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 요트산업 제자리 걸음 ‘ 블루오션’ 호들갑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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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5월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킨텍스 전시장. 올해로 여섯 번째인 경기국제보트쇼 현장은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33개국 305개사가 1232개 부스를 마련했고, 전시에 참가한 요트·보트 수는 107척으로 지난해 60척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관람객들은 요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관심 있는 부스에서 자료를 분주히 모으기도 했다. 전시장을 찾은 서울 연희동 거주 고재덕씨는 “요트 관련 산업이 이렇게 다양한 줄 미처 몰랐다”며 “한국 해양산업의 비전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보트쇼가 열린 나흘 동안 다녀간 관람객은 모두 3만3000여 명, 상담·계약 실적은 1억3158만 달러다. 경기국제보트쇼 사무국은 “전시 면적은 두바이·상하이국제보트쇼 이어 아시아 3번째 규모”라며 “전시·체험이벤트·해양컨퍼런스 등 내실 있고 풍성한 콘텐트를 마련해 비즈니스 중심의 해양산업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
# 2. 일주일 남짓 뒤인 6월 5일 오후에 찾은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클럽&요트엔 요트 수십 척이 정박해 있었다. 뙤약볕 아래 펼쳐진 푸른 한강과 흰색 요트, 3층 규모의 클럽하우스가 이국적인 멋을 풍겼다. 하지만 운항 중인 요트는 드물었다.
1시간 30분 동안 지켜봤지만 요트 출항은 딱 한 번. 경기도 광명에서 친구들과 왔다는 50대 초반의 여성은 “이곳 마리나의 식당이 좋다고 해서 점심식사를 하러 왔다가 요트를 타게 됐다”며 “처음 타 봤는데 역동적인 바람을 느낄 수 있어 기분전환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탑승시간도 적당한데 마리나가 왜 이리 한가한지 모르겠다”며 “아마 홍보가 덜된 모양”이라고 했다.

흔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가 넘으면 레저·스포츠로 요트가 급성장한다. 미국·유럽·호주 등지에서는 요트가 상류층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레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세계해양산업협의회에 따르면 해양레저산업 규모는 2006년 470억 달러(약 50조원)에서 2010년 751억 달러(약 80조원)로 성장했다. 요트 시장만 500억 달러에 달해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전 세계 대형 조선시장 600억 달러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요트산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요트인구 확산은 더디다. 현우용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논문 ‘국내 요트산업 현황 및 활성화 방향 연구’에서 ‘증가하는 수요와 국제적인 경향에 비해 국민의 의식과 전문 인력·기술이 부족하고, 법·제도 문제가 요트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에선 2009년 4월 ‘마리나 항만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요트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2019년까지 전국 10개 권역에 마리나 32곳을 개발해 전국에 총 43곳의 마리나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1년 12월에 발표한 ‘마리나산업 육성대책’은 더 구체적이다.
2015년까지 동북아의 요트와 마리나 허브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리나 항만 내 주택 분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각 지자체도 속속 개발을 진행했다. 제주·전남·경기도가 두드러지게 나섰다. 부산·인천·울산·창원과 경북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도 마리나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 요트 배꼬리만 쫓을라하지만 업계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지삼업 부경대 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정책을 쏟아낸 지 3~4년 지났지만 현장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며 “말잔치 뿐이고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연이은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의 사업제안은 한 손에 꼽을 수준이다. 마리나 건설 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마리나다. 2011년 4월 30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문을 연 서울마리나는 누적 적자에 은행 대출금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는 2011년 39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 차입 205억원 가운데 175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사업 파트너인 서울시에 지급 보증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요트와 관련 없는 기업이 건설과 운영을 맡을 때부터 예상된 결과”라며 “시장 논리보다는 서울시의 규제와 간섭이 경영을 좌우했고, 주변 인프라와 연계가 미흡해 결국 빚더미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 사이 주변국의 요트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제 고도성장과 함께 부유층이 급증하면서 요트산업이 부동산·자동차에 이은 핵심적인 내구 소비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요트산업은 2006~2011년 6년간 연평균 732%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 요트 시장 총매출은 18억 위안(3500억원)이다. 중국 크루즈요트산업협회(CCYIA)는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내 요트수는 지난해 3000여 척에서 2020년 10만 척으로 늘어나고, 요트산업 시장은 2020년 500억 위안(약 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정부도 요트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국가여유국(관광국)이 12차 5개년 규획기간(2011~2015)에 요트를 수상레저 산업 발전계획 중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국가 장려발전 산업 목록에 요트산업을 포함시키고 선전·톈진·상하이 등 17개 지역을 요트산업 집중 육성지역으로 지정했다. 5월 11~14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요트박람회는 미국·이탈리아·스페인·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450여 개 업체가 참가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한국 요트산업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리나 등 시설 부족, 관련 제도 미흡, 요트 제조기업의 영세성, 해양레저스포츠로서의 인식 부족 등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양레저스포츠산업의 기반은 마리나 시설이다. 마리나는 요트·보트의 정박뿐만 아니라 보관·임대·수리·판매도 가능하며 생산시설과 레스토랑·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종합 서비스 시설을 갖춘 해양레저스포츠의 핵심 인프라다. 현재 국내 마리나 시설은 전국 18곳에 불과하다.
