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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가 개조한 불법 머플러 3년간 2074건

할리가 개조한 불법 머플러 3년간 2074건

겉으론 개조 근절 캠페인 벌이며 일부 직원 튜닝숍 알선…매장선 “불법 개조 없다” 주장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불법 개조 오토바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타는 사람이야 순간의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겠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시끄럽고 불편한 정도가 아니다.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의 소음으로 청각에 손상을 입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인도에서 갑작스레 굉음을 쏜 오토바이 때문에 임산부가 유산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부 폭주수사팀은 9월부터 50일간 이륜차 불법 개조 집중 단속을 벌였다. 결과 불법 개조 이륜차 961명, 정비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오토바이 64대를 압수했다.

소음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오토바이는 할리데이비슨이다. 이번 이륜차 단속 기간 중 적발된 사례 중 50% 이상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였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의 히피문화를 대변하는 오토바이로 국내에 꽤 많은 매니어를 확보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둔탁한 소음이 매력적인 오토바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했고, 관련 규정도 까다로워졌다. 국내에는 소음 허용기준치인 105dB 이하의 오토바이만 수입할 수 있다.

문제는 105dB 크기의 오토바이로는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운전자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불법 튜닝이다. 일단 정품 오토바이를 구매한 후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소음기가 없는 파이프 머플러를 장착하고 거리를 누빈다. 일부 할리데이비슨 운전자들은 한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국 역시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일부지역은 한국보다 더 엄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부젤라와 맞먹는 크기의 소음불법 머플러를 장착한 할리데이비슨의 평균 소음은 130dB로 기준치보다 25dB 가량 높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경기장을 시끄럽게 만들어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하시킨부부젤라의 소음 크기가 130dB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할리데이비슨의 시동을 걸면 주차된 거의 대부분 자동차의 경보장치를 울리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불법 머플러 장착 오토바이의 경우엔 2000cc급 자동차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의 147배를 배출해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할리데이비슨을 구매할 때 머플러의 튜닝은 운전자들에게 권장사항을 넘어 기본 사항에 가깝다. 서울지방경찰청 김홍주 폭주 수사팀장은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95% 이상이 머플러 불법 튜닝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째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있는 최지훈(가명·41)씨는 “동호회 사람들 사이에선 ‘머플러 튜닝을 하지 않을 거면 비싼 할리데이비슨을 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동호회에 따라서는 튜닝을 하지 않은 할리데이비슨은 왕따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0억 부당 이익에 벌금은 500만원운전자들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 것은 할리데이비슨의 책임이 크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가 초창기 국내에 진출할 때 내건 캐치프라이즈가 ‘할리는 소리를 팝니다’였다. 그만큼 소음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면에는 치밀한 손익계산이 깔려 있었다. 할리데이비슨의 불법 튜닝 머플러를 수입해 운전자들에게 판매 및 장착을 해줬다. 할리데이비슨은 용인시에 기흥모터스라는 회사를 세워 불법 튜닝을 해주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2007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무려 2074대의 오토바이를 불법 튜닝하고 2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회사에는 벌금 500만원, 대표이사에겐 7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적발된 건수만 2074대일뿐 드러나지 않은 건을 모두 합치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074대 불법 개조 오토바이 공판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초, 할리데이비슨코리아는 ‘오토바이 불법 튜닝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머플로 교체는 한국의 도로사정상 맞지 않으며 이제는 순정 오토바이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이었다. 지난해 벌금형 이후 할리데이비슨코리아측은 “일체의 튜닝은 물론이고 튜닝 알선 조차도 하지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서울 강남의 매장을 방문하고, 전화 상담을 받았을 때도 판매 딜러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튜닝에 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심지어는 “이제는 순정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딜러도 있었다. 다만 강남 매장의 딜러에게 집요하게 튜닝에 대한 질문을 하자 “정 튜닝을 원한다면 일단 오토바이를 구매한 다음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는 답변만 들었다.

하지만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의 주장은 달랐다. 할리데이비슨이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불법 개조 권장 및 알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에서는 6월 8일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본사 직원과 통화 녹취록을 들려줬다. 통화에서는 머플러 튜닝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직원이 친절하게 튜닝이 가능한 매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취재 결과 직원이 알려준 회사는 서울시 방배동 소재의 ‘리블릭’이란 튜닝샵으로 과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 일을 했던 직원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였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측은 “우리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이 나가서 튜닝샵을 차린 것은 맞지만 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서울시경찰청 집중 단속 기간에도 이 가게를 단속했으나 그 때는 발 빠르게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닫은 뒤였다. 김홍주 팀장은 “이 회사 외에도 전직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직원이 수십 개의 불법 튜닝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속에 걸려도 업주가 입을 열지 않는 탓에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본사와의 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수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장은 “할리데이비슨의 불법 개조 및 알선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는 할리데이비슨의 불법 개조 업체 알선 녹취 파일을 근거로 6월 국토해양부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진수 협회장은 “최근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매장 직원이 ‘튜닝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단속 정보 1시간이면 퍼져서울지방경찰청 폭주수사팀은 “이례적으로 오토바이를 압수하는 등의 강도 높은 단속으로 서울 내 불법 할리데이비슨의 질주를 막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튜닝샵이 몰려있는 서울 충무로에서 만난 한 시민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하루에도 수십 대의 할리데이비슨이 거리를 누볐는데 최근 한, 두 달간은 거의 못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도로를 누비는 할리데이비슨은 약 20만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중 대부분이 불법 머플러를 장착했다고 본다. 모든 것을 단속으로 막아내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할리데이비슨은 매니어 층을 중심으로 동호회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관련 인터넷 동호회를 방문해보면 회원들 사이에 단속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 기간에 어느 지역에서 단속 중이니 오토바이를 잘 숨겨 놓으라는 글이 쉽게 발견 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이진수 협회장은 “충무로 튜닝샵들 간에는 긴밀한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다”며 “어떤 정보건 1시간이면 모든 튜닝숍들과 할리동호회에 전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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