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태양열 충전해 스스로 도로 눈 녹여

태양열 충전해 스스로 도로 눈 녹여

특수 강화유리로 제작 … 주차장으로도 활용범위 넓혀
솔라 로드웨이즈가 개발한 스마트 도로의 가상 활용도.



겨울 폭풍 때문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막대한 돈을 쓰는 미국에서 제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스마트 도로(Smart Road)’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제이너스’를 비롯한 겨울 폭풍 탓에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시 셧다운되며 수 천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도로가 눈에 쌓여 기능이 거의 마비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직장이나 학교, 가까운 쇼핑몰에 가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도로가 문제였다. 폭설로 산더미 같이 쌓인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 시카고를 비롯한 일부 도시는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설작업을 손쉽게 하고 제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스마트 도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다호주의 세이글에 있는 솔라 로드웨이즈(Solar Roadways, 대표 스콧 브루소)가 개발한 스마트 도로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 전통적인 재료 대신 특수 강화유리로 도로를 만든다. 이 도로는 태양열도 활용하는데 겨울철 눈이 내리면 도로가 알아서 눈을 녹여준다.

특수 강화유리 재질의 스마트 도로 밑에는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다. 평소 태양열을 전기로 충전해 뒀다가 필요할 때 거대한 발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눈이 내리면 난방장치가 가동돼 스마트 도로를 따뜻하게 만들어 눈이 쌓이지 않고 녹게 만든다. 제설차량이 다니면서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기공학자인 스콧 브루소 대표는 “스마트 도로는 몇 겹으로 설치되는데 그 사이에 태양전지판이 깔리게 된다”며 “스마트 도로가 눈을 녹이는 것은 자동차 뒷유리에 설치된 열선을 통해 얼음을 녹이는 원리와 같다”고 소개했다.

스마트 도로에 저장되는 전기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스마트 도로 주변에 설치된 가로등뿐만이 아니라 신호등과 도로표지판 등의 LED(발광다이오드) 전구의 불을 밝히는데 사용된다. 또한 태양열 전지 패널로 제작되기 때문에 스마트 도로 자체에 ‘멈춤(Stop)’이나 ‘천천히(Slow)’ 등의 글자를 밝힐 수 있다.

이밖에 스마트 도로를 따라 일정 거리에 설치될 충전소를 통해 전기자동차에 전기를 충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솔라 로드웨이즈에 스마트 도로 1마일당 생산되는 태양열 전기의 양은 400가구가 사용하는 양에 해당한다. 또한 스마트 도로의 내구성은 22년 간 유효하기 때문에 도로 보수나 유지 비용도 기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에 비해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동차 뒷유리 열선과 같은 원리… 마찰력도 좋아스마트 도로가 특수 강화유리 재질로 포장된다는 점에서 일부 운전자들이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겠냐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솔라 로드웨이즈는 특수 강화유리 재질의 견인력과 마찰력은 기존의 아스팔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크다고 답변했다. 견인력과 마찰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 연방정부도 스마트 도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연방고속도로청은 2009년 솔라 로드웨이즈와 후원계약을 하고 태양열패널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 데 이어 2011년에는 동일한 개념을 적용한 스마트 주차장 건축을 후원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솔라 로드웨이즈는 장기적으로 스마트 도로를 전 세계적으로 깔려고 한다. 스마트 도로가 많이 설치되면 설치될수록 도로 기능뿐만 아니라 태양열이라는 청정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충전하기 때문에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스마트한 도로와 깨끗한 에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개념 도로라는 것이다.



석탄·석유 대체 효과도 기대도로를 활용해 눈도 치우고 그 밖의 다양한 에너지 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매사추세츠주의 명문 워체스터 공대(WPI, 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의 라지브 맬릭 교수 연구팀도 추진하고 있다.

전미과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맬릭 교수가 개발한 것은 기존의 아스팔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태양열을 활용하는 ‘태양열 충전 아스팔트 도로’다.

개념은 간단하다. 태양열을 충전할 수 있는 특수 부동액으로 가득 찬 파이프를 아스팔트 밑에 설치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날씨가 따뜻할 때 태양열로 뜨거워진 특수 부동액을 방열저장고에 보관해 둔다. 날씨가 추워져 눈이 올 때 이 특수 부동액을 방열저장고에서 파이프로 보내면 아스팔트 위의 얼음이나 눈이 녹게 된다.

태양열 충전 아스팔트 도로는 건물과 연계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라지브 맬릭 교수 연구팀은 태양력 충전아스팔트 도로와 주차장을 통해 모은 태양열을 인근 건물의 물탱크에 보내 전기를 절약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추운 날씨 탓에 도로가 갈라지거나 흠이 가는 등의 문제도 태양열 충전 도로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알래스카의 경우 날씨로 인한 도로 유지비용으로 1마일당 1600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맬릭 교수 연구팀은 태양열 충전 아스팔트 도로를 도입하면 이 같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맬릭 교수는 “한번 상상해 보라. 미국에 있는 300만 마일 길이의 고속도로를 태양열 충전 아스팔트 도로로 전환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에너지 활용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태양력 충전 도로와 건물을 연계하면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도로보다 3배 비싼 건설비가 숙제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도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화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난관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 도로는 마일당 440만 달러의 건설비용이 투자되는데 기존의 도로 건설비용보다 3배 정도 많다. 솔라 로드웨이즈나 맬릭 교수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스마트 도로가 비용보다 혜택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로컬정부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부담하면서 새로운 도로를 도입하는 모험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격언처럼 이 같은 어려움에도 벤처투자개념으로 스마트 도로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스마트 도로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이크 크래포 연방상원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스마트 도로를 건설하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 프로젝트를 접근하는데 새로운 방법과 효율적인 접근법을 배운 만큼 현실화도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2‘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3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4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5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6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7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8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9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실시간 뉴스

1“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2‘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3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4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5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