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 이번엔 집값 오를까? 기대감 만발
Real Estate - 이번엔 집값 오를까? 기대감 만발
4·1 부동산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러 혜택을 한꺼번에 줄 테니 자산가들과 젊은 무주택자들이 이번 기회에 집을 사라는 메시지다. 자산가들에겐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줄 테니 여윳돈을 주택 매입하는 데 쓰라는 얘기이고, 생애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는 청·장년층의 경우에는 양도세는 물론 취득·등록세까지 받지 않을테니 전세살이 하지 말고 이 참에 내 집을 마련하라는 뜻이다.
여러 혜택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은 양도세다. 정부는 9억원 이하 신규 분양 주택 또는 미분양 주택,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9억원 미만 85㎡(이하 전용면적)이하의 기존 주택을 연말까지 구입하면 취득 후 5년 간 양소도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몇 채를 구입하든 혜택은 동일하다. 특히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5년 동안 양도세를 면제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무렵에도 도입하지 않은 파격적 내용이다.
서울 강남이 수혜 1번지이번 대책의 수혜 1번지로 꼽히는 곳은 서울 강남 일대다. 서울 잠실동 박준 공인중개사는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볼까 한다는 자산가들의 상담 요청이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강남에 전세를 사는 30대 무주택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30대 김모씨(서울 잠원동)는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해 전세 계약을 연장해 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더 이상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며 “취득세 같은 혜택도 많고, 전셋값도 너무 올라 부담스러워 이번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남 일대 주택시장은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매물 회수 움직임이 일면서 급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호가도 껑충 뛰었다. 6억7000만원이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1단지 42㎡ 매물 가격은 6억9000만원으로 대책 발표 하루 만에 2000만원 뛰었다.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집주인이 호가를 올린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멈췄다. 대책 발표 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서다. 송파구 잠실동 85㎡ 이하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미성아파트 73㎡가 5억800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다.
서울 강북 주택시장도 매수자들의 입질이 늘었다. 특히 강북 지역 소형 아파트는 전셋값이 집값의 70~80%선에 이를 정도로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다. 따라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면 수천만원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실수요자만 참여한 주택거래 시장에 투자자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며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557만7000여 가구의 아파트(전용 85㎡, 9억원 이하)가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수도권에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가 서울 94만4896가구, 경기 154만737가구, 인천 38만2365가구다. 전체 수혜 예상 가구의 51%를 차지한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입 때 취득세 100%를 면제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전국 545만4038가구에 이른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따르는 혜택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153만2114가구, 서울 83만693가구, 부산 41만6083가구 등이다. 연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곳으로 치면 전국 9만1997가구(경기 1만9154가구, 경남 1만5848가구, 부산 8954가구, 서울 8068가구 등)다.
이번 대책으로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온기가 돌 전망이다. 피알페퍼 나인성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의 수혜가 주로 신규로 구입하는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에 집중됨에 따라 분양시장 역시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공급물량에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제·수급 조절 방안 외에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리모델링 관련 정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불허해왔다. 수직 증축이란 말 그대로 건물을 위로 더 짓는 것으로 늘어난 층수의 아파트는 일반에게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민 입장에선 리모델링 공사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200만 가구가 지은 지 15년 이상이 돼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동안 실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건 정부의 수직 증축 불가 방침에 따른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번에 지은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키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경기도 분당·평촌·일산을 비롯한 1기 신도시와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이번 리모델링 규제 완화 방침의 덕을 볼 전망이다.
실제 분당 일대 주택시장에선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명수 분당 느티마을 3·4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기존 방침대로 리모델링을 하면 가구당 1억5000만원 정도의 분담금을 내야 했는데, 수직 증축의 경우 분담금을 1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분담금보다도 평면 설계를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강력하게 주장한 경기도 성남시도 리모델링 사업 지원에 발 빠르게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 대책 발표 직후 “10만 가구 이상의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이 있는 성남시가 리모델링 활성화 지원을 위해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성남시는 1차로 앞으로 10년 간 매년 500억원씩 총 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할 때까지 30개 단지를 순차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성남시에 리모델링 연한을 충족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164개 단지(10만3913가구)다. 현재 2곳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9곳이 추진위원회 결성 단계다.
성급한 집 매수는 위험할 수도이렇게 이번 대책으로 여러 호재가 갑자기 생겼고 수혜 지역 집값도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급하게 매수 대열에 동참하는 건 위험하다는 조언도 많다. 이번에 나온 46개 세부 대책 가운데 19개 과제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 야당의 반대가 심하면 입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 주택보유자가 집을 추가 매입할 때 그동안 내지 않던 종합부동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본인 명의의 주택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9억원(2주택 이상은 6억원)을 넘으면 9억원(혹은 6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붙는 세금이다.
지난해에만 27만여명이 1조2796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2011년보다 납세자는 10.4%(2만명), 납세액은 4.6%(557억원) 늘었다. 추가로 집을 사더라도 일부 종부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종부세 합산 방법이 2009년 부부 모두에서 개별로 바뀌었기 때문에 배우자 이름으로 집을 사면 경우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또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5년간 소유·임대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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