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cope EXCLUSIVE INTERVIEW - “북한은 지금 변화를 꾀하는 중”
- periscope EXCLUSIVE INTERVIEW - “북한은 지금 변화를 꾀하는 중”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매년 최소 2회 이상 방북하며 평양에 족히 수십 번은 다녀왔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주선해 당시 미국의 북한 핵시설 공격을 막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북한이 말하는 ‘전승절’ 을 전후해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박 교수는 1일 방한한 뒤 다음날 인 2일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주최하는 석학초청강연회에서 ‘정전 60주년,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이후 뉴스위크 한국판과 독점 인터뷰를 가졌다.
강연회와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북한이 변화를 꾀하는 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북한 전승절 행사에서도 그런 변화를 확인했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작년보다 행사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11년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행사 때는 미국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차량이 4대나 등장했지만 올해는 그런 미사일을 보여주지 않았다. “미국과 전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수많은 외신기자들 앞에서 드러낸 것”이라고 박 교수는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150여 명에 달하는 외신기자들이 초청됐다.
박 교수는 북한이 변화하는 이유가 경제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발전이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름대로 저마다 역할을 해냈다. 김주석의 경우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정체성을 확립했고,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붕괴 후 기댈 곳이 없어진 북한의 안전을 도모하기위해 선군주의를 앞세워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제는 김 제1위원장의 차례다.”
북한의 정책 노선이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은 냉전 후 격변하는 국제정치 속에서 체제확립을 위해 일관되게 움직였으며 대부분 의도한 대로 성공시켰다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북한을 괴물의 나라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경제 성장은 북한에 쉽지 않은 과제다. “김 제1위원장이 가진 자원이라고는 노동력뿐이다. 지하자원은 외국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한 개발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을 하려면 개혁개방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자면 국제금융 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도발과 대화 요구를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관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승절을 앞두고 펼쳐진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도 러시아인, 중국인, 유럽인이 함께 등장하는 ‘친선 아리랑’을 가장 크게 부각시키며 전 세계에 적극적인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북한의 개방 의지는 다른 곳에서도 보인다. 국제인재양성을 목표로 2010년 10월 문을 연 평양과학기술대에는 전자컴퓨터공학, 농업생명과학 등 이공계 과목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경영학부, 외국어과 등도 개설돼 있다. 모든 교직원이 해외동포 및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교풍이 자유로워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고 국제금융경영학부에서는 시장경제, 국제무역 등 서방세계의 자본주의 관련 과목을 가르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를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은 개성공단에 외국기업을 유치하자는 한국측 제안에 긍정적인 의향을 보였다.
이처럼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북한의 국제관계 개선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다. 미국에 직접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미국측의 대응에 막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북한이 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핵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미국에 침략당했으리라고 믿는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같은 사례를 보면 크게 잘못된 생각도 아니다. 실제로 1990년대에는 미국 정계에서 북한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박 교수는 북한 고위층과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전제조건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주변국의 불가침 조약을 받아낼 수 있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식량이나 경제지원만으로는 비핵화를 관철시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미국의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오랫동안 전략적 인내로 북한을 상대했지만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할 중대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이 그 과제 달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이제 막 핵을 개발 중인 북한이 협력해 세계 비핵화 프로젝트를 구성한다면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관심을 가질 만한 구상이다.”
박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 또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남북관계가 2012년 말부터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그 끝에 13년 간 중단없이 가동됐던 개성공단도 실무회담이 연이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폐쇄 직전의 운명에 처했지만 박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향한 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 길을 걷느냐 마느냐는 남북의 의지에 달렸는데 현재로선 양쪽 모두 뜻이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실무회담이 아닌 정책결정자 간 비공개 회담이 필요하다. 실무회담으로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회담장에 와서 서로 지시 받은 사항만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합의가 이뤄지겠나.”
박 교수는 “개성공단은 8월 15일 이전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면서도 그 근거에 대해서는 “학자로서의 전망”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교수가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힌 카터 전 미 대통령 방북 건과 관련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북 양측이 모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먼저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에 협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선거가 없어서 정책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지만 한국의 대북정책은 여론에 크게 좌우되고, 북한의 반응 역시 한국 정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한국은 정권 교체마다 대북정책에 변화가 일어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이 한국에 비해 정책 변화가 용이한 만큼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개선 여지가 있다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정책이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구호에 그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그렇게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훌륭하지만 지금까지 그 목표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려면 우선 문화나 스포츠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10기 정숙, 가품 경매 논란에…“사기 치는 사람 아냐” 반박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 김준호♥김지민 '청첩장' 눈길 이유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포항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 현장서 시신 3구 수습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GAIC2025]“성장 원한다면 중동 주식시장으로…상장 적극 고려해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美의사들, 韓카티스템 수술 ‘열공’…메디포스트, 3상 준비 착착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