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이슬람 반군의 아내와 어머니들, 슬픔과 분노가 그들을 극단주의로 내몬다 남편이 러시아 연방 보안군에 살해된 캅카스 지역의 미망인 중에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나서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12년 1월 4일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 관료들이 사진 한장을 들고 줄레이카 카르나예바(42)를 찾아왔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칸의 사진이었다. 칸은 1년 전 아랍어를 배우러 이집트 카이로로 떠났다. 사진 속의 칸은 그녀가 즐겨 입맞추던 통통한 뺨과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장복 차림에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관료들은 칸이 이집트에 유학 간 게 아니라 러시아 연방에 맞서 싸우는 무자히드(지하드 전사)가 됐으며 연방 보안군이 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나예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날 난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한때 허리가 드러나는 짧은 상의와 반바지를 즐겨 입던 그녀가 이젠 긴 치마를 입고 검은색 히잡을 쓴다.
그녀는 러시아 정부의 박해를 받는 보수적인 이슬람 종파 살라피파에 합류했다. 그리고 칸의 소식을 알 수 있을까 해서 무슬림 전사들을 위한 인터넷 웹사이트를 뒤졌다.
그러던 어느날 칸이 러시아 무슬림들에게 은행 대부를 받지 말고 국세를 납부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출 때까지 사랑하는 아들이 나오는 그 영상을 수백 번도 더 봤다. 경찰은 2주에 한번 그녀의 집에 와서 폭발물이 있는지 수색했다.
그해 5월 6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위장복을 입은 남자들이 카르나예바가 사는 도스토예프스키 거리 주변의 집들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그들은 몇 년 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카르나예바의 남편을 체포했다.
한 시간 뒤 카르나예바는 폭발물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관리들이 그녀 집의 앞 부분(그녀가 시장에 내다 팔 석고 돼지 저금통을 만들던 작업장도 포함됐다)을 불태워 버렸다. “대테러 공작”의 일부였다. 경찰이 그 주에 이웃집 두 채를 더 폭파했다. 카르나예바는 절반밖에 남지 않은 집에서 “의미 없는 삶”의 잔해 속을 떠다녔다.
슬프게도 캅카스 산맥 지역에는 카르나예바와 같은 일을 당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슬람교 확산과 폭력이 여성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예전에 이곳의 젊은 여자들은 중매 결혼(혹은 드물게 납치에 의한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고 가족과 시집 식구들에게 헌신하며 사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많은 남편과 아들들이 반군 게릴라 부대에 들어가려고 “숲”으로 떠났다. 그들 중 다수가 실종되거나 사망해 어머니와 부인들이 비탄에 잠겼다.
이 여성들은 사망하거나 실종된 남편 또는 아들과 영적인 연결을 기대하면서 더 보수적인 이슬람 종파로 개종한다. 경찰은 살라피파 여성 수백 명을 반군에 동조하는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그들의 주장이 꼭 틀린 건 아니다. 지난 12년 동안 러시아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나선 여성이 46명에 이른다. 이들은 총 26건의 테러 공격(일부 공격엔 다수의 여성이 연루됐다)을 감행했다.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 대다수가 체첸과 다게스탄 출신이다.
2010년 두 명의 다게스탄 여성이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른 이후 경찰은 ‘블랙 위도(black widow·검은 과부)’ 22명의 사진과 명단을 공개했다. ‘블랙위도’란 러시아 보안군에게 사살된 이슬람 무장반군의 미망인이나 친척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 명단에 이름이 오른 여성들의 삶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시장에 가면 손가락질 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학교에 다니는 경우엔 교사에게 미움을 받는다. 일부 여성은 정부 관리들을 표적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탄압은 한층 더 공격적이 됐다. 올 봄 당국은 선제대응으로 몇몇 과부들의 집을 폭파했다. 카르나예바의 집을 날려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용의자 형제의 어머니 주베이다트 차르나예바. 그녀는 죽은 아들 타메를란을 “내 평생 가장 사랑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지금 당장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블랙 위도’ 폭탄테러범들의 동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 일상적으로 극도의 외로움과 상심에 시달려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캅카스 산맥 지역 여성들에게 사랑과 성적 욕구불만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가까운 여자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거나 욕구불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
인권운동가 케다 사라토바는 어떤 정신적 외상이 무슬림 여성들을 극단적인 투사대열에 합류하도록 만드는지 조사할 목적으로 그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은 가정에서의 일상적인 문제들만 이야기할 뿐 인간관계나 성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수치심 때문이다.” 사라토바가 말했다. 남편이 감옥에 있거나 실종됐거나 사망한 여성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슬픔을 털어놓을 분출구가 없다.
카르나예바는 젊은 시절 자신이 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캅카스 지역의 대다수 여성이 그렇듯이 그녀도 가족의 주선으로 중매 결혼을 했다. 남편 아사둘라는 수염을 기른 턱이 거칠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닿을 때 아프긴 했지만 그녀가 전통적인 긴 치마와 머릿수건 대신 서양식 옷을 입도록 허락했다.
