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CHNOLOGY - 개인정보 추적을 피하는 방법

고급 디자이너 의상은 대체로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애덤 하비와 요한나 블룸필드는 사람들이 모습을 감출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연구한다.
하비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미술가이며 블룸필드는 패션 디자이너다. 두 사람은 최근 ‘오프 포켓(OFF Pocket)’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로 오는 무선신호를 모두 차단하는 금속섬유 주머니다. 블룸필드는 그것을 ‘프라이버시’ 액세서리로 부른다. 9월부터 뉴욕의 뉴뮤지엄에 있는 ‘프라이버시 기프트 숍’에서 하비의 소속사인 PRVCM의 다른 최신 디자인 도청방지 제품들과 함께 진열된다.
하비와 블룸필드의 첫 합동 프로젝트는 ‘스텔스 웨어(Stealth Wear)’였다. 이 미래지향적인 스트리트 패션은 착용자가 열탐지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s)에 포착되지 않도록 한다. 지난 1월 패션 부티크 ‘프리미티브 런던’에서 첫 선을 보였다. 스텔스 웨어는 소비자 패션 품목이라기보다는 ‘도발’에 더 가까웠다고 하비가 말했다. 열탐지 촬영기술이 얼마나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차단하는 데 어떤 대응수단이 필요한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취지였다.
그리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데뷔 이후 군사 매체(Army Times)의 상당히 호의적인 기사를 포함해 언론에 널리 보도됐다. “그들은 우리의 컬렉션 리스트에서 가장 섹시한 사진을 사용했다”고 하비가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어디 소속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기밀문서에 하비의 작품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무엇에 관한 문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것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배경”이라고 하비가 말했다. “내가 만드는 작품이 가능한 한 널리 이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프트숍을 기획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겠나 싶었다.”
오프 포켓은 지금껏 그들이 내놓은 최고의 주력 제품이다. 가격은 100달러로 기프트숍에 전시된 450달러짜리 스카프보다 싸다. 한 쪽은 열탐지 영상의 바탕에 무지개색이 칠해졌고, 반대 쪽은 적외선 신호를 차단하는 금속 나일론으로 돼 있다. 길거리에서 감시의 눈길을 차단하면서도 시선을 끌 만큼 튀지도 않는다. “우리는 ‘가장 상업성을 지닌 제품 중의 하나로 오프 포켓’을 구상했다.” 앞으로 상점 및 미술가들과 공동작업하는 구상을 거론하며 블룸필드가 말했다. 뉴뮤지엄에서 판매중인 은색 한정판 오프 포켓이 대표적인 예다.
하비는 최초의 모델을 바지에 꿰매 넣었다. 오프 포켓에 ‘포켓’이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이다. 그는 우리가 휴대전화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스마트폰의 서비스 조건에 동의할 때 우리는 그 이용방식에도 동의해야 한다. 이용자의 정보가 얼마나 추적되고 기록되는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단지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 한 어디를 가든 정보가 추적되고 기록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전원을 켜고 끄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끄기 꺼린다고 하비는 말한다. 게다가 그러고 싶어도 그조차 갈수록 어려워진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일부 전자장치가 작동하도록 하는 전화가 개발되는 중이다. 부팅 시간을 줄이려는 목적이지만 이처럼 반 활성화된 상태가 감시에 이용될 수 있다.
휴대전화가 꺼져 있을 때도 미 국가안보국(NSA)은 추적이 가능하다고 지난 8월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처럼 전원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신호를 계속 전송하도록 하는 맬웨어(정보를 유출하는 등의 악성 소프트웨어)를 휴대전화에 깔아 놓는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가 정말로 꺼졌는지 확인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배터리를 제거하는 것으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백업 전지가 내장된 전화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NSA 기밀누설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방문자들에게 그들의 휴대전화를 호텔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요청했다(냉장고 및 칵테일 셰이커도 유사시에 무선신호를 차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하비는 이들의 차단기능을 오프 포켓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오프 포켓의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
하비와 블룸필드는 오프 포켓이 기밀문서 유출자뿐 아니라 더 널리 어필하기를 기대한다. 오프 포켓의 최초 구매자는 PRVCM 런던 데뷔 무대의 모델이었다. 그녀는 연단으로 걸어가 전시 모델을 집어 들고는 하비에게 100파운드를 건넸다. 하비에 따르면 그녀는 “때때로 방해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중할 시간을 얻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에는 끄기 버튼과 의지력 말고는 그리 많지 않다. 첨단기술 저술가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일하는 동안에는 타이머가 장착된 금고 안에 휴대전화를 넣어둔다고 한다. 신호음, 위치추적과 메시지 확인 충동으로부터 벗어나는 덜 극단적인 방법으로 신호차단 케이스도 있다.
오프 포켓은 스텔스 웨어와 마찬가지로 언론으로부터 시의 적절한 지원사격을 받았다. 열탐지 카메라 차단 후드티와 스카프를 선보였을 때 항간에서는 무인기가 최대의 화제였다. 그 기술의 민간부문 활용에 관한 논의가 수시로 벌어졌다. 무인기는 프라이버시에 관해 말할 때 즐겨 이용하는 위협이었다고 하비는 말한다.
그뒤 하비와 블룸필드가 킥스타터(소셜펀딩 사이트)에서 오프 포켓의 자금조달 활동을 준비 중일 때 스노든이 NSA 문서 1차분을 공개했다. “요한나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이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비가 돌이켰다. 그 킥스타터 캠페인은 목표액 3만5000달러를 돌파해 5만6000달러를 조달했다. “대중의 인식은 중요하다”고 블룸필드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휴대전화가 최대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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