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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동산 대책 그 후 1년 - 집주인 웃고 세입자 울다

4·1 부동산 대책 그 후 1년 - 집주인 웃고 세입자 울다

부동산 가격은 소폭 올라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은 여전히 불안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어떤 효과를 거뒀을까? 결론부터 말해, 집주인은 웃고 세입자는 울었다. 떨어지기만 하던 부동산 가격은 소폭 올랐다. 각종 세제 완화 조치가 힘을 발휘한 결과다. 이와 달리 전세가격은 전반적으로 급등했다.

정부는 ‘전세로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보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예전처럼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여서 전세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낸 빚의 증가율이 주택을 사기 위해 내는 빚의 8배에 이르는 가운데 가계부채 총액은 1000조원을 돌파했다.



5차례에 걸쳐 부양책 발표‘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 부동산 대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4·1 부동산 대책이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이후로도 5차례에 걸쳐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내놓았다. 7·24, 8·28, 12·3, 2·26 등이다. 대부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떠받치기 위해 관련 세제를 완화하고 금융을 지원해주는 정책수단을 썼다.

먼저 4·1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면제했다. 거래 과정의 세금을 줄여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전세에 사느니 집을 사겠다’는 방향으로 소비자 심리를 유도하는 첫 조치였다. 하지만 관련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어 7월 24일에는 공공분양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 나왔다.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해 공급 과잉을 막겠다는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조치다. 미분양이 늘어나 주택가격이 떨어져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다고 판단하고 그 원인부터 제거하려 했다. 이렇게 공급을 죄면 매매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3월 7만1000호에서 올 2월 5만2000호로 1만9000호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8월 28일에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공유형 모기지를 제시했다. 1%대 저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얻게 될 수익이나 손해는 국민주택기금과 개인이 공유한다. 본격적으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시키는 정책이다. 시범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둔 상품으로 시장의 기대도 큰 편이었다. 이에 더해 취득세율도 영구적으로 인하했다.

12월 3일에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최대 3억원까지 늘리고 금리는 3~4%대로 낮춘 대출상품이다. 세입자가 은행에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면 은행은 대출금을 집주인에게 전달하고 세입자는 은행에 월세처럼 이자를 지불한다. 전세가 끝나면 집주인이 은행에 대출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전세금만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전셋집이 부족해 대기 수요가 넘쳐나는데 집주인이 서류까지 제출해가며 임차인을 찾으러 다닐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혜택을 받는 전세세입자는 없으면서도 전세자금 규모만 늘렸고, 이는 곧 전세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세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전세금 부담만 주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가장 최근 발표된 2월 26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에서는 정책 방향이 급선회했다. 세제와 금융지원을 통해 주택 구매심리를 자극해오다 돌연 전·월세 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던 월세 임대인의 90% 이상에게 갑작스런 과세 방침을 내렸다.

부동산 임대시장에는 적지않은 혼란이 빚어졌다. 전·월세 소득을 노리고 다주택을 사려는 주택매매 수요에 찬물을 끼얹었다. 2주택이든 다주택이든 사라고 독려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주택을 사서 돈을 벌었느니 세금을 내라는 식이다. 부동산 임대 소득에 따른 이점이 줄고 정부의 임대차 시장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이 크게 위축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고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활황기 때 도입된 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 중이다. 1년 만에 5차례나 부동산 정책이 크게 변하면서 부동산 거래량은 다소 회복됐다. 하지만 세제혜택과 과세 카드를 번갈아 남발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을 잃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떨어지기만 할 듯했던 부동산 가격이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년 동안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3.7%포인트 상승했다. 국토연구원이 4월 7일 발표한 ‘4·1 대책 이후 주택시장 변화 및 향후 정책 방향’에 따르면, 1년 동안 수도권은 5.6%포인트, 지방은 1.8%포인트 가격이 올랐다. 다만 주택 전세가격은 더 올랐다. 수도권이 6.5%포인트, 지방은 1.4%포인트 상승해 전체적으로 3.9%포인트 올랐다. 주택거래량도 늘었다. 1년 전에 비해 18만 9000가구(수도권 12만 가구, 지방 5만9000가구) 확대됐다.

국토연구원은 “4·1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매매 시장이 회복 국면에, 주택전세 시장은 수급 불일치로 불안 국면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또 “신규 주택공급(인허가 실적)과 미분양 주택의 수가 감소해 주택 공급 과잉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으며 주택을 사려는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며 4·1 부동산 대책의 성과를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봄바람에 가계부채도 늘어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부동산 가격 회복과 함께 가계부채는 더욱 늘었다. 4·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 부채를 늘려 가격하락을 막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실은 가계부채 확대의 부작용을 불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를 992조원으로 집계하고 2013년 말 10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 중에서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낸 빚이 주택을 사기 위해 낸 빚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늘었다. 7개 시중은행 집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8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보다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분기별로 보면 1분기 4.8%, 2분기 3.6%, 3분기 3.4%로 점차 축소되다 올해 들어 증가폭이 커졌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같은 시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율(0.7%)의 8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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