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Food - 아이스크림으로 저녁 식사를!

아이다운 아이라면 누구나 아이스크림을 저녁으로 먹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것도 식사의 마지막 순서가 아니라 시작할때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상식과 예의가 우리 앞을 막아 선다. 우리는 예의 바르게 전채요리와 샐러드부터 먹으면서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참는다.
하지만 꿈을 실현할 방법이 있다. 기존의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세이버리(savory, 짭짤하거나 자극적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으로 말이다. 초콜릿과 과일 아이스크림은 잊어라. 치즈부터 생 완두콩까지 다양한 재료로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
난 디너 파티를 열 때 손님들의 탄성을 자아낼 아이템으로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을 자주 이용한다. 아주 화려하고 특이해 보이지만 만들기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연어 타르타르(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연어 살에 잘게 썬 양파와 올리브유, 라임즙, 머스타드 등을 넣고 버무린 전채요리)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아보카도-와사비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먹으면 마치 토머스 켈러나 헤스턴 블루먼설 같은 유명 셰프의 손길을 거친 듯 황홀한 맛이 난다.
하지만 아보카도-와사비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믹서 안에 아보카도와 크림, 와사비, 라임즙, 약간의 설탕을 넣고 걸쭉하게 간다. 그런 다음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에 넣으면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맛이 연어 타르타르의 상큼한 맛과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삼키기가 좀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난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딸기 아이스크림도 싫어하는 내 남편과 우리 어머니, 이모, 이모의 남자친구, 그리고 여섯 살짜리 여자 아이 한 명이었다. 이들은 19세기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델모니코에서 아스파라거스와 흑모밀 등을 넣은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믿으려 들지 않았다. 난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결국 성공했다.
난 세 종류의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버번위스키와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매콤한 베이컨 아이스크림, 당근과 생강을 넣은 소르베(과즙에 물과 설탕 등을 넣어 얼린 것), 그리고 신선한 수박과 함께 먹는 페타 치즈 아이스크림이다. 이모는 용감하게 덥석 맛을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망설였다. 하지만 그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거 정말 맛있는데.” 남편이 당근 소르베를 맛보고 나서 5분쯤 뒤에 말했다. 여섯 살짜리 여자 아이도 동의했다.
가장 인기를 끈 건 베이컨 아이스크림이었다. 원래 캔털루프 멜론을 곁들이려고 했는데 미리 사놓은 멜론이 상해서 아이스크림만 내놓았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맛이 좋았다. 메이플 시럽의 향과 베이컨의 훈연향, 버번 위스키의 톡 쏘는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은 여름철에 나는 신선한 농산물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맛과 식감, 두 가지만 염두에 두면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을 수 있다. 맛은 다른 요리에 자주 함께 사용되는 재료에서 힌트를 얻으면 된다. 아보카도-와사비 아이스크림과 연어의 조화는 스시에서 힌트를 얻었다. 또 페타 치즈는 수박과 비트 샐러드에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놀라운 조합으로 주목을 끌고 싶다면 대조적인 재료들을 함께 써라. 단맛을 시큼한 맛이나 매콤한 맛으로 잡아주고, 강한 맛은 부드러운 크림이나 신맛으로 잡아주는 식이다.
어떤 맛을 쓸지 결정되면 재료를 혼합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는 우유와 크림, 달걀 노른자와 설탕 등 모두 거기서 거기다.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는 아이스크림 기본 조리법을 참고하되 설탕을 줄이고 과일, 초콜릿 등 평범한 재료 대신 원하는 다른 재료를 넣으면 된다.
소르베는 더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주스(또는 과일즙)와 설탕이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술을 사용할 경우에는 데워서 알코올을 날린 다음 넣어야 한다. 알코올이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얼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 재료를 얼리면 강한 맛이 줄어들기 때문에 맛을 낼 때 너무 조심할 필요는 없다. 물론 다른 재료의 상큼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는 게 중요하다.
식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먹는지 생각해 보라. 콘처럼 바삭거리는 재료와 함께 먹기도하고 소다와 소스 등 액체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또 브라우니 등 케이크류에 얹어 먹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크레이프처럼 물기를 머금으면 흐물흐물해지는 음식이나 즈위백(비스킷처럼 구운 독일식 빵)처럼 딱딱한 음식과는 잘 안 어울린다.
세이버리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사과나 멜론처럼 아삭아삭한 과일이나 저민 오이 같은 생 채소가 잘 어울린다. 치즈 크리스프(밀가루 토르티아에 잘게 썬 치즈를 얹어 바삭바삭하게 구운 것)나 파파덤(기름에 튀긴 얇고 넙적한 인도 빵의 일종)처럼 짭짤한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차가운 오이수프나 수박 수프 한가운데 작은 아이스크림 덩어리 하나를 얹어도 괜찮다. 아이스크림의 양을 적게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저녁을 먹기도 전에 배가 다 차 버리면 안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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