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EOUL REPORT - 이타심으로 어둠을 없애자

SEOUL REPORT - 이타심으로 어둠을 없애자

인간성 상실이 세월호 침몰 같은 참사 불러 … 이젠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도 개조가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 열흘째인 25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행렬.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를 읽으면 조선 말기의 경제상이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6장 이후에 조선후기 한국인들의 생산 환경에 관한 통계자료가 많다. 그런 정보를 통해 당시를 되돌아 보면 갑자기 생산성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랬을까? 논문이나 자료를 찾아 보면, 조선 말기에 지리적이거나 자연적인 이상은 전혀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생산성 저하는 인간 즉 당시 한국의 인적자원에서 기인했음이 드러난다.

유교사상은 원래 미덕의 바탕 위에 세워진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학자들 때문에 구원은커녕 오히려 억압도구가 돼버렸다. 같은 시기 중앙아시아나 만주 지역의 조선인들은 칭찬을 받고 있었지만, 한반도 안의 한국인들이 처한 환경은 열악했다. 재해석이나 정신적인 개조와는 거리가 멀었던 당시의 학자들은 ‘동도서기론’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 했다. 한반도는 나날이 퇴화하며 더 큰 고통을 겪었다. 일제강점기의 설움을 잊으려 애쓰던 한국인들이 민족분단을 만났고 한국전쟁을 치렀다.

외세와의 접촉으로부터 시작해 거의 100년 동안 개조와 재해석을 피해 왔던 한국인들은 더는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경공업으로 출발해 배와 자동차를 만들었다. 전자제품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휴대폰을 생산하고 나아가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혁신, 개혁, 재해석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이젠 경제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개혁과 개조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지난주 한국 근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다. 세월호라는 여객선이 침몰해 많은 청소년들이 희생됐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의 사망자 수는 183명, 실종자 수는 119명이다. 119명 중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몇 가지 문제가 특히 신경에 거슬렸다.

첫째는 사기꾼들의 비인간적인 태도. 몇몇 사기꾼이 이 사건을 이용해 스팸 문자를 보내고, 침몰 동영상을 볼 수 있다며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했다. 물론 사기 자체도 나쁜 일이지만 그 정도까지 비인간적인 행동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둘째는 선장과 항해사들의 행동이다. 언론을 보면 정치인이나 구조대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선장과 항해사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 거의 500명에 달하는 승객들 중 사망자가 많아야 10명도 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진국인 한국에서 승무원들이 미리 훈련한 대로 질서정연하게 승객들을 안전하게 구조해낼 줄 알았다. 세계 수준의 전자 제품뿐 아니라 미덕으로도 유명한 한국이 멋지게 재난을 수습할 줄 알았다.

1990년대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사건부터 한국은 특히 사회적인 분야에서 정신적인 개조나 재해석의 필요성의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타정신의 중요성이 나날이 뚜렷해졌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이타심이 없으면 사회가 조금씩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안산 올림픽 기념관 분향소 근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지금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내 심정을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앞으로 더 더욱 이타적으로 살겠다고 그분들 앞에 약속한다. 우리 모두 같이 약속하자. 남을 위해서 살자. 자신을 희생하자. 우리 몸에서 나온 빛이 많은 사람의,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없애버리도록.

- 필자 알파고 시나씨(터키)는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2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3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4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5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6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7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8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9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실시간 뉴스

1"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2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3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4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5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