미국 1만7000여 개, 독일 2400개, 일본 570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지하철역처럼 연안 20~50㎞ 구간마다 하나씩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는 등 구간별로 촘촘한 역 개념의 마리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있는 마리나도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활성화됐다는 경기 화성시 전곡마리나는 3층짜리 클럽하우스를 빼면 주변이 썰렁하다. 복합리조트 마리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트를 즐기는 각국의 요트 부자를 유치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길이 24m 이상 슈퍼요트는 2000년 2140척에서 2010년 4057척으로 증가추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5월 22일자에 ‘최근 몇 년 사이 호화요트의 수는 급증했지만 마리나 시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퍼요트를 소유한 슈퍼 리치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트 정박지는 지중해·카리브해와 홍콩이다. 하지만 홍콩은 고액자산가와 중국 본토의 부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계류시설이 부족하다. 우리가 복합리조트화된 마리나 시설에 주목해야 하는 연유다.

자동차처럼 국내 제작 늘려야 대중화세금 등 관련 법규도 요트 대중화를 더디게 만든다. 요트는 취득세 중과세(표준세율+8%포인트) 대상이다. 레저를 위해 구입하는 요트는 지방세법상 고급 선박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재 요트 구입비와 운송비를 합쳐 1억원 미만이면 취득세가 2%지만 1억원 이상이면 중과세가 적용돼 10%를 넘는다.
요트에 대한 높은 취득세는 미등록 요트를 양산하고 있다. 현행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르면 수상오토바이·모터보트·동력요트 등으로 레저 활동을 하려면 소유주 주소지의 기초자치단체에 기구등록을 해야 한다. 미등록 상태에서 요트를 타면 최대 100만원 벌금에 처해지지만 계류만 하고 있을 때는 법적 문제가 없다.
등록에 필요한 안전검사증 등 관련 서류를 갖추는 데 많게는 100만원이 들고, 보험가입 등 별도 의무사항도 있다. 이 탓에 미등록 요트 수가 상당하다. 이들 모두가 취득세·등록면허세·재산세 등을 탈세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요트에 대한 세율을 낮춰 미등록 요트를 없애고 세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리나 시설이 부족해 계류비 또한 부담이다. 이용하지 않을 때 마리나에 정박하고 계류비를 내야 한다. 서울, 경기 김포 아라, 부산 수영만에 9m 요트를 보관하는데 월평균 36만~38만원이 든다. 선박의 길이에 따라 계류비가 다르다. 마리나 시설이 늘어나면 계류비는 자연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요트 제작 기반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 대형 조선시장 5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탄탄한 조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요트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60여개 제작 업체가 20피트(6m)미만의 소형 요트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고가 수입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트 제작이 자동차·조선·반도체·휴대폰에 이은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권문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선박 제조기술과 정보기술(IT), 전자·자동차 관련 기술을 접목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요트 등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망제품 개발에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큰 밑그림 그려야지삼업 교수는 “요트산업은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양스포츠는 건설업·유통업·서비스업 등이 복합된 산업이다. 특히 보트·마리나·해양관광산업은 오락성·심미성·체육성이 뛰어나 산업생명력이 크다”며 “수산·조선·해양플랜트 등 전통적 해양산업에 해양과학·해양스포츠·해양관광 등을 아우르는 ‘신해양 경제’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도 해양수산부를 부활하면서 해양레저산업 띄우기에 나섰다. 올해 말까지 크루즈 육성특별법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트·요트의 제조 및 관련 서비스업에서 2020년까지 3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선 ‘큰 밑그림’이 중요하다는 게 요트업계의 목소리다.
최근 부산 수영만과 경기도 화성시 고렴지구에서 마리나 건설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마리나 재건축을 앞둔 수영만은 사업주체와 지역민들 간에 상업·편의시설 비율 문제로, 해양레저관광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고렴지구는 갯벌 등 생태계 보전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
요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태수 경기국제보트쇼 사무국장(경기도 경제기획관)은 “요트가 자연스런 여가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요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유연해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관광산업도 발전하고, 서비스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삼업 교수도 “요트에 대해 ‘로열패밀리들의 레저’로 인식하고 있어 부자들도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부자가 돈을 쓰고 자연스럽게 요트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렌탈업을 키우는 것도 요트 대중화의 지름길이다. 홍장원 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배를 사기 쉽지 않은 만큼 콘도처럼 여러 사람이 지분을 사서 돌려쓰는 클럽제 요트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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