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OREA 2030 POWER LEADERS - 나이 들어도 ‘감’ 잃지 않았으면…
- 2013 KOREA 2030 POWER LEADERS - 나이 들어도 ‘감’ 잃지 않았으면…

1월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7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지드래곤이 4관왕에 올랐다. 쎄씨 인기상·음원본상(솔로앨범 ‘크레용’·빅뱅 ‘판타스틱 베이비’)·MSN인터내셔널상이다. 음원 본상을 수상한 두 곡 모두 지드래곤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그는 ‘거짓말’ ‘하루하루’ ‘Tonight’ 같은 빅뱅의 많은 히트곡을 프로듀싱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이 120곡을 넘어 한해 10억원 이상 저작권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드래곤은 직접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 할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아이돌 중 한 명이다. 세상의 고민을 다 짊어진 듯 미간을 찌푸린 표정과 무대 위에서 관객을 도발하는 모습이 때로는 ‘허세’로 비치지만 지드래곤은 말한다. “나는 음악을 할 뿐”이라고. 대중의 호응이 그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2009년 8월 선보인 첫 솔로앨범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는 그 해 단일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3년 만에 나온 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는 발매 한 달 여 만에 17만1512장이 팔리며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지드래곤이 모든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200’ 앨범 차트에 161위로 진입했다.
그가 속한 빅뱅은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K팝 파워 셀레브리티 10’ ‘2012 코리아 파워 셀레브리티 40’에서 각각 1,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빅뱅의 하루 수입이 2억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의 트위터 팔로워는 122만5899명(1월 20일 기준)으로 연예인 트위터 중 팔로워 수가 10번째로 많다. 남다른 패션 감각 덕에 명품업계에서도 러브콜을 받는다.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지드래곤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런던에는 왜 갔나.
“쉬려고 왔다. 프랑스에 들렀다 갈 생각이다.”
2년 연속 2030 파워 리더에 선정됐는데.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뽑아주시니 기분이 좋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지 시간으로 1월18일 오후 10시20분. 시차 때문인지 목이 많이 잠겼다. 질문에 짧게 답하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음악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말투가 생각보다 차분했다. 자신의 의견을 낼 때는 ‘아직 어리지만’ ‘갈 길이 멀지만’ ‘부끄럽지만’ 같은 전제를 깔거나 말하기 전 충분히 시간을 뒀다.
아이돌 가수를 넘어 아티스트라고 평가 받는다. 스스로 음악적인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아이돌과 음악가·연주자 모두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걸 대중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같지 않나. 한국은 유독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구별하는 것 같다.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어린 친구가 자기 색깔이 있는 음악을 하니까 좀 더 호응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남이 주는 음악, 만들어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표현하니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한 친구 집에 갔다가 미국 힙합 가수 우탱클랜의 ‘크림’을 들었다. 그전까지는 한국 가수들 노래와 춤을 흉내 내는 게 전부였는데 외국 가수의 CD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친구들과 장난 삼아 가사를 쓰고 랩퍼를 꿈꿨다.”
그는 2006년 빅뱅으로 데뷔했지만 연예계에 발을 들인 것은 훨씬 전이다. 어릴 때부터 지드래곤의 ‘끼’를 알아본 눈이 많았다. MBC 뽀뽀뽀에 출연한 ‘꼬마 지용이’를 룰라 이상민이 스카우트해 한동안 ‘꼬마 룰라’로 활동했다. 팀이 해체된 후 스키장 춤 대회에서 1등을 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눈에 띄었다. 5년 정도 SM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를 만났다.
당시 지드래곤이 마음에 든 양 대표가 지드래곤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무조건 YG로 갈 거라고 떼를 쓰라”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YG에서 6년 간 연습생을 거쳐 빅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요즘은 어떤 음악을 듣나.
“매일 듣는 앨범이 있다. 트리니다드 제임스라는 랩퍼다.”
어떤 점에 빠진 건가.
“랩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밖에 안된 가수인데 몸에 밴 듯한 음악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이나 세련된 음악이 아니라 거친 사운드라서 좋다. 처음 외국 음악을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
지드래곤은 한 인터뷰에서 곡을 쓸 때마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예전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자신을 보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가수 원타임 테디가 인생 멘토인간 ‘권지용’과 무대 위 ‘지드래곤’은 어떻게 다른가.
“보이는 그대로다. 아직 어리지만 인생의 반을 무대에서 보냈다.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게 드러나는 것이다. 예능이나 일상생활에서는 내가 개그맨보다 웃기거나 누구보다 나을 게 없어 부끄러워하고 약한 점이 보이는 거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가장 힘든 때는.
“창작의 고통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나이지만 누구나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히트곡을 많이 쓴다고해서 고통이 덜하거나 더하지 않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이제 마음 속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면 할수록 더 고통스럽지만 곡을 좋아해주는 팬들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롤 모델이 있나.
“어렸을 때부터 테디 형(원타임 테디)에게 많이 배웠다. 빅뱅·지드래곤 앨범은 모두 테디 형의 자문과 확인을 거쳤다. 음악적인 롤모델은 많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만나는 형은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멘토다.”
시간이 날 때는 뭘 하나.
“이러고 지낸다. 외국을 여행하는 게 좋다. 휴식을 취하고 음악적 영감을 받는다. 일 때문에 외국을 갔을 때 이국적인 문화와 풍경이 많은 영감을 주더라.”
그는 영화 대사 한 문장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사물과 대화(?)하며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가장 어려우면서 큰 목표다. 지드래곤·빅뱅·YG라서 음악을 들어주는 건 싫다. 어느 곳에서 누가 불러도 노래가 좋아서 듣는 음악을 하고 싶다. 원래 성격이 꿈을 정해놓고 사는 편이 아니다. 큰 탈 없이 오래도록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다. 아, 나이가 들어도 ‘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넌지시 ‘제작자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2의 이수만·양현석·박진영으로 성공할 아이돌 1위로 뽑혔지만 그는 “두렵다”고 말했다. “양 사장님(양현석 대표)을 십 수년 동안 봐왔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비즈니스를 한다 해도 양 사장님 손바닥 안이지 않을까요(웃음).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 할때가 제일 멋있잖아요. 그 뒤를 받쳐줄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으면 더 좋고요.”
잠시 생각하던 지드래곤이 “만약 사업을 하게 된다면…”이라고 다시 말을 꺼냈다. “문화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으면 뭔가 해보고 싶긴 해요.” 지드래곤은 자타가 공인하는 패셔니스타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스타일이 음악 못지 않은 큰 관심을 끈다.
제작자보다 패션사업에 관심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도 행복하다.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받는 많은 것을 익숙하게 여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행복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연습생 때는 음악 하나만 보고 열심히 했는데 어느 순간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더라. 연습생 때가 행복했다.”
지드래곤에게 음악이란?
“흠…, 음악이란…, 음악은 글쎄…. 음악은 그냥 음악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제나 들으면 즐겁고 위로 받을 수 있다. 갓난아기가 부르든 조용필 선배님이 부르든 들었을 때 ‘아, 좋다’ 하면 좋은 음악인 거다. 나도 그런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음악 안에 많은 메시지를 담는 것도 좋지만 버스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순간이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는, 그런 음악 말이다.”
지드래곤은 곧 귀국해 빅뱅의 월드투어 콘서트 한국 앵콜 공연에 참여할 계획이다. 4월에는 홀로 월드투어에 나선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주요 도시에서 시작해 해외 각국으로 나갈 예정”이라며 “후쿠오카·사이타마·오사카 세 도시에서 하는데 예상 관객 수는 총 23만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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