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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지키고 세금 덜 내야 손 내민다

원금 지키고 세금 덜 내야 손 내민다

물가연동채권·즉시연금·장기채권 인기…부동산은 고정 임대수익 노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올해 주가연계증권(ELS·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증권)이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주식형 펀드나 자문형 랩에 비해 안전하고 연 10% 이상을 바라볼 정도로 수익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ELS에 많이 투자하지 않아요. 이유요? 세금 때문이죠.”

상위 1% 부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신한은행 여의도PB센터 윤태웅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금융자산이 100억원이 넘는 ‘수퍼리치’들은 요즘 자산을 예금, 채권, 펀드에 넣고 그래도 남은 자투리 돈을 ELS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ELS의 세전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두세 배 높지만 수익이 전부 금융소득으로 잡힌다. 예컨대 지난해 초 ELS에 3억원을 넣었는데 연 14%로 1년 만에 상환됐다면 당장 이자소득세 15.4%를 내는 것은 물론 수익을 낸 4200만원이 고스란히 과표로 잡힌다.

ELS 투자 한 건만으로(4000만원 초과 분에 한해) 다른 소득(부동산임대소득, 사업소득 등)과 합해 41.8%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 대상에 오르는 것이다. 조금 더 벌어 세금으로 내느니 처음부터 수익률이 낮아도 세금이 적거나 없는 금융상품을 찾는 게 낫다는 것이 부자들의 생각이다. 아니면 금융소득에서 제외되는 분리과세 상품을 찾아 투자하는 게 이득이라고 본다.



정치권의 부자 증세 움직임에 민감부자들이 절세에 더욱 민감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년 전만해도 이들 역시 일반 투자자처럼 세금 몇 푼 아끼기보다 높은 수익률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부유층 증세 얘기가 나오고, 실제로 내년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절세에 관심을 갖는 부자가 늘었다는 게 PB들의 얘기다.

수익률이 낮지만 세금도 적은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투자자문사 박상철 세무사는 “과거에는 상속세나 증여세 같은 이야기가 아니면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 설명을 하면 고객들의 눈빛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10억원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박모(53)씨는 10월 만기가 돌아온 10억원의 정기예금을 즉시연금으로 전환했다. 즉시연금은 한번에 목돈을 맡기면 다음달부터 매월 또는 매년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박씨가 여기에 투자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절세 때문이다. 10년 이내에만 해지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가연동채권(물가채)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가채는 물가상승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1.5% 가량의 낮은 표면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뗀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월 500억원 수준이던 물가채 판매 금액이 올 상반기엔 1500억원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최철식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지점 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라며 “물가채는 2015년 이전까지는 표면금리에만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장기채권도 부자들의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다. 장기채권은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 때 잔존기간(만기까지 기간)이 긴 국채일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장기국채를 한 번 이상 거래해 본 부자들은 10년 만기 국채와 물가채보다 20년 만기 국채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년 만기 국채의 경우 1년 이후 금리가 0.3% 정도만 떨어져도 채권매매 수익률은 거의 두 배에 이른다.

30년 만기 국채의 경우 금리하락 때 잔존기간에 대한 할인율이 적용돼 그만큼 장기채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삼성증권 도곡동지점 백혜진 PB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20년물 국채를 산 부자들은 연 수익 20% 정도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이득이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은 장기채권에 대한 매력을 잘 모른다”며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에는 채권 투자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7%인 브라질 채권은 부자들이 빼놓지 않고 투자하는 상품이다. 브라질 국채는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세금을 물지 않는다.

자산분배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과거 부자들의 투자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정성과 절세가 우선 투자 순위다. 우리투자증권 조재영 프리미엄블루센터장 “지금은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해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자산을 지켜가고 있다”며 “부자들은 글로벌 경기상황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은 줄어KB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향후 현금과 예적금을 자산으로 보유하겠다는 투자 의향이 39%에 달했다. 1년 전 26%에 비해 13%포인트 늘었다. 채권 비중도 3.5%에서 10.8%로 늘릴 만큼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PB들도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나 머니마켓펀드(MMF), 3개월 미만의 채권이나 신탁상품 등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태웅 센터장은 “30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 중 절반 가량이 전체 자산의 40% 정도를 현금이나 단기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계좌는 시장이 급격히 변동할 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는 “현재 상황은 각국 증시 대책이나 경기부양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잠깐 돈을 묶어두는 현금성 자산 늘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투자에는 보수적이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부자들은 지난 1년 간 부동산 자산을 줄였다. KB금융연구소 양원근 소장은 “국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은 14%포인트, 수도권은 17%포인트 자산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다. 그는 “아파트나 토지 등의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고정적 임대수익 확보를 위해 서울 강남권 소재 상가와 빌딩 등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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