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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CARE - 오바마케어가 벤처 열풍 일으킨다

OBAMACARE - 오바마케어가 벤처 열풍 일으킨다

획기적인 건강의료 기술혁신 붐 유발해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 미칠 전망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숨겨진 큰 비밀이 하나 있다. 건강관리 업계가 눈부신 신기술 구축에 사상 유례 없는 투자를 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환자가 어떤 병이 있는지 알기도 전에 그에게 갑상선종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과 같은 경이적인 기술이다.

기본적인 관리업무 기술 투자만해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적은 돈으로 더 우수한 진료를 받고 자신의 건강에 관해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알도록 한다. 훨씬 더 흥미로운 뉴스는 이 기술로 의사로부터 병원, 보험회사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걸쳐 상호 연결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정보와 응용 프로그램의 섬이었던 개체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전국적으로 방대한 디지털 건강정보 플랫폼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가들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응용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수 있다. “소비자 앱은 그야말로 시장 판도를 뒤바꿔 놓는 기술”이라고 조지메이슨대의 건강·보건경제학자 렌 니콜스가 말했다.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국에 신기원을 이루는 건강의료 기술 붐이 다가오며 그것이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고 내다본다.

오바마케어에 힘입어 이미 벤처기업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초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헬스 2.0 컨퍼런스의 한 모임에 8개 기업이 새로 참가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베네피터(Benefitter)는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새 건강보험 세계를 순항하도록 돕는다. 생체 센서 의류를 생산하는 옴시그널(OMsignal)은 의사에게 건강 데이터를 제공해 더 정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이 모든 과정에서 중대한 요소를 간과한다. 2010년에 제출된 그 법안이 비할 데 없이 중요한 개혁의 촉매제가 됐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건강관리 산업의 태반을 움직이는 기술은 아미쉬파(현대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농경생활을 하는 종교 집단) 농장의 기술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몇몇 병원 지하실에 있는 컴퓨터 시스템은 1969년 달 착륙에 이용됐을지 모를 정도로 고물이었다.

수십 년 동안 주저하며 미뤄온 혁신적인 변화가 건강법안으로 실현됐다. “물론 약간의 위험이 따른다”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더글러스 존스턴이 말했다. 10월 2일 IBM 컨퍼런스에서 건강관리 업계의 첨단기술투자 붐에 관해 강연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말기 환자의 경우처럼 뭔가 조치를 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난 2년 동안 연방정부는 각 주에 건강보험 거래소(온라인 보험 마켓플레이스) 개발 비용으로 38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와 같은 첨단기술 프로젝트는 웹사이트, 데이터 공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등을 수반한다. 그리고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거의 모두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 프로젝트 중 다수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 프로젝트”라고 컨설팅 회사 아발레리 헬스의 댄 멘델슨이 말했다. “민간부문의 지출이 궁극적으로 연방정부 지출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아진다.”

대형 첨단기술 회사들의 입장에서 이는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 격이다. 액센추어는 캘리포니아주에 보험거래소를 구축하는 3억99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 IBM·제록스·오러클도 진공청소기처럼 거래를 빨아들이는 회사들로 꼽힌다. 보건기술 전문기업 맥시머스의 향후 수입이 3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난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한다.

신생 벤처기업 수준에선 2012년 362개 중소기업에 15억 달러의 투자가 유입됐다.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라고 시장분석 기업 CB 인사이츠가 밝혔다. 2013년에는 투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법안과 관련해 보건산업 투자의 대부분을 견인하는 엔진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오바마케어 이전부터 시작됐다. 2009년 메디케어(Medicare, 고령자 의료보장)가 규칙을 바꾸기 시작할 때다. 전에는 환자에게 제공된 모든 진료 비용을 지급했다. 이는 의사와 병원이 의료의 질이나 효율성 대신 양을 추구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젠 메디케어가 결과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가령 심장병 횐자의 상태가 호전되어 더는 병원을 찾지 않는지가 기준이 된다.

의사와 병원들은 그와 같은 결과를 증명해 보험금을 받으려면 시스템에 투자해야했다. 환자에 관한 정보의 수집·공유·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또한 의료기관으로서는 분석 및 기타 발명품들(예컨대 옴시그널의 바이오 의류)을 이용해 환자가 더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의사들은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환자의 갑상선종이나 임박한 심장발작을 예측하고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치료한다. 환자를 치료할 필요가 줄어들 경우 의료기관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된다.

온라인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는 또 다른 성장엔진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게 된다”고 멘델슨이 말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청구와 보건 추세에 관해 방대한 양의 종합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인구집단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물론 초기에는 그 보험 마켓플레이스 사이트에 약간의 결함이 있겠지만 그런 문제는 결국 해결된다).

반대파들은 오바마케어가 경제에서 돈을 뽑아가며 일자리를 없앤다고 비판한다. 타코벨(패스트푸드 체인점) 같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지급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타코벨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IBM과 옴시그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게 된다. 오바마케어가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평을 듣지만 다수의 첨단기술 업계 종사자들을 부유하게 만들 참이다.

이 같은 혁신의 선례가 있다. 과거 1936년 루스벨트(FDR)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을 때 공화당원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다.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 처리 문제가 생겼다. 연방정부와 모든 대기업이 전 직원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추적하는 신형 펀치카드 기계 개발에 투자해야 했다.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FDR이 사회보장법에 서명했을 때 IBM은 곧 숨이 넘어갈 판이었다. 펀치카드 기계가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IBM은 하늘 높이 날아 올라 미국을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신생 데이터 처리 산업으로 이끌었다. 첨단기술의 렌즈로 들여다볼 때 오바마케어는 희망적인 미래의 출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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