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비결은 혈통관리 1등급 이상 고급육 98%

서후열(64) 봉이농장 사장은 주변 농가들 사이에서 ‘회장님’으로 통한다. 35년 동안 고향인 경북 경산에서 한우 사육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우 송아지 7마리로 시작한 농장이 한우 230마리 규모로 커졌다. 서 사장은 일찍 종자개량과 고급육 사육에 눈을 떴다. 외환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품질관리에 애쓴 결과 시세가 한우 kg당 3000원일 때 4300원을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차별화라는 게 뭔지 깨달았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한우협회가 결성되기 시작했다. 서 사장은 경산 지역 발기위원으로 자비를 털어 농가들을 직접 방문하며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득했다. 협회가 결성된 후 구제역이 닥쳤을 때 시청 축산담당 과장에게 어려운 방역 실정을 알리고 행정지원을 이끌어내면서 한우협회 경산시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교수·연구원들로 구성된 농협중앙회 사료분사 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35년 노하우로 사육한 한우는 다른 농가보다 값을 10% 정도 더 받는다. 봉이농장 한우의 98%가 1등급 이상 고급육이다. 봉이농장 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은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난다고 평가한다. 서 사장의 사육 비결은 혈통관리와 사료 조절이다. 등심이 적으면 등심 단면적이 넓은 정액을 골라 수정하는 식으로 부족한 점을 하나씩 메워 우수한 혈통을 유지해왔다. 소가 한창 자라는 육성기에는 배합사료가 아닌 볏짚, 옥수수로 된 조사료를 먹였다.

“95년에 쇠고기 등급제가 도입됐어요. 고급육 생산을 위해 일본 북해도에 견학을 가 조사료의 중요성을 배웠지요.” 육성기에 조사료를 중심으로 먹이면 출하 시에 사료를 잘 먹지 않아 등급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는 직접 옥수수 농장 법인을 운영해 사료 원가를 10~15% 절감했다.

사육환경에도 신경을 썼다. 봉이농장은 흔히 축사에서 나는 냄새나 파리가 없다. 수시로 축사를 청소하고 매주 물 소독을 한 덕분이다.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축사 바닥에 생석회를 뿌려 질병 위험을 차단한다. 또 사육 밀도를 낮춰 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이렇게 키운 한우는 100% 농협으로 출하된다. 3분의 1은 농협 도매시장으로, 3분의 1은 서울 하나로마트로 직행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지자체 광역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농협을 통해 판매하기 전에는 농장에 상인이 직접찾아와 흥정하는 ‘문전 거래’를 했다. 서 사장은 “농협에서 열심히 키운 만큼 제값을 받게 해준다”며 “문전 거래가와 많게는 마리당 200만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근 서 사장의 관심사는 친환경이다. “광우병 파동과 FTA 발효를 보면서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느꼈어요.” 봉이농장은 4년 전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지정 받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아 현재 100% 친환경 축산물로 인정받는다. 서 사장은 “후배들에게 친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닌다”며 “나는 ‘자격증 없는 강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