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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때 전입신고 조항 꼭 챙겨야

계약 때 전입신고 조항 꼭 챙겨야

전입신고 해야 소득공제 … 오피스텔·고시원 월세는 공제 혜택 없어



4월에 결혼하는 대학원생 김성훈(32)씨는 최근 서울 합정동 역세권에 신혼집을 얻었다. 53㎡(옛 16평)짜리 연립주택으로 계약 조건은 보증부 월세다. 이른바 반전세다. 그는 “아직 학생이라 양가 부모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며 “전세 부담이 커서 월세를 택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친구들 역시 전세보다 월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잡코리아가 미혼 남녀 직장인 274명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부담 정도를 조사한 결과 ‘부담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7%, ‘매우 부담된다’고 답한 건 39.8%였다. 10명 중 8명이 만만찮은 전월세 보증금 액수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더 큰 부담을 느낀 쪽은 목돈이 들어가는 전세다.

전세보다 비용이 덜 드는 월세 보증금은 김성훈씨처럼 부모에게 받은 경우가 적잖다. 대출을 받은 123명 중 월세 거주자의 37.5%는 ‘부모님·친지에게 빌렸다’고 응답했다. ‘캐피털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25%로 전세(8.8%)의 경우보다 높았다. 이에 비해 전세 거주자는 70.3%가 은‘ 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 받았다’고 답변했다.



전셋값 올라도 월세 이율은 떨어져월세 거주자는 평균 1173만원(보증금의 70.8%)을 대출 받은 데 비해 전세 거주자는 3300만원(보증금의 56.5%)을 빌렸다. 초기에 들이는 비용이 적은 월세에 그만큼 세입 예정자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13만 6025건 중 39%(5만2737건)가 월세 계약이었다. 무보증부 월세나 사글세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세 거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셋값 급등으로 사회 초년병 사이에선 “전세도 사치”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상승세이지만 월세 이율(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3.9%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한국감정원 분석 결과 월세 이율은 최근 몇 년 간 전국에서 꾸준히 내림세다. 수도권에선 2010년 6월 0.94%였지만 올 2월엔 0.85%였다. 서울에서는 2011년 6월 0.87%에서 지난해 6월 0.84%, 올해 2월 0.81%로 떨어졌다.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에서 0.85%, 강남 11개 구에서 0.79%를 기록한 것의 평균값이다. 전셋값은 올랐지만 월세는 거의 그대로였다는 얘기다. 그만큼 월세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뜻이다. 전셋값 오른 만큼 월세를 올리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월세가 늘어난 다른 중요한 요인은 안전 문제다.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경우가 속출해 세입자로선 월세를 더 안전한 수단으로 여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대출금과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쏟아져서다. 특히 세를 든 주택이 대출금을 못 갚아 경매에 들어가면 세입자로선 보증금 전액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깡통주택 경매 대상이 된 주택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사례는 5804건에 달한다.

경기도 용인의 한 84㎡(25평) 아파트에서 2억원에 전세살이를 하던 유하준(가명·45)씨는 얼마 전 참담한 상황을 겪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애초 감정가격이 4억원대였던 집은 여러 차례 유찰된 끝에 올해 초 3억원대에 간신히 팔렸다. “부동산 말만 믿고 선뜻 전세로 계약한 게 후회 됩니다. 은행이 선순위 저당권으로 2억원을 가져갔으니 저한테는 1억원도 안 남았네요. 그나마 받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저당금액 집값 30% 넘지 않아야유씨와 비슷한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조사에서 19만 가구가 깡통전세 피해를 입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의 평균 20%를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우스푸어’에 이은 ‘렌트푸어’의 위기다. 월세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보증금을 덜 내면 큰 돈을 잃을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목돈을 날릴 위험에 시달리느니 보증금 지출을 줄여 월세로 전환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 세입자 600명 중 51.7%가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전세 기피·월세(반전세)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월세가 대세이지만 거래할 땐 신중해야 한다. 우선 전세보다 보증금에 대한 부담은 적지만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월세 계약때도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 저당 금액이 집값의 30% 이하면 보증금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집이 경매에 들어가면 아파트는 시세의 80%, 빌라는 70%에 낙찰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미 잡혀 있는 근저당권 금액과 자신의 보증금을 더했을 때 집값의 70∼8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박미정 생활경제상담센터장은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계약 했더라도 파기하면 책임을 져야 하므로 가계약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입신고도 필수다. 이사와 동시에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경매나 공매가 진행될 때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만 배정 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전입신고를할 때는 세입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다른 가족의 주민등록도 유효하다. 우선변제로 보호하는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이 7500만원 이하(서울시 기준)인 경우다. 그중 2500만원은 후순위라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변제 받을 수 있다.

‘월세족’은 연말정산에서 월세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2009년 월세 소득공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해까지는 세전 급여가 3000만원 미만인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해당됐지만 올해는 급여액 기준이 5000만원으로 완화돼 더 많은 세입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요건이 까다롭고, 집주인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어 미리 특약사항에 명시해두는 것이 좋다.

서울 동작구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직장인 김세진(32)씨는 지난해 말 집주인과 월세 소득공제 문제로 다투다 월세만 더 낼 뻔했다. 김씨는 “집주인이 소득공제를 받고 싶으면 매월 월세 5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며 “계약 때 단 몇 만원이라도 깎으려 애를 썼는데 소득공제 받겠다고 1년에 수십 만원을 더 낼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월세 40%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세입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면 집주인은 자동적으로 임대소득이 생기는 사업자가 된다. 세법상 9억원 초과 1주택, 또는 2채 이상의 주택을 임대하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신고하지 않고 월세수익을 감추는 임대인이 적지 않다. 만약 세입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면 집주인의 소득이 노출돼 세 부담이 증가한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월세를 올려 받는 방식으로 부담을 세입자 몫으로 돌린다. 심한 경우 애초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할 수 없도록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전입신고부터 해야 한다.

지난해 경기도 부천시의 원룸으로 이사한 김나래(29)씨는 뒤늦게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잊고 있던 계약서를 꺼냈다. 계약서에는 그도 몰랐던 특약사항이 적혀 있었다. ‘전입신고 및 연말정산은 하지 않는다.’ 이사 당시 특별히 전입신고 할 필요를 못 느낀 김씨가 주의 깊게 보지 않은 내용이었다.

김씨처럼 계약 때 특약사항에 전입신고나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교묘히 넣거나 “전입신고를 하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월세 내는 사람들이 적법하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피스텔 거주자는 월세 계약이라고 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오피스텔·고시원은 일반 주택이 아닌 준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또한 월세를 자동이체 방식으로 지불하면 소득공제 때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주민등록등본과 임대계약증서를 비롯해 집주인에게 월세를 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계좌이체나 인터넷뱅킹으로 월세를 내면 현금영수증이나 무통장입금증·계좌이체영수증 등을 증명서류로 제출할 수 있지만 자동이체는 실물 영수증이 남아 있지않다. 이때 은행 홈페이지에서 이체거래 내역 확인서나 통장사본을 내야 하는데 은행은 월세 납부 내용만 따로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따로 갖추지 않아 연말정산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세입자들 사이에서 월세 소득공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월세족의 이런 설움에도 전세 대신 월세가 각광 받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나타난 전세가격 상승은 과거 추세를 고려할 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의 전세가율은 65~77%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지금 추세로는 2~4년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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