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서면 애플만 손해다
삼성과 애플이 서로에게 아무런 애정도 남지 않은 듯하다. 두 첨단기술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싸움을 해왔다. 세계 각지에서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 고소에 맞고소로 맞서며 50건이 넘는 소송전을 진행해왔다. 이제 완전히 갈라설 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칩을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그들의 자녀, 다시 말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앞날도 힘들어질 판이다. 두 기기의 겉은 애플이지만 안의 심장은 삼성 반도체칩으로 이뤄졌다. 현재 애플 iOS 운영체제를 채택한 모든 기기는 삼성 프로세서로 작동된다. 애플의 삼성 프로세서 주문량이 어림잡아 한해에 2억 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할 듯하다. 모바일 업계 전문 블로그 아심코는 애플이 2013년부터 삼성 프로세서 주문량을 줄여나가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2014년에는 이혼서류에 완전히 도장을 찍을 듯하다. 삼성에서 만든 프로세서는 모두 삼성 제품에 쓰이게 된다. 애플은 다른 업체로부터 칩을 공급받는다. 시장을 뒤흔드는 이혼이다. 애플과 삼성, 그리고 업계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줄 듯하다.
세계 양대 기업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통상적인 이혼은 봉합이 불가능해진 뒤에야 변호사들이 개입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변호사들이 가장 먼저 나섰다. 지난 8월 미국의 한 배심원단은 삼성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결론짓고 10억 달러 안팎의 손해배상을 지불하도록 했다.
삼성은 그 평결을 가리켜 “미국 소비자의 손실”이라며 항소했다. 공교롭게도 애플이 보유한 특허는 막대하다. 그중 하나를 침해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설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삼성이 최근 출시한 제품 중 일부는 확실히 약간 애플 기술의 영향을 받은 듯이 보인다. 그 논쟁은 법정 안팎에서 계속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난 8월 애플은 공세를 갑절 강화했다. 삼성 휴대전화와 태블릿 17종을 겨냥한 또다른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애플에 공급하는 칩 가격을 20% 인상하며 맞불을 놓았다. 현재 삼성이 생산하는 칩의 23%가 애플에 직접 판매된다.
애플은 이미 칩 주문을 줄이고 대만 제조사들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와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컴퍼니(TSMC)다. TSMC는 세계의 선도적 칩 제조사로 손꼽힌다. 하지만 결별과정이 어지럽다. 단기적으로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판매되는 모바일 제품용 부품의 수십억 달러 계약을 잃게 된다. 하지만 삼성에는 자사 제품용으로만 칩을 생산하는 데 따르는 혜택도 어느 정도 있다.
디지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삼성의 프로세서 주문량은 올해 3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프로세서로 작동되는 안드로이드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삼성 프로세서가 전부 삼성 제품에만 장착된다. 그때 가면 자사 브랜드 제품을 위한 공급능력이 2012년에 비해 270% 상승한다. 따라서 삼성은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데 큰 불만이 없다.
애플은 어떨까? 삼성과 결별하면 새로운 대형 납품업체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단일 제조사로서 삼성만큼 대량 공급할 만한 회사가 거의 없다. 인텔도 맥북 칩을 대량으로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따라서 애플은 하나 이상의 회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칩 제조사마다 모델·디자인·표준·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애플이 대단히 중시하는 애플 아이월드의 확실한 통일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사실상 삼성과 애플 모두 외부와 차단된 자신들만의 성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처럼 디자인과 제조를 통합하는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애플은 항상 소비자가 이용하는 모든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부품까지 훨씬 더 많이 만들어야 할 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왜 애플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참고 살아가지 않을까? 간단히 말해 그 결정은 경쟁사들에 대한 애플의 반감, 그리고 자신들의 제품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애플의 “울타리 정원” 방식은 아름답고 단순하지만 기능적으로 폐쇄된 첨단기술 생태계를 조성한다. 그런 전략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애플 맵스의 실패가 있었다. 큰 사랑을 받던 구글 맵스 플랫폼을 iOS에서 밀어내려던 경쟁심에서 비롯됐다.
애플이 사과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애플은 이용자가 일정을 체크할 때 구글이 아니라 아이캘을 사용하기 바란다. 기사를 “나중에 읽기” 위해 저장할 때 인스타페이퍼 대신 사파리를, 파일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때 드롭박스 대신 그들의 에어플레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바란다.
애플은 이용자가 아이튠즈로 내려받는 파일에 복사방지 기능을 심어 애플 제품을 통해서만 쉽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려 한다. 따라서 애플 스토어에서 판매가 허용되는 앱을 철저히 심사한다. 이용자는 불필요하게 새로이 아이폰 및 아이팟 전용 플러그와 랩톱 네트워크 커넥터를 장만해야 한다.
“언제나 오로지 애플” 전략은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이 더 개인화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open source, 원천기술 개방형)화함에 따라 어느 한 회사가 “만인”을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계하기는 어렵게 됐다. 애플의 기업용 제품들은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통을 자랑하는 오피스 제품군을 따라 가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doc 파일 대신 페이지스(아이패드 문서작성 앱) 파일을 마지막으로 보낸 게 언제였던가? 애플은 이용자가 폐쇄되고 오염되지않은 생태계 안에 머물러 주기를 원한다. 가끔씩 애플의 허가를 받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신제품 출시를 통해서만 진화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또 다른 대형 공급선 개편을 고려 중이다. 2005년부터 애플 노트북에 장착했던 인텔 칩을 ARM 홀딩스 기술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칩으로 교체할지도 모른다. 제조는 이번에도 대만의 TSMC가 맡는다. 애플은 그런 가치사슬에 대한 통제를 더욱 확대해 그들 제품을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애플의 주요 모바일 경쟁사인 구글과 삼성의 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변경가능하며 융통성이 있다. 애플은 문간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다수의 앱과 개발자들을 받아들인다.
구글은 DIY 기술, 이용자가 변경 가능한 휴대전화, 경쟁사를 포함한 모든 업체의 플랫폼에서 작동되는 보조 소프트웨어의 증가 추세를 받아들인다. 구글은 최근 오픈소스 컴퓨팅 플랫폼 아두이노에 기초한 안드로이드 오픈 액세서리 표준을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그것을 이용해 안드로이드폰용 주변기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다.
애플은 삼성에 등을 돌림으로써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진은 그런 고통스러운 결별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정은 단지 팀 쿡 CEO 팀의 소산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메아리다. 경쟁자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도난품” 안드로이드와 “열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며, 항상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축소하던 그 잡스 말이다.
잡스는 다양한 디자인과 개발자 옵션으로 혼탁해지지 않으며 아름답고 손쉽게 이용 가능한 직관성을 모색했다. 덕분에 울타리 정원을 조성했지만 그 울타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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