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에서 벼와 고구마 농사를 짓는 공정택(59)씨는 얼마 전 10년째 쓴 트랙터를 교체하려고 마음 먹었다. 오래 써 부품을 교환할 일이 많았고, 고장도 잦았기 때문이다. 최신 트랙터는 고장이 거의 없다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쓰던 쓰던 트랙터를 팔려고 했지만 이내 계획을 접었다. 수집상이 중고 트랙터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아서다. 공씨는 “새 것을 살 때 중고에 적당한 가격을 매겨 할인해주면 좋겠는데 적당한 방법이 없었다”며 “자동차처럼 매입 과정이 더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공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농민들이 걱정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12월 17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LS엠트론과 ‘중고 농기계 수출, 농산물 판매촉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농협은 중고 농기계를 수집해 LS엠트론에 공급하고, LS엠트론은 중고 농기계를 정비·수리해 수출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LS엠트론의 애프터서비스 지원망을 이용해 농협 농기계의 전국적인 수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과 LS엠트론의 해외 진출이나 인수합병(M&A) 추진 때 농협의 금융 지원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글로벌 사회공헌의 공조 사례국내 농기계 시장은 2010년 1조원대에 진입한 후 수요 감소 등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던 트랙터도 판매 감소로 고전 중이고, 농기계 제조업체도 LS엠트론을 제외하곤 성장이 멈춘 상황이다.
반면 세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약 1330억 달러(약 141조원)에 이른다.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 등에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을 키워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LS엠트론은 부정적인 대외 여건에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다. 중국과 브라질 등 해외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농기계 제조업체 중 신용등급도 가장 우수하다.
최근에는 농기계 수출 역사도 새로 썼다. 우즈베키스탄 국영 농기계 업체인 ASI와 향후 5년 간 트랙터 2만457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금액으로 5억 달러(약 5300억원) 수준인데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국내 농기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LS엠트론의 연간 매출(지난해 기준 1조6322억원)의 30%를 상회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유일의 농기계 제조업체란 평가를 받는다. 농협이 LS엠트론과 손을 잡은 이유다. MOU에 따라 농협은 경기도 안성 중부권자재유통센터 내에 중고처리 시설을 2015년 내에 짓기로 했다.
지역 농협은 농기계 처분 대상자를 발굴·수집하고, 중앙회는 중개 장려금과 알선 수당 등을 책정해 독려하기로 했다. LS엠트론은 중고 농기계 취급 전문 자회사인 농가온을 활용해 수리사업소를 운영하고, 자체 수출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해외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자재부 최순철 차장은 “중고 농기계의 수출이 활성화되면 신규 농기계 공급도 원활해질 뿐만 아니라 농협이 시행하는 농기계 은행사업도 촉진돼 농업인의 영농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구매자와 공급자 간 훌륭한 상생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OU 교환과 함께 LS엠트론은 농협의 농산물 상생광고에 3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늘 농가와 친환경 양파농가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는데 12월 19일부터 중소 수퍼마켓 또는 농협 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한 뒤 다른 품목으로 확대, 지원할 예정이다. 또 양사는 독거 농가 영농지원 등 국내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베트남 학교 건립 등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2008년부터 추진 중인 ‘농기계 은행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농기계 은행사업은 농협이 농가 부채절감을 위해 중고 농기계를 구입해 농민에게 싸게 빌려주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영세농민을 대신해 농사를 지어주는 농작업 대행 사업이 추가됐다.
고령화에 따른 농작업 애로를 해소하고,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농작업 서비스를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경영 규모가 작은 농가(4.5헥타르 미만)의 경우 농기계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위탁 영농이 경제적이다. 연간 농기계 운영비(1015만원)보다 위탁영농비(466만원)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2008년부터 1조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중고 농기계를 구입했고, 농협 직영으로 영세·고령·부녀농 등 취약 농가를 상대로 농작업 대행 사업을 해왔다. 수요가 늘면서 농작업 대행 실적은 2009년 15만5624헥타르에서 올해 98만2660헥타르(추정치)로 크게 증가했다.
수혜 농민도 3만1582명(2009년)에서 13만7000명(2013년 추정치)로 늘었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임대농기계 활용을 통한 농작업 비용 절감(4929억원), 농기계 입찰 구매를 통한 가격 할인(4333억원), 농업인 신규 농기계 구입자금 부담 경감(2772억원) 등 1조6958억원 규모의 경제적 실익을 거뒀다는 게 자체적인 평가다.
활기 띠는 농기계 은행사업전남 고흥 팔영농협이 대표적이다. 팔영농협은 지난해 조합장 직속으로 유통영농지원단을 만들었다. 24개의 농기계와 육묘장을 운영하는데 농작업 대행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지답사를 통해 꼼꼼한 영농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대행 요청이 많아졌다. 지난해 48개 농가, 31헥타르였던 농작업 실적은 올해 105개 농가, 80헥타르로 증가했다. 600만원에 그쳤던 운영수익도 4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농협은 이러한 우수사례를 널리 알리는 한편 농기계 은행 업무와 농기계 판매 및 서비스를 총괄하는 영농관리센터를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692곳이었던 농기계사업단을 800곳으로 확대하고, 농작업 대행의 핵심 역할을 할 책임운영자도 늘릴 계획이다. 지역의 경작 형태에 맞는 맞춤형 영농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직영농협을 2012년 33개에서 2017년 200개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립 기반을 구축할 때까지 운영자금도 추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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