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알퐁스 도데作 <별>의 ‘에로틱 캐피털’
- 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알퐁스 도데作 <별>의 ‘에로틱 캐피털’

세태에 찌든 교활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슬그머니 펴보는 소설이 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 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와 나란히 교과서에 실렸던 이 소설은 사춘기 그 순수했던 시절로 사람을 이끄는 마력이 있다. 목동과 아가씨, 소년과 소녀, 양떼 목장과 산골마을…. 목가적인 인물과 배경은 그 자체로 성스럽고 순결하다.
<별> 은 1866년 출간된 알퐁스 도데의 첫 소설집에 실린 24편 중 한편이다. ‘별-프로방스의 어느 목동 이야기’가 원제다. 소설 속 목장이 위치한 ‘뤼브롱산’은 프로방스에 있다. 프로방스는 도데의 고향이다. 도데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꿈에도 그리던 아가씨가…‘나’는 뤼브롱산에서 홀로 양떼를 치는 양치기 소년이다. 사람이라고는 통 그림자 구경도 못한다. 2주에 한번씩 보름치의 양식을 갖다 주는 농장 식구들을 보는 게 가장 기쁜 일이다. 마을 소식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주인댁 따님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소식이다.
점심 때 소나기가 퍼부은 어느 일요일. 보름치 식량을 기다리는데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새를 몰고 나타났다. 나의 가슴은 쿵닥쿵닥. 목장을 둘러본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하산했다. 그런데 강을 건너던 아가씨는 불어난 물에 추위와 공포에 젖어 농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잠잘 곳을 마련해 준 뒤 문밖에 나왔는데, 아가씨가 따라 나왔다. 우리는 말없이 나란히 옆에 앉았다. 모닥불을 피웠다. 고개 들어 보니 밤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별이 떠있다. 나는 아가씨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무엇인가 ‘싸늘하고 보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에 눌렸다.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내 어깨에 기대 잠이 든 것이다.
목동은 왜 스테파네트를 좋아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목동은 솔직히 말한다. ‘이 근처 백 리 안에서 가장 예쁜 우리 스테파네트 아가씨’다. 목동의 눈에 비친 아가씨는 천사와 동급이다. 목동은 자신이 어떻게 넋을 잃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자신의 꿈속에서나 사모하던 아가씨가 눈 앞에, 그것도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인간은 예쁜 것에 끌린다.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그래서 미를 추구하고, 탐닉하고 소비한다. 고급 화장품, 액세서리, 고급 의류, 다이어트 그리고 성형수술까지 미에 대한 욕망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만들었다.
미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이지만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미는 곧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런던 정경대 캐서린 하킴 교수는 2010년 초 ‘에로틱 캐피털’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에로틱 캐피털이란 외적 아름다움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에로틱 캐피털은 ‘미적 자본’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인맥과 인적 네트워크를 인적자본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하킴 교수는 에로틱 캐피털이 6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①외적 아름다움(b e aut y) ②남성적·여성적 매력(sexual attractivenesss) ③친근감 있는 사회성(social skill) ④활력(liveness) ⑤사회적 표현력(social presentation) ⑥성적 능력(sexuality) 등이다. 단순히 미남 미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동건 같은 조각미남은 물론이고, 유재석 같이 사회성이 뛰어나거나, 스피드스케이터 이상화 같이 건강미가 넘치거나 노회찬 같이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도 미적 자본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좋은 외모가 주는 경제적 혜택에 대한 연구가 있다. 노동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와 제프비들은 ‘아메리카 이코노믹리뷰’ 1994년 12월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설문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그랬더니 좋은 외모를 지녔다고 평가된 사람들이 평균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보다 5% 정도, 평균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은 평균 이하 외모를 지닌 사람들보다 5~10% 높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녀공통이었다. 맨큐는 이를 ‘외모 프리미엄’이라고 불렀다.
이런 조사는 국내에도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에 있는 아르바이트 소득자 1540명을 상대로 ‘외모와 아르바이트 수입현황’을 조사했다. 외모는 ‘매우 잘생겼음’, ‘잘생겼음’, ‘평균’, ‘못생겼음’, ‘매우 못생겼음’ 등 5개 등급으로 나눴다. 그랬더니 평균보다 ‘잘생김’ 그룹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76만6126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와 달리 ‘못생김’ 그룹의 월 평균 수입은 53만8367원이었다. ‘잘생김’그룹과 ‘못생김’ 그룹의 수입 차이는 17만7759원. 미남미녀는 추남추녀보다 33% 소득이 더 많았다.
키도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의류업체 ‘롱 톨 샐리’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키 173cm 이상인 여성의 연봉이 3만 파운드(약 5200만원)를 웃돌 확률이 상대적으로 키 작은 여성의 2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연간 최고 5000파운드(약 860만원)나 차이 난다는 얘기다.
173cm 이상의 여성의 25%는 ‘나에게 바꿔야 할 게 없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키 작은 여성들은 90%가 ‘내 용모가 불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외모는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잘생긴 남자’의 당선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니얼 해머메시가 지은 <미인경제학> 을 보면 2002년 독일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외모 효과를 측정했더니 외모 상위 84%에 해당하는 후보의 지역구 득표율이 50%에 해당하는 후보보다 15% 높았다.
여기서 짓궂은 물음 하나를 던져보자.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키가 작고 뚱둥했더라도 목동이 좋아했을까? 또 아름답고 깔끔하게 차려 입은 옷이 아닌 누더기를 입었더라도 지금처럼 목동이 좋아했을까? 모를 일이다. 에로틱 캐피털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돈과 외모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뒤집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모가 좋아서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반면 돈을 많이 버니 외모가 좋아 보일 수도 있다.
주인집 딸이라 더 예뻐 보였을 수도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공동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25∼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경제력이 높을수록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 소득 5000만원 이상자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가 58.8%였다. 연 소득 2000만원 미만 응답자는 30.4%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력별로도 고졸 이하는 24.8%, 대졸(재학)은 41.8%, 대학원졸(재학)은 60.3%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졸과 대학원졸 간에는 만족도가 2.5배 차이가 난다.
목동도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주인집 딸’이기 때문에 유달리 예뻐 보였을 수 있다. 하인집 딸로 종종 볼 수 있는 상대였다면 ‘천사’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지만 이렇게까지 가정해 버리면 너무 속물적일까. 미인경제학> 별> 소나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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