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ORLD BASEBALL CLASSIC - 왼손투수 부족하지만 팀워크로 잘 메울 수 있어
2013 WORLD BASEBALL CLASSIC - 왼손투수 부족하지만 팀워크로 잘 메울 수 있어
2006년 3월 14일 미국 에인절 스타디움.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8강 리그의 두 번째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맞붙은 상대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 선발투수는 메이저리그 다승왕(22승)에 빛나는 에이스 돈트렐 월리스였다. 1회말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윌리스의 초구가 손을 떠났다. 몸쪽 낮은 직구였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꽂혔다. 솔로 홈런이었다. 4회 공격에서는 최희섭이 통쾌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투수들의 역투도 돋보였다. 선발투수 손민한을 시작으로 김병현·구대성·오승환이 이어 던지며 미국 타선을 3점으로 틀어막았다. 7대3 완승이었다.
“처음에는 메이저 리거들이 다 나오고 하니까 두려움도 있었지. 걱정 반, 기대 반 이러면서 경기를 했어요. 그때까지 했던 경기나 환경이나 모든 게 새로웠으니까. 그런데 미국과 시합을 하는 도중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아, 이거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지. 미국을 잡고나니까 그 때부터 힘이 솟는 거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WBC 1회때 미국에 짜릿한 승리를 거둔 순간을 회상했다. 첫 출전 당시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멕시코와 미국을 잇따라 이기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위원장은 2006년 열린 제 1회 WBC와 2009년 2회 WBC 감독을 연이어 맡았다. 한국 대표팀은 1회 WBC에서 4강에 올랐고 2회 때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 국민을 열광 시킨 그에게 ‘국민 감독’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치로에 맞은 결정타 잊혀지지 않아김 위원장은 지난 2월16일 대만으로 떠났다. WBC 전력 분석팀으로 유남호 경기운영위원, 유지훤 전력분석위원과 함께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출국 하루 전날 오후 김 위원장을 만났다.
WBC 1회 대회 때 미국을 이긴 비결은.
“1회 때는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투수 하고 수비였어요. 전부 근소한 스코어로 이겼거든. 그래서 승리하게 된 이유가 투수와 수비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 전 스코어가 크게 났던 것이고. 그러다 보니 우리 대표팀이 자신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WBC 1, 2회 출전 때 성적을 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나요.
“사실 1회 때는 뭣 모르고 한 거야. 하다 보니 그렇게 됐지. 그런데 미국전을 딱 이기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1회 때는 6승 1패로 성적이 가장 좋았어요. 자신감이 생기고 나니까 2회 때는 훨씬 편했지. 그래서 4강 이상은 들어야겠다는 맘을 먹었어요. 목표는 그렇게 잡았는데 준우승까지 하게 된 거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낸 원동력은.
“아무래도 우리가 다른 나라 대표팀들 보다는 뭉치는 힘, 팀워크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짧은 기간이지만 비교적 잘 뭉치는 것이 한국 대표팀이 아닌가 싶어.”
WBC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9년 2회 결승전에서 연장 10회에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맞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이 경기를 경험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요. 이게 다시 나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은 이렇게 가야 하는구나’라고 다시금 일깨워 준 장면이었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으면서 이 나이에 야구가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가르쳐 줬단 말이지.”
그 경기를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나요.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얘기하면 야구는 하면 할 수록 너무 어렵다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크게 확대가 되기도 하고, 2대 8로 막 기우는 상황이어도 끝에 가서 뒤집히는 경우가 나온단 말이야. 그래서 야구가 너무 어려워.”
선수들을 이끌 때 어떤 리더십이 중요합니까.
“리더는 그렇지, 하여간 자기가 결단을 내리면 주위에서 진정으로 따라와 줄 수 있어야 해. 건성으로 따라오거나 속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사람을 무조건 끌고 가는 것은 아니라고 봐. 감독 앞에서만 따라온다면 경기에서 그런 것들이 드러나게 돼 있거든. 결단을 내린 다음에 이렇게 가자 했을 때 모두 따라줘야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 싶어.”
진정성을 얻기 위한 감독님의 노하우는.
“그대로 하면 되지, 그대로. 사람마다 맥박이며 신체조건이 다 다르잖아. 그걸 구분해서 훈련이든 뭐든 해야지 다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신인급들은 많이 던져야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훈련량을 줄여주고. 다 다르게 해도 나중에는 하나가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해요.”
이기고 나서 귀국할 때 기분은.
“로스앤젤레스 현지, 뭐 그런 곳에서도 교민들이 정말 큰 환영을 해줬어. 식당을 가든 어딜 가든 현지에 계신 교포들이 참 수고 많았다는 말을 대표팀에게 해줬지. 그러고나서 귀국을 했는데 이건 뭐 상상을 초월하는 거야. 개인적으로도 회사에서 대대적인 환영식을 해줬지.”
연속 WBC 감독을 맡아 한화 감독으로 손해 아니었나요.
“그렇지도 않아. 2006년에 한국 시리즈에도 나갔고. 전문가들이 한화가 강팀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성적은 괜찮았다고 봐. 그런데 마지막 해에 운이 좀 안 따랐다고 우리끼리 얘기해.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약해지는 상황이었어. 은퇴도 많이 했고, 주포인 김태균과 이범호가 아주 비슷한 시기에 부상을 당해 한 달 정도를 못 나왔지. 꼭 WBC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우리의 장점 ‘팀워크’ 살려야이번 3회 WBC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번이 3번째이니 선수들이 자신감은 있을 거야. 신인 선수들은 처음이겠지만 2회 연속 나오는 선수들도 있으니까 자신감은 있다고 봐야지. 대진 운도 괜찮은 편이야.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왼손 투수 숫자가 부족하다는 거지.
류현진이나 김광현·봉중근이 빠진 것이 아쉬워. 장원준이나 박희수도 잘하는 선수지만 말이야.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1회 때도 그랬고, 2회 때도 그랬듯이 큰 시합 때는 예상 밖의 선수가 펄펄 난다는 거지. 이번에도 그런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예상 외로 활약한 선수가 누구였습니까.
“2회 때 봉중근 같은 선수야. 당시 김광현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잘해줘서 모두가 기대 했는데 의외로 봉중근이 활약하더라고. 정현욱은 국내에서도 잘하긴 했지만 그 대회에서 그렇게까지 잘할줄은 몰랐지. 두 선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미국·일본과 비교해서 이번 대표팀의 장·단점은.
“단점은 역시 왼손투수가 부족하다는 거야. 훈련해서 하루 아침에 기술이 늘도록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적재적소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해야지. 히든 카드를 가지고 있다가 쓰는 전략이 필요해요. 우리가 늘 장점으로 여겼던 팀 워크를 살려야해. 강한 자신감으로 하나로 뭉쳐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나서야 해.”
류중일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점수를 초반에 내주더라도 서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너무 경기에 몰두하고 점수를 더 뺏기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으니까. 그게 염려 되는 부분이지. 야구라는 것이 도중에 역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늘 오니까 말이야.”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우리 야구 팬들이 그래도 김인식이 시합하는 경기는 늘 재미있었다, 화끈한 타격전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투수 출신이라 함께 했던 좋은 투수들도 많았지. 특히 류현진은 메이저 리그에 나가기도 했지만 말이야. 난 의외로 공격적인 경기를 많이 했어요. 내가 그걸 좋아해서 몰아가기도 했지만. 그래서 내가 역대 감독 중 제일 번트를 안대는 감독 중 하나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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