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S - 두뇌와 주먹의 ‘멀티플레이’
1992년 냉전 막바지(the death throes of the Cold War). 프랑스 미술가 엥키 빌랄은 대하 만화소설(graphic novel) ‘니코폴 3부작(The Nikopol Trilogy)’의 마지막 편을 출간했다. 지구종말 이후 파리에서의 황량한 삶을 묘사한 그림책이다. 그런 거친 세계의 스포츠라면 피에 굶주린 문화를 반영하리라고 빌랄은 추론했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조합을 고안해낸다(invents an absurd mashup).
복싱과 체스의 결합이다. 선수들이 링 위와 보드판에서 대결을 벌인다. 장면은 20년을 건너뛰어 현재로 바뀐다. 그가 상상했던 핵 폭발로 인한 지구종말은 오지 않았다(may not have come to pass). 하지만 그가 고안했던 스포츠는 번성한다. 기이하면서도 시선을 끄는 체스 복싱 스포츠에 열광하는 열혈 투사가 250명을 웃돈다(More than 250 fight knights are devoted adherents).
튀는 아이디어로 알려진 공연 예술가 이퍼 루빙이 10년 전 베를린에서 최초로 실제 대결을 기획했다. 루빙은 이를 “최고 두뇌 스포츠와 최고 격투 스포츠(the No. 1 thinking sport and the No. 1 fighting sport)”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관중 300명을 몰입시킬 극적인 드라마가 없을까봐 걱정됐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체스 경기때 바를 찾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심취했다.” 자신을 얻은 루빙은 세계체스복싱기구(WCBO)를 창설했다.
주먹싸움과 두뇌싸움을 결합한 이 초현실적인 스포츠(this surreal combination of knuckle dusting and brain twisting)의 규칙은 간단하다. 두 선수가 복싱(3분)과 체스(4분)를 번갈아 하며 최대 총 11라운드의 대결을 벌인다. KO나 체크메이트(외통수 장군)가 나오면 승부가 결정된다.
11회전이 끝날 때까지 승패가 갈리지 않으면 링에서 얻은 점수로 승패를 정한다. 베테랑 선수 데이비드 파이퍼(전기작가 겸 소설가)는 체스 복싱의 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며 공격을 받으면 맞받아치게 된다. 하지만 체스를 하려면 그런 충동을 조절해야 한다. 관중 모두 그 논리에 금세 매료된다. 바로 그런 점이 그 경기를 관전하는 재미다.”
미국의 대표적인 체스 복싱 스타는 신장 206cm의 앤드류 맥그리거다. LA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는 그는 여러 차례 고되고 험한 전쟁지역 취재를 다녀온 후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이 스포츠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비 피셔가 누군지, 무하마드 알리가 누군지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이 왜 우상인가?” 그가 묻는다. “체스와 복싱 모두 신화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맥그리거의 제자들은 종종 LA의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아마추어 규칙에 따라 야외 대결을 벌인다(링에서 헤드기어 착용 적극 권장). 그와 마찬가지로 그들 중 다수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수단으로 체스 복싱을 한다. 실제로 맥그리거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신에게서 훈련 받는 다수의 제자를 위해(as a nod to the number of brokenhearted brawlers he trains)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때 LA 도심에서 체스복싱 시범경기를 개최할 계획이다.
맥그리거의 지부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 수십 개의 체스 복싱 단체가 설립되고 있다. 최근 인도 콜카타의 토너먼트에 150명이 참가했으며 상하이에도 새로운 단체가 생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득해 앞으로 10년 내에 그 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킨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문제는 물론 자금이다. 그런 점에서 2월 중 파리에서 열리는 두 행사가 의미 있다. 2월 1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체스 복싱의 가장 유명한 두 파이터 독일의 프랑크 스톨트와 벨라루스의 레오니드 체르노바에프가 시범경기(an exhibition match)를 가졌다. 이 홍보행사 몇 주 뒤엔 모금 경매행사가 이어진다. 그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15만 유로를 호가하는 예술품이다. 체스 복싱의 대부인 만화소설가 엥키 빌랄이 기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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