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FOOD - 미국 대평원에서 들소 떼 다시 보게 될까
- culture FOOD - 미국 대평원에서 들소 떼 다시 보게 될까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파크에 가면 들소 수백 마리가 뛰노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광경을 보는 사람 대다수가 수백 년 전 북미 대륙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거대한 들소 떼를 떠올린다. 하지만 인디언 토지보유권 재단(ILTF)의 계획대로 된다면 앞으로 미국 대평원의 많은 지역에서 그런 모습을 다시 보게 될 듯하다.
ILTF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토지 관리와 소유권, 이전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기관으로 대평원 일대의 땅 100만 에이커를 확보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 오클라호마주와 콜로라도주, 미네소타주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이다. 이 광활한 땅에 우선 1000~2000마리의 들소를 풀어 풀을 뜯고 뛰놀며 번식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들소들이 지난 수천 년 동안 해오던 방식대로 말이다.
크리스 스테인브루크 ILTF 회장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리틀 캐나다에 본부를 둔 이 재단은 2013년 12월 이 사업에 부분적으로 착수했다. 요란하지 않은 캠페인을 통해 1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게 1차 목표다. 스테인브루크는 이 사업에 필요한 모든 땅과 들소를 구입하려면 약 1억 달러를 모금해야 하는데 부동산과 관련 자재의 가격이 높은 만큼 액수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과거 회고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된 운동은 아니다. 정부 관리들은 들소 고기가 풍부해지면 비만과 당뇨병이 만연한 대다수 원주민 사회의 건강과 경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들소는 수 세기 동안 대평원 지역 인디언들의 생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들소 가죽은 이들에게 잠잘 곳과 입을 것을 제공했다.
또 들소의 이동 본능(들소 떼는 한 곳에서 풀을 뜯어먹은 다음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을 반복한다)은 일부 부족의 떠돌이 생활 관습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들소의 존재는 이들의 영적 생활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건강에 좋은 저지방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미국 동해안의 유럽인 정착민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겪은 비극적인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대평원의 지리적 조건과 인구학적 구성에 또 다시 큰 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대다수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오갈랄라 대수층(대평원에 물을 대는 거대한 지하수층)의 물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미국 심장부의 농민들은 우물물이 말라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일부 사회학자는 이 지역에서 사람들을 모두 몰아내고 들소 떼에 땅을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7년 시작된 이 ‘들소 공유지 운동(Buffalo Commons movement)’은 이런 변화가 지속 가능한 새 모델을 제시해 대평원 지역의 농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들소 목축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려면 들소 고기를 틈새 시장에서 끌어내 일반 소비자가 동네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고, 사고 싶어하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들소 고기의 가격이 충분히 낮아질 만큼 물량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스테인브루크는 말했다. 그는 일부 시장에서는 다진 소고기가 1파운드(약 450g)에 약 3.50달러인데 반해 들소 고기는 12달러나 한다고 덧붙였다.
아칸소 법대의 ‘토착 음식 및 농업 운동’ 책임자 제이니 심스 힙은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고 믿는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고 그녀는 말했다. 오클라호마주에서 자란 촉토족 인디언인 힙은 대평원에 사는 인디언 부족의 목축업 전통이 이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들 대다수가 수 세대 동안 목축업을 해 왔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문제는 그들에게 괜찮은 들소 목장 운영을 위한 착수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들소는 소에 비해 사육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 게다가 대다수 인디언 보호구역은 가난에 시달린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인디언 보호구역인 파인 리지의 실업률은 90%에 육박한다. 모금액 중 일부가 토지 확보와 들소 매입 비용 이외의 용도로 쓰여야 하는 이유다. 들소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거나 소 목축에서 들소 목축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인디언 목축업자에게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들소 고기가 인기를 얻게 되면 인디언 원주민 사회에 식사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 노스다코타 주립대학의 공중보건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인디언 건강 전문가인 도널드 원에 따르면 인디언 보호구역 대다수가 ‘식품 사막(food desert)’이다. 감자칩 등 인스턴트 스낵류와 청량음료 같은 정크 푸드가 넘쳐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접하기 어려운 곳이다. 원은 이 계획이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단순히 그들의 식사에 들소 고기를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에겐 들소 고기 외에도 건강에 좋은 다양한 식품을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원은 말했다. 식품 사막 증후군에 가난이 겹쳐 이 지역의 공중보건 수준은 재앙에 가깝다.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당뇨병과 비만 같은 질병이 만연해 있다. 원은 노스다코타주만 보더라도 원주민들은 백인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두배에 이르며 그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6배나 높다고 말했다. 원주민들이 신선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좋은 단백질 공급원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정크 푸드의 양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비만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스테인브루크는 이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ILTF는 올해 약 15명의 농부에게 보조금과 소액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울타리와 축사 건축, 들소들을 위한 물 웅덩이 마련 등 설비 투자 비용이다. 들소는 소에 비해 힘이 더 세고 온순하지 않아 길들이기가 어렵다. 또 뛰놀기 위해 넓은 땅이 필요하다. 좁은 땅에서 키울 경우 마치 우리 안에 가둬 키운 소처럼 고기에 지방질이 많아진다.
농업 자원을 이용해 원주민의 생활 향상을 도모하는 ‘부족 간 농업 위원회’(몬태나주 빌링스 소재)의 프로그램 관리자 재커리 두슈노는 이 사업이 하루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 “현재 원주민들은 보호구역 내의 식품점에서 살 수 있는 고기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먹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소를 키울 수 있는 풀이 자라지만 고기를 100% 외부에서 들여온다. 인디언 보호구역은 비만과 당뇨, 그리고 그에 따른 모든 부수적인 질병이 만연해 있다. 이 지역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50세에 다리를 절단한 사람들이 꽤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송혜교, 파격 변신 공개..한소희도 감탄 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홍윤화 23㎏ 폭풍 감량.."내 모습 낯설어"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9개 장군 자리 없어지나…李정부, 장군 정원 감축 가능성[김관용의 軍界一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영원무역, 2년 만에 재고 1.3조 돌파…구조적 부담 여전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팜이데일리 최다 작성 톱3 기업 주가 상승률, 헬스케어지수 11배 ↑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