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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첩 자식에게도 문호 개방하라”

“비첩 자식에게도 문호 개방하라”



다산의 꿈은 ‘신아구방(新我舊邦 : 낡고 문드러진 나라를 혁신하는것)’이었다. 그의 전 저술은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다산의 저술은 철학과 경영, 두 방면에 걸쳐 있다. 유교 경전을 새롭게 해석한 것은 대중을 계몽하고, 경영의 새 원리를 설득시키려는 의도였다. 예컨대 재래의 주자학이 ‘내면’을 축으로 하고 있다면, 다산은 ‘외면’으로 초점을 이동했다. 그는 유교의 이상인 인(仁)이 주자학의 통념과는 달리,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현되는 공동체적 책임일 뿐임을 역설했다.다산은 “이것이 유교의 본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공자가 말했듯이 인(仁)은 정치를 통해 구현되고 완성될 것이었다.다산의 정치적 구상은 이른바 ‘경세(經世) 3부작’에 담겨 있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지방 행정의 매뉴얼이고, 『흠흠신서(欽欽新書)』는‘인간의 얼굴을 한’ 사법과 행형 시스템이며, 『경세유표(經世遺表)』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조직안의 구상이다.


철학과 경영 파고들어다산은 인재의 선발과 운용을 중시했다. 그의 제안들은 당시로서도 파격적이었지만, 지금도 경영의 원리로 새겨들어야 할 합리적인 원칙으로 손색이 없다.다산은 “누구나 관료 선발에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당시 지역과 신분의 차별은 극심했다. 함경도와 평안도는 아예 버린 땅이었고, 충청도와 전라도 역시 소외됐으며, 유학의 본고장이라는 경상도조차 오래 햇볕이 들지 않았다. 요직은 서울과 경기도의 벌열들, 이른바 경화사족(京華士族)이 독점했다. 그나마도 노론이 중심이어서 그 문은 더욱 좁았다. 다산은 신분을 묻지 말고 오직 재능을 보자고 호소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 신분에 따라 재덕(才德)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미천한 집안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공부한 사람들이 강인한 기질과 명민한 지혜를 더 가질 수 있다.” 과부의 아들이나 비첩의 자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그의 주장은 혁신적이었다. 필자는 조선조가 이 일 하나만 일찌감치 허용했던들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다.관료 선발 시험에 ‘전문성’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전문직인 관료를 뽑는데 과문(科文)이라는 독특한 답안지나,유교적 교양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인재를 뽑을 때 “씨족(氏族)으로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산의 원칙이었다. 학연과 지연을 축으로 하는 연고주의가 붕당을 조장하고 국가의 질서를 뒤흔들던 시대, 다산은 낙하산의 폐단을 준절하게 지적했다.

“신(臣)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나라의 큰 정사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보다 앞선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재 등용은 오직 3년마다 실시하는 과거뿐인데, 그 실상을 자세히 상고해보면, 여기에서 뽑은 사람은 대부분 폐기되어, 이름이 문과방목(文科榜目)에 오르고도 기껏해야 낭관(郎官)에 지나지 않으며, 저 묘당(廟堂)에서 관복을 입고, 국정을 담당하는 우직으로 말하면 오직 별시(別試)와 반제(泮製)에 급제하여 올라온 자라야 차지합니다.”


관료 선발 때 전문성 강조오늘날, 관직을 낙점을 받은 인사들이 해당 기관의 의미와 포부에 대해 짐짓 근엄하게 얘기하는 것을 듣다 실소하는 일이 자주 있다.이른바 정치적 고려는 삼가야 하고, 각 분야의 인력들 또한 권력이나 세평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 정신에 투철해야 희망이 있다.인재를 선발한 후에는 적극적 인사고과가 필요하다. 유교는 덕치를 강조하느라, ‘실적’을 돌아보는 데는 소홀했다.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 있어, 능력의 크기보다 도덕성의 작은 흠결에 집착한다. 다산은 덕망보다 실력을 중시했다. 아니, 덕성이란 실력을 발휘하는 곳에서만 자란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다산은 인사에 있어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경력의 화려함으로 고적(考績 : 관리의 성과를 매김)할 것인가. 학벌에 기대고, 실속 없는 소문에 과장되어 사람을 평가하고 선발하지말자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수도 많고 실력과 광고는 꼭 일치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인선에 지식과 실무를 두루 갖춘 자를 뽑되, 품계와 국량을 아울러 감안해야 한다.” 다산은 이때 일방의 추천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채널에서 파일을 받고, 합의와 조정을 거치라고 강조한다. 특히 당파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 이런 검증 절차는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직접 통치를 겪어본 지방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아래로부터’의 비평과 추천을 인사에 반영하라는 파격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당론(黨論)의 준엄하고 급함으로 관등을 승진시키지 말라.” 다산은 명분을 업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번성하는 사람들을 깊이 경계했다. 강경하고 과격한 목소리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휘두르게 하면, 실질과 조정이 숨을 수밖에 없다. 당론의 목소리가 좌우를 가름으로써 조선의 비극이 예비되었다면 지나칠까.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마지막으로 다산이 관료들에게 꼭 당부한 것이 있다. “일을 기필(期必)하지 마라.”

모든 개혁은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그는 “개혁의 목적은 자기 뜻을 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병을 치유하는 것처럼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다. 다산은 전임자의 시책을 몽땅 뒤엎으려는 뒤틀린 공명심에 사로잡히지 말 것과 필요하다면 전임자의 흠도 덮어주는 금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송나라의 어느 관리가 전임수령이 군량을 축낸 것을 자신이 조용히 충당하다가 다 못 채우고 파직되어가면서도 끝내 변명하지 않던 것을 예로 들었다.


26회 다산문화제 개최한 이석우 남양주시장

“세계적 인물 기리는 자부심 크다”
다산문화제는 어떤 축제인가?

“실학의 대가인 다산 정약용의 인간다운 삶과 위대한 사상을 돌아보는 행사다. 올해로 26회째 행사를 치렀다. 특히 올해는다산 탄신 250년이 되는 해다. 유네스코가 루소, 드뷔시, 헤르만 헤세와 함께 다산을‘세계 기념인물’로 선정했다. 유네스코에서 기념인물로 선정한 국내 인물은 다산이 유일하다. 세계적인 인물을 기린다는 자부심이 크다.”

남양주시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인가?

“남양주시는 다산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강진에서 유배가 풀린 57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눈을 감을 때까지 이곳에서 여유당 전서와 흠흠신서, 아언각비 같은 저술활동으로 학문적 완성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행사를 소박하게 진행한 이유는?

“남양주시 다산문화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인물축제다. 정약용 선생의 삶과 사상을 널리 알려야 하는 축제다. 무엇보다 청렴의 상징인 다산을 기리는 축제인데 낭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다산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정약용 선생은 많은 저술활동으로 유명하다. 알려진 저술만도 500권이 넘는다. 그런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제도와 기술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와 실천,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 삶과 미래에 대한 혜안과 낙관적인 자세도 우리 후손들이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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