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s Whipping Boy 오바마 대신 매 맞는다
- Washington’s Whipping Boy 오바마 대신 매 맞는다

2008년 말 티머시 가이트너는 미국 재무장관 자리를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고 재무장관직을 수락했다. 당면 임무는 미국을 2008~09 금융위기에서 구하는 일이었다.그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오바마 대통령의 올스타 보좌진과 함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시장 개입, 2009년의 경기부양책으로 공황사태를 진정시켰고, 미국 경제의 수직낙하를 막았으며,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그 다음엔 재무부에서 그의 행동은 영웅적이었다”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 부장관을 지냈고 현재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CEO인 로저 알트먼이 말했다. “2008년 신용시장 붕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모범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노엄샤이버는 그들을 “탈출 곡예사(the escape artists)”라고 불렀다.그러나 2010년 말 이래 그 팀은 경제위기
를 극복한 공로보다는 경제회복에 실패한 책임으로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금융팀(래리 서머스, 피터 오재그, 크리스티나 로머 같은 경제전문가들)의 대다수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너무도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탓이었다. 그러나 가이트너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실 그는 오바마 취임 전부터 그 일에 뛰어들었다(2008년 위기가 발생했을때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다). 그 자리에 진득하게 머문 대가로 가이트너는 어떤 보상을 받았을까? 보상은커녕 고역을 도맡아야 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정치적으로 부과된 부채위기와 씨름하고, 유럽에 자체적인 재정붕괴를 막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경제회복에 실패했다고 오바마 행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을 거의 혼자 뒤집어 써야 했다. 가이트너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피뢰침 역할을 지금도 계속 한다.
유럽에서 막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린 가이트너를 만났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그랬듯이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국가부채와 금융위기에 단호히 대처하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제약을 감안할 때 이만하면 상당히 괜찮은 경제회복이다. 회복의 폭이 넓고 복원력도 아주 강하다. 경제회복 부진을 대통령의 잘못으로 돌리는 건 공평하지 않다(I don’t believe it’sfair to put that on the president).”그러나 TARP 특별감사관을 지낸 닐바로프스키는 최근 회고록 ‘구제금융(Bailout)’에서 미국 주택시장 혼란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책임의 대부분을 가이트너에게 떠넘긴다. 바로프스키는 이렇게 적었다. “가이트너는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묵살했다.
은행들의 TARP 자금 사용과 관련한 투명성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론할 수 없었다.”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년 전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가이트너는 갑자기 각광 받았다. 나는 2008년 가을 그를 처음 만났다.요새 같은 뉴욕 연방준비은행 본부에서 그는 나를 포함한 기자 3명에게 금리 도표를 잔뜩 보여주며 설명했다. 가이트너는 젊고(겨우 50세다) 소탈해 말 붙이기가 쉬우며
(approachable), 존칭 없이 이름만 불러도 개의치 않는다. 재무 전문 정치인보다 컨설턴트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이트너의 재무장관 기용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전임자들은 대개 나이 지긋한 사업계나 금융계의 거물이었다. 하나 같이 부자였고 백발 아니면 회색 머리였다(머리카락이 있는 경우라면 말이다). “과거 짐 베이커 재무장관이나 폴 볼커 FRB 의장 같은 사람들은 도덕적이나 개인적인 권위가 막강했다”고 부동산과 출판계 사업가인 모티머 주커먼이 말했다(그는 2008년 오바마를 지지했지만 그의 경제정책을 보고 실망했다). 가이트너의 나이, 경력, 태도는 그 자리의 전통적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다. 바니 프랭크전 하원 금융위원장도 “그가 풋풋해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성인식을 치르는 유대인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가이트너는 단편적 사안이 아닌 전체로 상대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 “권위를 가졌을 때 우리가 그권위를 얼마나 잘 사용했느냐?”고 그가 물었다. 상당히 잘했다는 뜻이다. 구제금융,구제 프로그램, 7870억 달러 경기부양 기금,금융 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 위기 타개 조치들은 전부 오바마 임기의 상반기에 취해졌다. 또 대부분 공화당의 지지나 동의 없이 이뤄졌다. 다시 말해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의석을 되찾은 2010년 중간선거 이래 오바마 행정부는 법을 제정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주요 금융 직책을 임명할 권위를 사실상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기관들이 신속히 모기지 조정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은 책임을 행정부가 전적으로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프스키같은 비판자들은 주택시장 문제에 적시에 공격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원죄(original sin)로 간주한다.가이트너는 이렇게 반박했다. “바로프스키의 해석은 당시 실행 가능했던 조치를 크게 잘못된 시각으로 본다. 우리는 가진 권위안에서 최대한 공격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했다.” 재무부는 모기지 삭감에 사용할 수 천억 달러의 자금이 없었고, 기능장애에 걸린 모기지 업계에 자체적 수습을 강요할 권위가 없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그런 정치적 제약 외에도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협하는 요인이 있다. 유럽 문제다. 지난 30개월 동안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유럽인들에게 2008~09년 미국이 대응한 방식을 모방하라고 촉구했다. “시기를 놓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고 가이트너가 말했다.그러나 여기서도 가이트너에게 주어진 조건은 과거와 다르다. 1990년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래리 서머스 부장관은 멕시코와 동남아의 외환위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수습할 수 있었다. 1990년대엔 미국이 성장률과 생산성이 높았고, 재정도 흑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적자가 극심하고 정치적으로도 교착상태에 있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해결책을 강요할 입장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은 경제적 영향력이 없다”고 레슬리 겔브 미 외교협회(CFR)명예회장이 말했다. 그래서 가이트너는 기껏해야 권고자 역할만 할 뿐이다.가이트너는 공공정책에서든 금융 문제에서든 과민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을 싫어한다(Geithner has little tolerance for thin-skinned whiners). 그는 싸움에선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1월 대선 이전에 경제를 회복시키고 유럽 위기를 해결하는 전투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승산이 크게 떨어진다.
8월 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어중간한 대책(half-measure)을 발표했을 때 미국 주식시장은 거의 100포인트나 하락했다. 다음 날 발표된 미국의 일자리 통계도 뒤죽박죽이었다. 신규 일자리가 16만3000개 생겨났지만 실업률은 8.3%로 올랐다.오바마 행정부는 단일 사안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미국이 경제폭풍을 상당히 잘 헤쳐나가고 있다(all things considered, the U.S. continues to weather the storm fairly well)고 판단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렇게 전체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가이트너는 오바마가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든 지든 계속 남아서 그 후폭풍을 맞을 생각이 없다. “오바마의 첫 임기가 끝날때까지만 머물겠다고 약속했다.”
A형(혈액형이 아니라 행동 유형의 분류로서 경쟁심 강하고 조급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실존주의와는 거리가 멀다(Type A’s make for unlikely existentialists). 그러나 가이트너는 이기든 지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입장이다.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게 내가 한 일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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