카르나예바가 세 자녀를 연달아 낳은 뒤 이들 부부의 사이는 멀어졌다. 아사둘라는 매일 헤로인 주사를 맞고 약에 취해 살았고 카르나예바는 집에서 열심히 일만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힝칼(다게스탄식 만두)과 단호박 소를 넣은 추두(퀘사디아와 비슷한 간식)을 만들어주고 석고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 저금통이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그녀는 약에 취한 남편이 자신이나 아이들을 때릴까 봐 두려움에 떨며 살았다.
2003년 아사둘라는 집을 아예 나가버렸다. 카르나예바는 곧 모스크바의 한 법정에서 그에게 3년 징역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이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의 부모조차 그녀에게 그런 결혼을 시킨 걸 후회했다. 카르나예바는 몰라 보게 수척해졌다. “난 고되게 일하는 로봇이 됐다”고 그녀가 말했다. 매일 똑 같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밤이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했다.
카르나예바의 마을에서 보수적인 무슬림 여성들은 남편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다가 순교하는 걸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지난해 5월 19일 한 인터뷰에서 마하치칼라 출신의 젊은 여성 안젤라 돌가토바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어젯밤 침략자들로부터 이슬람을 수호하다 죽었다. 그래서 샤키드(순교자)가 됐다. 내게는 가장 행복한 소식이다.” 그녀의 남편 만수르 만수르 네달은 그 전 날 특별공작 도중 살해됐다.
[한 소식통이 데일리 비스트에 확인해 준 바에 따르면 그 특별공작 직전 네달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중 한명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지난해 몇 달 동안 다게스탄을 방문했다)와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됐다. 현재 러시아 연방 보안군은 돌가토바를 자살폭탄 테러 감행 가능성이 있는 과부 명단에 올리고 주의깊게 감시하고 있다.]
무슬림 10대 소녀들은 근본주의 이슬람 전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낭만적으로 여긴다. 지하 깊숙이 숨어 사는 이슬람 전사들은 연인의 사랑에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러시아에 맞서 싸울 힘을 얻는다. 순교자와의 로맨스는 마을에 남아 있는 보통 남자들(술 주정뱅이에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과의 결혼생활보다 더 매력적이다. 반군 남편이 사망하면 그 미망인은 또 다른 미래의 순교자와 재혼할 확률이 높다. 다게스탄 여성 중에는 25세가 되기 전에 두세 차례 전쟁 미망인이 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감옥에 갇혔거나 숲에서 싸우는 남자들 외엔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없다.” 다게스탄 출신 기자 겸 편집자인 나디라 이사예바(33)가 말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2010년 국제 언론자유상을 받은 이사예바는 시베리아 감옥에 갇힌 남편과 주고받은 에로틱한 내용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한 블로거에 의해 공개된 후 다게스탄을 떠났다. 이사예바는 현재 이집트에서 살고 있지만 “무지하고 가혹한”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자신을 배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교자와의 결혼이 처음엔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블랙 위도’들은 남편이 죽은 뒤 사회에서 소외당하면서 급진적인 이슬람으로 기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마디나 알리예바가 마하치칼라의 경찰서 밖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경찰관 15명이 부상한 뒤 국제 위기그룹의 프로젝트 감독 예카테리나 소키리안스카야는 다게스탄의 젊은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알리예바는 25세가 되기 전에 두번 결혼했고 두 번 미망인이 됐다. 그녀의 남편들은 러시아 연방의 대테러 공작에 희생됐다. “연방정부의 박해와 사회적 압력이 실의에 빠진 많은 젊은 여성을 급진주의로 몰아간다”고 소키리안스카야가 말했다.
남편이 죽고 국가로부터도 지원을 받지못하는 이 여성들은 끼리끼리 뭉친다. 카르나예바는 “테러리스트의 어머니”로 낙인 찍혀 부서진 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이슬람 반군에 합류하려고 숲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아들을 둔 어머니 네 명이 그녀의 새로운 친구가 됐다. 그들은 카르나예바의 집에 모여 자식을 그리워하며 함께 눈시울을 적신다.
“열여덟 살짜리 외아들에게 뜨거운 모성애를 쏟았다”고 칼리마트 자카랴예바가 말했다. 최근 이 여성들은 또 다른 악몽을 겪었다. 한 시신공시소에서 젊은 남자의 시신을 확인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 보니 그들 중 한 명의 아들인 이사 카디로프(21)였다.
“여성들의 절망이 요즘 우리 문제의 핵심이다.” 사회운동가이자 직업 경찰 노조의 지도자인 마고메드 샤밀로프가 말했다. “고통을 겪은 여성들은 분노에 찬 늑대가 된다. 이들은 남자 늑대들보다 더 위험하다.” 4년 전 샤밀로프는 다게스탄의 모든 외로운 여성들을 모아 시민사회를 형성하고 스스로 지도자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흐지부지됐다. 캅카스 지역에서 여성 운동을 반길 남성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올해 적어도 한 다게스탄 여성의 분노에 찬 감정폭발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용의자 형제의 어머니 주베이다트 차르나예바는 수십 명의 외국인 기자들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미국에 살았을 때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심문으로 자신들을 “위협”했으며 미국인들이 히잡을 쓴 자신에게 창피를 줬다고 비난했다.
또 남편이 자신의 절망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탓했다. 그녀는 지난 5월 마하치칼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이뤄진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 살았을 때 남편을 정말 증오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 기자회견에서 차르나예바는 죽은 아들 타메를란을 “내 평생 가장 사랑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지금 당장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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