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 먹기 시작한 후 털 짧아진 듯

아주 추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필수 의류는 모피 코트다. 춥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피 코트는 부의 상징이다. 그리고 동물 운동가들에게 모피 코트는 인간의 잔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산물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의 모피로 외투를 만들어 입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몸이 맨몸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피는 어디로 갔는가? 포유류 동물의 특징 중 하나는 체온의 항상성이다. 체온을 항상 일정한 온도로 유지시킬 수 있는 포유류는 훨씬 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체온의 항상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온 몸에 난 털이다. 모근 하나하나마다 연결되어 있는 근육은 추울 때 수축해 털을 세운다.
세워진 털들은 그 사이사이에 공기를 모아둬 따뜻한 공기층이 몸 전체를 감싸도록 한다. 포유류 동물은 모피 코트를 가지고 태어나는 셈이다. 더울 때에는 모근 근육이 이완해 털은 눕혀진다. 더워진 체온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털은 맨 피부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자외선과 기타 주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나뭇가지가 무성한 숲길,쏟아지는 비, 우박, 눈 등 이 모든 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털로 체온 조절인간의 몸은 이 모든 것들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인간의 몸은 대략 민숭민숭하다. 인간의 몸에 나있는 모공의 수는 비슷한 몸집의 다른포유류 동물과 비슷하다. 그래서 인간은 비슷한 몸집의 다른 포유류 동물과 비슷한 개수의 털을 가지고 있다. 단, 그 털은 솜털에 가까워서 짧고 연한 색깔을 띠고 있다. 그래서 언뜻 보면 털이 없이 반들거리게 보인다. 인간은 털의 수를 줄여 맨몸이 된 것이 아니라, 털의 종류가 바뀌어서 맨몸이 되었다. 인간의 몸은 털 대신 두꺼운 피하지방층으로 덮여있다.
아마 고릴라나 침팬지와의 공동 조상은 온 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다. 초기 인류가 언제, 어떻게 맨몸이 되었을까? ‘벌거벗은 유인원’ 가설, 즉 생식기와 젖가슴을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커진 생식기와 젖가슴이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더라도 이는 맨몸이 된 이후, 두발로 일어서서 걷게 된 이후의 일이다. 애초 맨몸이 되었던 연유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인류가 물속에서 기원하였기 때문에 고래나 하마 같은 물속 포유류처럼 털 없는 몸이 되었을 것이라는 물속의 유인원’ 가설 역시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사냥을 하기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몸집이 커봤자 사자와 같은 맹수들과는 절대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인류 조상은 몸집이 커져서 180cm의 키와 60kg의 몸무게에 이르지만, 그 역시 사자 앞에서는 상대가 되질 않는다. 사냥을 담당하는 암사자의 경우 몸무게는 150kg를 쉽게 넘는다.
털 없어 더운 대낮에 사냥 가능맹수들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그들의 먹이감을 가로챌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털을 가진 짐승들은 주로 초저녁과 아침에 총력을 기울여 사냥을 한다. 이들은 뜨거운 대낮에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다. 뜨거운 체열을 효율적으로 발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털로 뒤덮인 맹수들은 체온을 발산하기 위해 입을 벌리고 뜨거운 호흡을 연속적으로 내쉬어야 한다. 말복 더위에 축 늘어져서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는 개를 생각하면 된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힘든데 시속 65km를 힘껏 달려 도망가는 영양을 뒤쫓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몸집이 큰 포유류 동물들은 아침저녁에 잠깐 사냥하고 해가 중천에 걸려있는 동안에는 그늘을 찾아 쉬거나 낮잠을 잔다.
그동안 사냥감들은 안심하고 물을 찾아 마시고 유유자적할 수 있다. 보잘것없는 사냥꾼인 인간은 바로 이 때, 맹수들이 움직이지 않는 대낮에 사냥감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셈이다.인간 역시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다면 대낮에는 맥을 못 추고 그늘을 찾아 쉬어야 했을 것이다. 털이 없는 맨몸은 우연한 돌연변이였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땀샘이 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특유한 냄새를 내는 땀을 내는 부분 분비 땀샘과 냄새가 나지 않는 땀을 내는 샘 분비 땀샘이 있다.
부분 분비 땀샘은 인간 외 다른 포유류 동물들에게도 있는 땀샘으로 암내를 내어 짝짓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샘분비 땀샘은 인간 몸 전체에 나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샘 분비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증발되어 뜨거워진 체온을 식혀준다. 인간은 맨몸에 난 땀을 증발시켜서 뜨거운 체열을 발산하는 기발한 방법으로 대낮을 정복했다.
땡볕 아래에서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 피부는 반들거리는 살이어야 한다. 털이 많으면 안 된다. 그러면 땀이 증발을 하지않고 그대로 물기인 상태로 피부 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또 오랜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사냥을 했다. 짧은 시간에 뛰는 것이 아니라 불쌍한 짐승을 며칠이고 쫓아다니다가 끝내는 잡고 마는 ‘스토킹’ 사냥을 했다. 이 사냥법은 최근까지도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쓰던 방법이다.
