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films - 매커너히의 제2전성기
“남자가 40세가 되면 어떻게 될까?” 매튜 매커너히가 맨해튼 시내 호텔 객실의 안락의자에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물었다. 그 텍사스 출신 배우의 미소가 메가와트급 전구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눈빛은 순박한 시골 호인처럼 반짝인다. 그런 살인적인 매력 덕분에 판에 박힌 듯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얼짱 허우대남 역할을 잇따라 낚아챘다.
‘웨딩 플래너(The Wedding Planner)’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 (How to Lose a Guy in 10 Days)’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Failure to Launch)’ ‘고스트 오브 걸프렌즈 패스트(Ghosts Of Girlfriends Past)’ 등이다. 그런 그의 시선이 꿰뚫을 듯이 날카로워졌다. 매커너히가 존재 의미를 두고 고민한다. 몸을 흔드는 동작을 멈추고 곧추세운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허튼 짓 할 시간이 없어진다”고 그가 대답한다. “가족이 생기고 이기적이 된다.” 그가 말을 멈추고 갈색 가죽 재킷의 어깨를 바르게 매만지고 헝클어진 곱슬 금발 속으로 손을 찔러 넣어 쓸어 올린다.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내게는 가족이 있어. 내가 모두를 책임져야 해. 전에는 왕자였지만 지금은 왕이지.’ 거기에는 신의가 따른다. 더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워만 해서는 안 된다. 자기 가족을 떠나 있으려면 정말 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한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니면 안 된다.”
매커너히는 과거 약물에 취한 채 알몸으로 봉고 드럼을 치다가 체포된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좌우명은 ‘그냥 살아 있기만 하자(just keep livin’)’이다. 그런 그가 하는 말치고 유별나게 심각한 주제처럼 들린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이 43세의 배우는 이른바 ‘매커네상스(매커너히+르네상스)’의 한복판에 있다. 지난 1년 사이 그의 세 자녀 엄마인 브라질 모델 카밀라 알베스와 결혼했다. 그뿐 아니라 판이한 성격의 영화 네 편에서 배역을 맡아 4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윌리엄 프리드킨의 ‘킬러조(Killer Joe)’에서 프라이드치킨 페티시(성적 집착)가 있는 사이코 살인자,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버니(Bernie)’에서 준법정신 투철한 지방검사, ‘페이퍼보이(The Paperboy)’에서 거친 섹스를 즐기는 폐쇄적인 언론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매직 마이크(Magic Mike)’에서 T자형 팬티 차림으로 춤을 추는 남성 스트리퍼 역할이다. 매커너히는 스트리퍼 연기로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에 지명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들 아슬아슬하고 도전적인 영화들은 그의 전매특허였던 진부한 할리우드 로맨스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기생활이 다소 단조로워졌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말했다. ‘당장 내일 아침에 그런 역이 떨어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들을 몇 편 알려줄게요.’ 그런 배역을 찾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얼마 동안 그늘 속에 앉아 지켜봐야겠다고 판단했다. 표적을 세워놓았더니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고 프리드킨에 이어 소더버그도 나를 찾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5년 전이었다면 그들이 내게 전화를 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야, 좀 겁난다. 흥분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상을 부르는 매커너히의 최신 연기는 ‘머드’의 주연 역할이다. 제프 니콜스(‘테이크 셸터’)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머드’는 미시시피강의 무인도에 고립된 수수께끼같은 도망자 이야기다. 그는 아칸소주 출신의 십대들인 엘리스(타이 셰리든)와 넥본(제이컵 로플랜드)의 도움을 받아 보트를 다시 만든다. 그의 일생일대의 사랑인 주니퍼(리스 위더스푼)와 재결합하기 위해서다.
“머드가 자신의 논리,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 컴퍼스를 어디서 얻는지 생각해 봤다”고 매커너히가 말했다. “실연의 상처를 얻기 전인 사춘기 이전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간직한 40대 남자가 있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그런 심성을 간직했다. 지구상에서는 그런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는 구름 위에서 사는 셈이다. 거기서 내려오거나 여자를 만난다면 그는 죽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때 그런 일이 생긴다. 화상을 입기 전에 자신을 보호하는 자아가 없다.”
