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스범프’는 영원하다
밀레니엄 시대에 멀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문화상품들이 있다. ‘베이사이드의 얄개들(Saved by the Bell),’ 농구 황제마이클 조던, 어린이 케이블 TV 니켈로디언 등이다. 이들은 불황에 허덕이는 20대들을 평온했던 90년대로 데려다 준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R L 스타인(68)의 아동 공포물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구스범프(Goosebumps)는 7~12세 어린이들을 겨냥해 처음에는 권당 3.99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대성공이었다. 어린이들은 손전등을 들고 책에 머리를 파묻은 채 스타인의 120쪽짜리 스토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책꽂이 전체를 이 시리즈로만으로 채운 아이들도 많았다.스타인의 출판사 스칼라스틱에 따르면 구스범프 책은 전 세계에서 3억5000만 권 이상 팔려나가며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중 하나가 됐다. 1996년 절정기 때는 스타인이 한 달에 한 권씩 써내면 한 달에 400만 권씩 팔려나갔다.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됐다.
수십 종의 관련상품이 판매되고 TV 쇼가 폭스 키즈 네트워크에서 방송돼 인기를 끌었다.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1996~97년 스타인은 4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미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작가 중 한 명이 됐다.이 시리즈가 20주년을 맞았다(1권‘Goosebumps: Welcome to Dead House’가 1992년 7월 출간됐다). 스타인의 널따란 뉴욕 아파트를 찾아가 그 책이 남긴 유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잡지는 나를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스타일 소녀 브라(training bra)’로 불렀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스타인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소녀 브라로 불리고 싶겠나.” 68세의 스타인은 검정 폴로 셔츠와 뉴밸런스 스니커 차림이었다. 그의 책들은 독자에게 오싹함을 주지만 그의 태도는 태연함 그 자체다.
“나는 성인들은 대부분 코웃음 칠 만한 것들을 많이 좋아한다”고 그가 말했다. “어린이애니메이션 ‘스폰지밥 네모바지(SpongeBob
SquarePants)’와 ‘루니 툰(Looney Tunes)’ 등이다.대중문화와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것 따라잡기가 내 일이기도 하다. 노인네가 아동물을 써내느라 애쓴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훔쳐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그는 독자들을 정탐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트위터를 즐겨 사용한다. 스타인은 트위터에서 소름 끼치는 메시지로 유명하다. “내가 트위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90년대 내 구스범프 애독자들이기 때문이다.
모두 20대와 30대들”이라고 그가 말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로부터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사서가 되지 않았다’거나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정말 기분이 흐뭇하다.”스타인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성장했다. 자칭 “대단히 겁 많은 아이”였다. 차고에 뭔가 숨어 있다고 겁내고 지하실에 있는 관 모양의 육류 냉동고를 보면 경기를 일으켰다. 스타인은 20년 동안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GI 조’ ‘록키와 친구들 및 불윙클쇼(The Rocky & Bullwinkle Show)’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마침내 1986년 자신의 첫 공포 소설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로 대히트를 쳤다.
수잔 콜린스의 인기소설‘헝거 게임(The Hunger Games)’과 달리 ‘구스범프’는 신체적 가해행위를 포함해 성인 콘텐트가 전혀 없다. “단지 어린이들이 무서움을 느끼게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진짜 문제는 없다. 이혼 이야기도 없다. 등골이 오싹한 판타지이며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다.”1997년 핼로윈 데이 직후 구스범프의 판
매가 감소했다. 초기의 62권 시리즈는 그 뒤로 발행이 중단됐다. “갑자기 인기가 식어버렸다”고 스타인이 말했다.
“책이 없는 데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주유소에서도 판매됐다. 사람들이 물렸던 모양이다. ”스타인은 2000년에 구스범프 시리즈 출간을 완전히 중단했다. 하지만 애독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자녀 세대가 새로 부상함에 따라 2008년 구스범프 시리즈를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내 독자층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똑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 침대 밑이나 옷장 속에 뭔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라고 그가 말했다.“그건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셀트리온 ‘짐펜트라’ 장기 투여 시 안전성·유효성 확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팜이데일리
男아이돌, 커밍아웃 "LGBTQ 일원 자랑스러워"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혹시나 했는데” 1분기 성적표 ‘충격’…성장엔진도 ‘삐걱’(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나스닥 상장사 그라비티, 말레이시아 사업 직접 관리한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아이센스, 글로벌 CGM 3위 자신…삼바·셀트급 연매출 3조원 도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