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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전기 수퍼카에 배터리 공급

벤츠의 전기 수퍼카에 배터리 공급



‘나도 달리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대전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긴 이야기다. 배터리 연구 인력의 명함을 모아 만든 판넬에 쓴 글귀였다. 최 회장은“모든 자동차가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배터리 사업은 계속달린다”며 “나도 같이 달리겠다”고 썼다. ‘달린다’는 의미는 중의적이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만큼 자신도 쌩쌩 달려가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최 회장 나름의 다짐이었다. 자동차용 2차 전지 사업을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구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최 회장은 직접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현장 근로자들을 독려했다.

2차 전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건 최태원 회장만이 아니다.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비슷하다. 최 부회장은 횡령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올해 초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팀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서 “차에 연료를 채우는 것이 아니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에 리딩 역할을 해내자”며 “저는 이미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 부회장은 6월 초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룹 오너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해서 인지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기존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석유·화학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과정을 거치며 겪은 어수선함은 이미 추슬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전기차 배터리 등 아직 태동기에 있는 신사업을 다 같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2조8488억원. 같은 기간 매출액은 68조3754억원으로 27% 늘었다. 사명 그대로 혁신(Innovation)을 거듭한 결과다. 삼성SDI·LG화학과 마찬가지로, 그 중심에는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을거리로 지목한 자동차용 배터리가 있다.


일 콘티넨탈과 합작으로 약점 보완

SK이노베이션이 자동차용 2차 전지 개발과 생산에 힘을 쏟을 것이란 사실은 회사 분할로 SK이노베이션이 탄생했을 때 예견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배터리사업개발부는 사업본부로 격상했고 구자영 사장이 사업본부장을 겸했다. 대신 배터리개발사업부를 연구소 쪽에 별도 조직으로 신설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결과물은 하나씩 나타났다.SK이노베이션은 5월 독일 다임러그룹 산하의 미쓰비시후소와 협력해 만든 완제품 하이브리드 트럭 ‘칸터 에코 하이브리드’를 일본에서 팔기 시작했다. 2009년 이 회사와 하이브리드 상용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이어 2010년 현대기아차와 전기차 ‘레이’ 등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뒤 작년엔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 AMG의 첫 전기 수퍼카인 SLS AMG E-CELL’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하이브리드차종에 이어 전기차종으로 판매망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작년말 SK그룹이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개발과 공급을 맡으면 SK하이닉스는 전기차용 메모리 등을 맡을 수 있다.

올해 1월엔 세계 2권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콘티넨탈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이어 7월 23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콘티넨탈 본사에서 5년간 총4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자리엔 최재원 부회장과 구자영 사장도 참석했다. 연산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연말까지 베를린에 합작회사를 설립, 향후 독일 현지와 대전 글로벌테크놀로지 양쪽에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각지 시장 상황에 맞게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콘티넨탈은 BMS(배터리제어시스템) 기술력에 강점을 지녔고 우리는 배터리 셀에 강점을 지녔다”면서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셀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업계에서 자동차가 연계되는 BMS기술력이 최대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곤 했다. 회사 측은 이번 합작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록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한걸음 늦었지만, 이를 통해 시장 판도를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목표다.


연산 1만5000대로 공급 늘린다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안에 서산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서산공장은 아직 시운전만 하고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도 과잉 투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고 있다. 구자영 사장은 작년 말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세계적으로 2차 전지에 대한 과잉 투자 경향이 있다”며 “미국도 기업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속도 조절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나 LG화학 등 앞서 대규모의 생산 라인을 구축했던 업체들에 비해 연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2005년 초 처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아직 생산량이 적다. 서산공장이 돌아가면 20kW급 배터리를 탑재한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연간 1만5000대

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5000대 규모에서 1만대가 추가된다.

SK이노베이션 다른 관계자는 “과잉 투자론은 연산 규모가 작은 우리 입장에서 시기상조”라며 “구 사장도 신중함을 잃지 말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최근까지 LG화학과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리튬 2차 전지 분리막 특허 관련 소송에서는 1차 승리를 거뒀다. 특허심판원이 8월 9일 심결에서 심판 청구인인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인정해 LG화학의 특허를 침해한 게 아니라고 선언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SRS(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무단으로 적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RS는 종전의 분리막 기술에 세라믹 무기물을 첨가하고 안전성을 강화한 기술이다.특허심판원 측은 “특허 핵심기술인 분리막에 도포된 활성층 기공 구조에 대한 특허청구 범위가 너무 넓어 기존 분리막의 기공 구조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효를 인정했다. LG화학이 특허심판원보다 상급 기관인 특허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라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관계자는 “우리는 독자 개발한 CCS(세라믹코팅처리분리막) 기술로 코팅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며 “특허 분쟁에서 최종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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