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자
독도의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자
심리학 용어 중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스스로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만 불일치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심리적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확증편향의 정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독선적으로 행동하고, 그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절대적 믿음을 가진다. 그런 사람은 가령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패악한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이 선의에 의한 부득이한 결단이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이런 ‘환자’가 만일 내 이웃에 산다면 필경 그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을 것이다.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관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다가 그런 환자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라면. 이런 불행이 있을 수 없다. 최근 국내의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독도 문제도 비록 사안은 다르지만 마찬가지 예가 아닌가 싶다.우선 문제의 발단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를 정확히 짚어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불씨였던가.
이 문제를 국내 정치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본다. 일본 노다 정권도 마찬가지로 연말 총선에서의 지지율 만회를 위해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독도는 우리 땅이다. 아무리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의 주인은 둘일 수 없다. 독도는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다. 이런 점에서 독도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불법 점유’의 문제나 ‘일본 영토의 침범’의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실로서의 역사를 일본 정부처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확증편향증이다. 식민지 강점기에 임의로 편입시킨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삼척동자에게 물어보아도 정당한 일일 수 없다. 자기정당화는 허위적 사실, 왜곡된 역사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다. 그 사과는 총리가 해도 좋고 일왕이 할 수도 있다. 독도를 비롯한 동북아 영토 분쟁의 불씨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가 제공한 것이다. 유대인에게 사과한 독일의 교훈을 깨우쳤으면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전범(戰犯) 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외교적 관례, 상식까지 어겨가면서 자기정당성만을 계속 주장해보라. 센카쿠열도나 쿠릴열도와는 달리 유독 독도를 향해서만 강공을 던지는 이유가 뭔가. 일본 내각은 독도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결정했고, 이어 독도 문제를 유엔에 상정한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센카쿠열도에 대처하는 논리대로라면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당연 독도는 일본과 ‘영토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독도는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며, 그러므로 더더욱 사법적 해결 대상이나 유엔총회의 의결사항일 수 없다. 정작 일본의 역사왜곡과 과거사 문제는 잊혀지고 오직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 정치공방으로 그 중심이 이동된 것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24년 전 필자는 고 장철수 대장이 이끄는 ‘독도탐사대’의 일원으로 바로 그 섬에 서 있었다. 독도는 이제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라 온 국민의 섬이 되었지만, 그때는 독도탐사대가 유일하게 대외적 활동을 하던 시절이다. 이후 장 대장은 ‘발해1300호팀’을 꾸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뗏목을 타고 독도까지 항해하는 대장정에 나섰다가 오키섬에서 비운을 맞이한다.
그가 남긴 1월 19일자 항해일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폭풍우가 우리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 계속 동쪽으로 밀린다. 이 방향이면 오키섬으로 가지 않겠나 싶다. 일본으로 간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영원한 제국이란 없다.” 그렇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다. 바다를 통해 미래와 현재의 공존과 조화, 인류의 평화를 꿈꾸었던 장 대장의 선견지명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폭‘ 풍우’를 잠재워주길 희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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