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 지분 매각 대금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에 집중 투자하고 극동건설 등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계열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내 화장품업계 빅4 중 하나인 코리아나화장품의 지분을 모두 팔아 받은 돈을 웅진코웨이에 투자해 웅진그룹을 살린 경험이 있다. 당장 어려운 기업을 헐값에 파느니 잘나가는 기업을 제값을 받고 파는 게 남는 장사라는 윤 회장의 경영 지론에서다. 웅진코웨이 인수 후보로 롯데쇼핑과 GS리테일·SK네트웍스 등이 거론된다. 실사 작업을 거쳐 6월 말 또는 7월 초에는 매각 작업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경영권프리미엄을 더해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이다.

STX그룹은 자구책으로 마련한 돈을 우선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STX그룹의 총 차입금은 10조원이다. 이 중 회사채가 3조원으로 올해 1조3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STX그룹 관계자는 “1조원은 STX팬오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이미 상환 또는 연장했고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를 제외한 7조원 가운데 2조원은 만기가 긴 선박금융이고 다른 2조원은 시설대금으로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이라며 “나머지 3조원도 수출금융이나 매입채무 성격의 단기 차입금”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개선안 시행에 주가 반등

STX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STX OSV매각도 막바지 단계다. 현재 이탈리아 조선사인 핀칸티에리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칼라일그룹 컨소시엄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전개발과 탐사작업을 위한 해양작업지원선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조선업체인 STX OSV는 지난해 매출 2조4500억원, 영업이익 4300억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등을 포함해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5월 31일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었다.STX그룹과 산은이 공동 출자해 약 1조원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고 SPC에 매각 대상 자산을 내다파는 방식이다.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6월 중 STXOSV 지분매각으로 8000억~1조원가량의자금유입이 예상되고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로 차환발행 등이 원활해지면서 유동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무구조 개선안에 대한 윤곽이 들어나면서 하락했던 주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STX 주가는 5월 30일에 6.87% 오른 9950원에 장을 마쳤다. STX팬오션도 7.01% 상승한 4505원, STX조선해양도 7.80% 오른 1만1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웅진그룹도 매각 대금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웅진홀딩스 단기 차입금 3700억원과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웅진케미칼 지분매입 대금(3000억원)으로 쓸 계획이다. 또 극동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에 대비한 여유자금 1500억원과 웅진폴리실리콘증설과 극동건설 증자 등에 1000억~2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웅진에너지는 3공장 건설 등으로 2014년까지 잉곳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각각 1기가와트(GW)까지 늘린다는 계획 아래 태양광 사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는 조직개편에서도 볼 수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3월 인사에서 그룹 CFO의 직급을 사장급으로 높이고, 대우증권 출신의 투자은행(IB) 전문가를 STX 재무1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또 그동안 그룹의 핵심 부서로 M&A 작업을 총괄하던 전략기획본부를 재무기획본부로 이름을 바꿔 CFO 산하로 이동시켰다. 그룹 전략의 중심이 M&A에서 재무안정으로 옮겨간 것이다.웅진그룹도 4월 극동건설과 웅진씽크빅, 웅진홀딩스 사업부문, 웅진식품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경영진·조직도 대폭 개편이번 재무개선책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해소되고 하반기부터 점차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컨테이너운임과 건화물운임지수가 반등하는 등 해운시황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조선도 중형 탱커 등 상선 발주가 점차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도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견하고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는 높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 변환 효율이 높은 고순도 단결정 웨이퍼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웨이퍼부문에서 올해 4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전방 산업인 해운 업황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선·해양플랜트 업황도 내년까지 특별히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웅진그룹의 대책도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하반기 이후 태양광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듯하지만 웅진그룹의 경쟁력이 뒷받침 되겠느냐는 분석에서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인 폴리 실리콘 생산능력이 적어도 연 1만t은 돼야하지만 웅진코웨이를 팔아 설비 증설에 투자해도 7000t에 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메이저급의 품질과 규모를 갖추려면 앞으로 수 조원을 더 투자해도 모자랄 텐데 그럴 능력이 있냐는 거다.더 이상 매각 할 수 있는 계열사도 마땅치않다.

웅진코웨이와 함께 웅진그룹의 양대캐시카우인 웅진씽크빅의 실적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습지 사업을 대체할 신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학습지프로모션 비용 증가와 개발비 상각으로 웅진씽크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급감한 5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3%로 전년 같은 기간 5.3%보다 낮다. 나이스 이정화 수석연구원은 “웅진홀딩스를 제외한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웅진케미칼 등 합산 매출은 지난해 연간 4조5000억원”이라며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게 되면 내년 그룹 매출은 3조원 초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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