털 사라지자 자외선에 노출그러나 털이 없어진 인간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우선 땀을 많이 흘려 그만큼 물에 의존하게 되었다. 건조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이동반경 내에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귀중했다. 물은 계절적으로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정확한 정보를 저장하고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또한 커지는 두뇌 용량과 무관하지 않다. 여하튼 위험을 무릅쓰고 물을 마시러 물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초기 인류 화석들의 상당수가 당시 물가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많은 인류가 물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털이 나있는 피부는 하얗기 때문에 털이 없어지자 자외선에 노출돼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자외선은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보다 돌연변이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임신부와 태아에게 안 좋다. 이를 막기라도 하듯 인간의 피부는 멜라닌 색소를 활성화시켜 치명적일 수 있는 자외선을 차단시킨다. 인체의 멜라닌 색소는 멜라닌 색소를 생산하는 특수한 세포에 의해 생산된다. 피부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멜라닌 세포의 수가 아니라 세포의 활성도다.멜라닌 색소의 생산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1990년대 첫 유전자가 발견됐다.
그 이후 현재까지 적어도 20여개 피부색 유전자가 밝혀졌다. 인간 피부색에 관련된 유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인간의 피부색 역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검은 피부’는 지역에 따라 다른 채도와 명도를 가진 검은 색이다. 이렇게 자외선에 노출된 벌거벗은 인간 중에 멜라닌 색소를 활발하게 생산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되었다. 인간은 맨몸이라는 돌연변이에 검은 피부라는 돌연변이가 추가로 발생한 다음에야 드디어 아무도 무시 못할 사냥꾼으로서의 맵시를 갖추게 되었다.
털에 얽힌 속설
대머리는 침실에서 강하다?털과 관련된 속설도 많이 떠돈다. 털의 기능적 측면에 대한 설도 있지만 성 기능이나 성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이성 앞에서 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간 성희롱이나 음담패설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대머리는 정력이 강하다?=
대머리는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성호르몬 때문에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머리는 주로 유전적인 원인에 따라 발생한다. 남성호르몬은 이 유전인자를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뿐 대머리를 만드는 근본 원인은 아니다. 정력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양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머리와 대머리가 아닌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머리 남성은 강인하게 보여 정력이 좋을 듯하지만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없다.
◇야한생각을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
밤에 야한 생각을 하면서 빗질을 자주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야한 생각을 하면 성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될 것이고, 체모는 호르몬 분비에 따라 자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빗질을 하면 두피와 모근을 자극해 머리카락이 잘 자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호르몬이 모발 생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임신을 하거나 피임약을 섭취하는 등 체내 호르몬 양이 늘어나면 모낭이 늘어나면서 머리카락이 더 빨릴 자랄 수 있다. 또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사춘기에도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져 몸에 더많은 털이 난다. 그러나 야한 생각이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근거없는 추측일 뿐이다. 모발은 호르몬 분비량의 차이보다 성별, 계절별, 건강, 나이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도를 하면 털이 굵어진다?=
면도를 처음 시작하는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로 회자되는 속설이다. 의학적으로 털의 굵기와 수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면도로 수염 등의 털이 굵어지는 것은 아니다. 면도로 굵어진다면 노인의 수염은 상당히 굵어져야 하지만 그 반대로 얇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면도를 하고 난 직후에 바로 자라는 수염은 짧아서 억센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두고 털이 굵어진 것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이야기다. 아울러 수염을 뽑으면 수염의 양이 더 많아진다는 것도 낭설이다. 털을 뽑으면 모근은 남고 털만 빠지는데, 같은 모근에서 다시 나는 털의 수는 이전과 다름이 없다.
탈모의 오해와 진실
빗으로 두드리기 효과 거의 없어◇한번 머리가 빠진 곳에선 머리가 자리지 않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원형 탈모나 남성형(유전성)탈모의 경우엔 머리가 빠진 자리에서도 다시 머리카락이 자란다. 특히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를 볼 수있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세균 감염 등으로 피부 두피가 손상돼 발생하는 탈모의 경우엔 머리가 자라지않는다.
◇빗으로 머리 두드리기 효과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혈액순환을 도우면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빗으로 자칫 강하게 자극을 줬을 경우, 두피에 상처가 나 또 다른 형태의 탈모를 유발할 수 있음으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민간 요법의 효능 믿을 만한가?
대부분 근거가 미약하다. 특히 왕소금으로 머리를 감거나 우유로 머리를 감는 행위는 피부에 자극을줘서 더 나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시중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는 탈모 방지 샴푸에 관해서도 전문가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지루피부염이 원인인 탈모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순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특히 탈모방지샴푸는 약이 아니므로 뚜렷한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
원형 탈모나 유전성 탈모에는 전혀효과가 없다. 다만 검은콩이나 검은깨 같은 블랙푸드는 탈모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식물성 단백질
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조남준 피부과 교수는 “탈모는 치료를 한다고 해도 효과를 바로 볼 수 없고 완치 없이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 사이에서 잘 낫지 않는 병으로 인식돼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 많이 성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주 머리를 감으면 탈모에 좋지 않다?
반대로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탈모를 유발한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것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빠질머리가 빠지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머리를 감을 때 눈앞에서 한 큼씩 머리가 빠지는 것에 대한 시각적 효과가 크다는 것. 물론 하루에 3~4번씩 감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두피에 기름기를 너무 많이 제거하면 반대로 피지분비가 계속해 늘어 나게 되고, 두피의 세균 번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반면 머리를 청결하게 하지 않는 것도 세균 번식에 영향을 준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린 다음에는 꼭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흡연과 음주가 탈모에 치명적일까?
이론적으로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사람에게서 탈모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맞다. 특히 현장에서 환자를 상대하는 교수들 대부분이 “유전성 탈모가 아닌 경우, 상당수의 탈모환자가 흡연이나 음주를 즐기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피부과 홍창권 교수는 “최근 311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확실히 흡연과 음주를 둘 다하는 경우에 탈모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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