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SHION - 세계로 달리는 패션 한류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강남 스타일’ 열풍을 타고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 ‘한국 디자이너들, 강남스타일 바람 타고 뜬다(Gangnam Style boost for Seoul’s new design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 패션을 세계에 소개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이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옷을 입고 토크쇼에 출연해 “이게 강남스타일인가요?”라고 물었던 일화를 곁들였다.
일본·중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뜨거웠던 K-팝 붐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형연예기획사는 물론 패션업체들도 모처럼의 기회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패션 한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소 패션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자본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세계 프리미엄 패션시장에서 호평 받는 슈즈 브랜드 ‘지니킴’과 주얼리 브랜드 ‘피버리쉬(FEVERISH)’가 그 주인공이다.
지니킴의 김효진(35) 대표는 2006년 28세에 자신의 영어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5월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국내 여자 톱스타 중 지니킴을 신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니킴 구두를 신고 신문과 방송 등에 출연한 국내 연예인은 김태희·한가인·전지현·소녀시대 등이다. 스포츠 스타지만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김 대표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고 행사장과 화보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뉴욕의 디자인스쿨 FIT에서 패션 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다. 유학 시절 슈즈디자인을 공부하던 한국인 친구가 만든 구두를 보고 구두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려고 귀국했다. “동대문시장에 신발을 납품하는 서울 성수동의 한 구두공장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막내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아침에 가면 공장 청소부터 했죠.”
하지만 1930~19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 사이에 유행하던 로맨틱한 파티슈즈에 ‘꽂혀’ 있던 그의 디자인은 동대문시장 수요와 맞지 않았다. “신발이 잘 팔리지 않아서 사장님 볼 면목이 없었어요. 그래도 상점 디스플레이용으로는 꽤 인기 있어서 용기를 냈죠.”
부모에게 빌린 종잣돈 4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구매 대행 쇼핑몰을 통해 선보인 김씨의 구두는 첫 달 매출 5000만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는 독특한 상품과 스타마케팅,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해외 명품시장 공략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충실히 따랐다.
당시 국내에서는 5.6㎝ 굽이 대세였지만 지니킴은 8.9㎝ 하이힐을 만들었고 리본이나 큐빅 등으로 화려하게 마감해 여성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반짝이는 가죽과 실크 같은 다양한 소재와 강렬한 색상으로 로맨틱하고 우아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처음 만든 구두들이 압구정동에서 많이 팔렸어요. ‘파티가 유행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는 파티슈즈가 통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브랜드가 없었어요.”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자 서울 압구정동에 첫 단독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다. “큰 여행가방에 구두 사진과 견본 대여섯 켤레, 보도기사 등을 넣어 패션잡지 기자들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는 단골 매장에 가서 무작정 보여줬어요.” 그 후 로스앤젤레스 미드시티 웨스트의 편집매장 ‘밀크’에 입점하면서 미국에서도 서서히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김효진 지니킴 대표의 성공비결은 ‘무모함’미국 시장 진입은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일단 판매 기회를 잡고 나서는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다. 미국판 엘르 등 권위 있는 패션 잡지에 소개됐다. 2009년에는 샤넬과 프라다 매장이 들어선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명품 ‘살롱라인(Salon Line)’에 입점했다. 5월에는 미국 내 첫 단독매장을 비벌리힐즈에 열 예정이다.
디자인과 착용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패리스 힐튼과 린제이 로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구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패리스 힐튼이 낯익은 핑크색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봤어요. 그 밑에 ‘Paris Hilton in Jinny Kim(지니킴 구두를 신은 패리스 힐튼)’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최근 디자이너로서의 꿈과 도전을 담은 책 『지니킴 스토리-구두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여자』(중앙북스 펴냄)를 출간한 그는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키우기 쉽지 않은데 아무것도 없이 꿈과 열정만으로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서울 한남동 피버리쉬 플래그샵에서 만난 ‘피버리쉬(FEVERISH)’의 박인숙(42) 대표는 2011년 7월 액세서리 디자이너 이일정 씨와 ‘한국의 티파니’를 꿈꾸며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스대 주얼리 디자인학부를 수석 졸업했다.
두 사람은 개업을 준비하는 6개월 동안 주요 고객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하루 종일 어떻게 생활할지, 취향과 대인관계는 어떨지, 자주 다니는 곳은 어디일지 상상하며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이 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제품의 모티브가 될 동물들을 스케치하고 제품 재료를 공부했다. 인터뷰에 함께한 이 씨는 명품의 조건을 “브랜드 고유의 독특한 개성과 분명한 철학이 디자인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행을 따라갈 생각은 없어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을 내 스타일대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마침내 탄생한 악어와 병아리, 꽃과 박쥐(박 대표는 ‘나비가 되고픈 박쥐'라고 했다) 모양의 주얼리는 강렬하고 대담하다. 전 제품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사용했으며 모든 공정이 수작업이다. 가격은 개당 4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박인숙 피버리쉬 대표의 튀는 디자인이 씨는 최근 프라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가 심플한 의상에 강렬한 장신구를 매치해 ‘펑키한’ 스타일의 유행을 주도하는 것도 피버리쉬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제품의 본질을 바꾸기보다 제품에 맞는 시장을 찾아가는 게 영업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튄다’고 디자인을 바꾸라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물건에는 다 임자가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소녀시대와 이효리, 2NE1의 씨엘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 등 걸그룹 스타는 물론 빅뱅의 지드래곤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 남성 아이돌까지 피버리쉬의 뱅글과 귀고리·목걸이를 착용하고 패션화보와 방송, 앨범 재킷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견 배우 장미희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패션왕’에서 착용한 악어모양 목걸이도 피버리쉬 제품이다.
‘옷걸이 좋은’ 한류 스타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생 브랜드로 세계 패션도시의 명품 매장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지난해 6월 박 대표와 이 씨는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우선 이탈리아 밀라노·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중심가를 피버리쉬 제품을 온몸에 착용하고 걷고 또 걸었다. 독특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두 동양 여성에게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창업 1년 만에 홍콩 센트럴의 가방·구두 전문 멀티숍 ‘온 페더(On Pedder)’와 영국 런던의 주얼리 매장 ‘카비리(Kabiri)’ 등 세계 7개 도시 12개 주요 럭셔리 매장에 진출했다. 영국의 ‘가디언’과 ‘옵서버’ ‘글래머’에 이어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를 소개하는 두바이의 잡지 ‘그라치아 사우디아라비아’도 피버리쉬 제품을 소개했다. 개업 8개월 만에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낸 피버리쉬가 세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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