매커너히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시시피강의 한 무인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야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다. 또한 자신이 착용해야 하는 의치가 사실성이 떨어진다면 자기 앞니를 부러뜨려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다행히 감쪽같았다). 매커너히는 요즘 상당히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20년 전 처음 영화 배역을 따냈을 때는 자유분방한 붙임성 덕을 봤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호텔 바에 놀러 갔다가 돈 필립스와 마주쳤다. 그 곳에서 촬영 예정이던 대작영화의 캐스팅 감독이었다.
“목요일 밤, 하얏트 호텔 꼭대기층에서!” 매커너히가 웃으며 말했다. “바텐더가 내게 공짜로 술을 줬기 때문에 그곳을 찾아갔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의] 영화학교 강의를 같이 듣던 친구였다. 우리는 쫓겨났다! 정말 많이 취했었다. 같이 치러 나갔던 골프장의 홀 이야기를 했다.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던지 매니저가 나가 달라고 했다.”
그날 밤의 취기 덕분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면담 기회가 생겼다. 감독은 매커너히가 상당히 쾌활하고 호감이 가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재미를 좇는 대학원생 한량인 우더슨 역에 그를 캐스팅했다. 1993년 작 컬트 클래식 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Dazed & Confused)’이었다.
“그의 존재에 슬픈 구석은 없다는 식으로 우더슨 연기에 접근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이야기였다”고 그가 말했다. 그의 첫 장면은 어느 날 밤늦게 탑낫치에서 촬영됐다. 오스틴에 있는 드라이브인 햄버거 매장이다. 링클레이터가 매커너히를 곁으로 불러 말했다.
“등교 마지막 날인데 우더슨은 아마 이미 치어리더나 얼짱녀와 사귀었을 거야. 그가 빨강머리 범생이 소녀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해?” “그럼요.” 매커너히가 대답했다. “그가 그녀를 꾀려고 한다면?” 링클레이터가 물었다. “30분만 시간을 주세요.” 매커너히가 자신 있게 말했다.
“다시 돌아가서 말했다. ‘촬영하실래요?’” 매커너히가 당시를 돌이켰다. 30분을 생각하는 데 다 소비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내 첫 연기 장면을 촬영할 참인데 즉흥연기였다. 나는 ‘내 배역이 누구인가? 내 캐릭터가 누구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도어스의 라이브 공연 앨범에서 짐 모리슨이 외쳤다. ‘됐어(All right), 됐어, 됐어, 됐어!”
나는 그 뜻을 몰랐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오케이, 우더슨. 너는 로큰롤, 마리화나, 자동차, 여자라면 환장하지. 차 안에 앉아서 마리화나에 취해 테드 뉴젠트의 ‘Stranglehold’를 듣고 있어. 저기 그 여자가 있어. 넷 중 셋은 성공했거든. ‘됐어, 됐어, 됐어!’ 그때 내 타율이 7할5푼임을 깨달았다. 세 번의 ‘됐어’가 그것을 의미한다고.”
요즘 매커너히의 타율은 10할에 가깝다. ‘머드’ 촬영 후 올 가을 개봉하는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에 캐스팅됐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하는 주식중개인의 멘토 역할을 하는 ‘거래소 왕초(the big dog on the floor)’ 역을 맡는다. 이어 개봉 예정인 인디 영화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도 있다.
매커너히는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에이즈 운동가론 우드러프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21㎏을 감량했다. 그 연기로 이미 아카데미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영화채널 HBO 시리즈 ‘트루 디텍티브(True Detective)’도 준비 중이다. 친구 우디 해럴슨과 함께 뉴올리언스 경찰 역을 맡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공상과학 블록버스터 영화가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실패를 해부하기는 쉽기 때문에 성공도 해부해보려 했다”고 매커너히가 말했다. “나는 아직도 혜택을 받아 연기활동을 한다고 느낀다. 동시에 이젠 단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 일에 뭔가 가치를 더하고 싶다. 반대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고 싶다.” 매커너히가 의자에서 몸을 뒤로 젖히자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떨어져 나간다. 얼굴 가득 그의 전매특허인 메가와트 미소가 번진다. “그게 재미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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