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 시장 어디로 - 재건축·리모델링 아파트 노릴 만
하반기 부동산 시장 어디로 - 재건축·리모델링 아파트 노릴 만
올 들어 맑던 부동산 시장에 구름이 끼었다. 집을 사거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지갑을 꺼내려던 수요자들이 멈칫하고 시장을 두리번거린다. 계절적으로 봄 시즌의 막이 서서히 내려가고 여름철 땡볕 비수기를 앞두고 있다. 회복 기대감에 들떠 있던 항로가 어긋나지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주택시장은 순항했다. 지난해 8·28대책의 훈풍이 이어졌다. 8·28대책은 전·월세 안정 대책이었지만 전·월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리는 데 포인트를 두고 있어 사실상 매매활성화 대책이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감면 등 세제 지원과 공유형 모기지 도입 등 주택구입자금 지원 등을 포함했다.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정부의 매매수요 진작 대책에 9월부터 주택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침체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임대소득 과세, 세월호 참사로 시장 냉각무엇보다 매매 거래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 들어 3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만7136가구로 1분기(1~3월) 기준으로 국토부의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이전에 가장 많았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1분기 6만7460가구였다. 월별로 거래량이 상승세를 탔다. 봄 성수기가 다가오며 1월 1만8611가구, 2월 2만6594가구, 3월 3만1931가구로 크게 늘었다.
집값도 오름세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0.48% 상승했다. 월별 상승률도 높아져 1월 0.06%, 2월 0.12%, 3월 0.3%였다. 상승세는 과거 집값이 많이 오른 인기 주거지역들이 주도했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성남 분당, 용인 수지, 과천 등이다. 용인 수지는 이 기간 1.58% 뛰었다. 강남권에선 강남구가 0.91%, 송파구 0.84% 각각 올랐다. 서울 평균(0.39%)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시장도 북적댔다.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월 모두 80%를 넘겼다. 1월 7.6대 1이던 입찰경쟁률이 3월엔 8.2대 1로 올라갔다. 분양시장에는 청약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인 양도세 감면 혜택이 올 들어 없어지면서 분양시장이 침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존 주택시장의 온기가 분양시장으로 확산됐다. 미분양이 꾸준히 줄어 지난해 말 전국 6만1091가구에서 3월 말 4만8167가구로 200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3월 초 갑작스런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발표된데 이어 4월 중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임대소득 과세 방침은 임대수익 투자를 위해 주택구입에 나서려던 다주택자의 발목을 잡았다. 전세와 월세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면 임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구매에 주저하자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도 덩달아 움츠러들었다. 여기다 세월호 참사는 경제 전반에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주택구매심리에도 영향을 줬다. 주택시장이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뺨 맞고 세월호 참사에 더욱 침울해진 셈이다.
상승곡선을 그리던 집값이 4월 들어 주춤해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4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가 4월에 많이 꺾이긴 했어도 그나마 ‘플러스(+)’를 이어가더니 5월 들어서는 전국 아파트값도 약세를 띠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잠정 집계한 4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보면 전달인 3월보다 10% 가량 줄며 거래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의 3개월 뒤 체감 전망지수도 긍정적이진 않다. 4월 말 99.2다. 4월 한달 새 111에서 11.8포인트 떨어졌다. 100을 기준으로 미만이면 하락, 초과면 상승 전망이다. 서울은 4월 말 96.6으로 4월에 16.5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8·28대책을 불쏘시개로 데워진 주택시장의 온기가 식기 시작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임대소득 과세와 세월호 참사 영향이 가시지 않은 데다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예년을 보면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8월까지 소강 상태를 보인 뒤 9월부터 다시 좋아지곤 했다. 그러나 올해도 하반기 이후에는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임대소득 과세와 세월호 참사 외풍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주택시장의 환경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대형사고는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1년 미국 9·11테러 때도 그 이전 잘 나가던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난 뒤 7월 서울 아파트값이 0.1% 떨어졌다. 하지만 사고 여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사고 한 달 직후 집값이 약세를 보이다 그 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임대소득 과세 방안은 애초 정부 발표보다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개정돼야 시행되는데 국회 내부에 임대소득 과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야당 일각에선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대신 소득세 등을 추가로 내지 않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임대소득 과세 원칙에는 공감해도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시장 충격을 줄이는 범위에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소득 과세정책이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데 책임이 크다는 여론도 많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가라앉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임대소득 과세를 세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 악재와 세월호 참사 여파가 사라지면 주택시장의 기초는 아직 탄탄한 편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것으로 전망된다.
“회복 국면에서 잠시 숨 고르기”그렇다면 어디에 관심을 둘 만할까? 우선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방침에도 임대 투자의 매력이 사라지진 않았다. 임대수익률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어도 전셋값 고공 행진으로 여전히 임대수요는 넘치는 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소형주택 공급 증가로 월세가 하락세이긴 해도 은행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 비해 서울·수도권의 방 2개짜리 월세가 3% 내렸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 5.64%에서 5.6%로 떨어졌다. 예금금리는 연 2.6%대다.
임대용 주택을 구입하려면 지역에 따라 임대용 주택 공급 과잉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에 소형 주택 공급량과 임대수익률 등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높은 곳은 서울 금천구(연 6.82%)·은평구(6.7%)·강서구(6.49%)·동대문구(6.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이 밀집한 강남구(1만5621실, 5.13%)·영등포구(1만2961실, 5.41%)·마포구(1만681실, 5.54%)·서초구(9151실, 5.41%) 등은 서울 평균(5.62%) 수준의 임대수익률을 나타냈다. 역세권·신도시·대학가 인근 등 20~30대 1인가구가 몰려 있는 지역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다른 분야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이다. 내년 초 되살아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속도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재건축 단지 가격(초과이익)의 일부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 3000만원까지는 면제되고 3000만원이 넘으면 10~50%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재건축 일반분양 계획)를 신청하는 단지는 부담금 부과가 유예된다.
정부는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할 방침이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 폐지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폐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재건축 추진 단지 입장에선 폐지 여부를 떠나 올해 안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강남구 개포지구, 강동구 고덕지구 등의 단지들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사업이 활기를 띨 뿐 아니라 정부가 소형주택건설의무비율 등 재건축 규제를 계속 풀고 있어 재건축 아파트는 하반기에도 눈을 떼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월 25일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시행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들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단체의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내년에나 수립될 것으로 보여 기본계획 확정 이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만 리모델링 기대 효과는 그 이전부터 나타나게 마련이다. 리모델링은 집값이 3.3㎡당 1600만원 이상은 돼야 사업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분당 등에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 등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이 재건축·리모델링 호재 덕을 가장 많이 볼 것”이라며 “재건축·리모델링이 집값 움직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분양시장도 하반기 기대주다. 상반기 분양시장에 주택 수요자가 북적인 데는 집값 회복 기대감 외에 새 아파트의 가격과 상품성이 크게 작용했다. 주택시장이 활황은 아니기 때문에 업체들은 초기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 이하로 낮추고 있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면서 널찍한 내부 평면 등 품질은 좋다. 여기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져 내 집 마련이나 큰 집으로 집을 바꾸려는 수요자들이 많이 청약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분양시장의 이 같은 트렌드는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라는 호재도 있다. 7월부터 민영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계약금만 있으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분양권 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전매제한 완화를 앞두고 분양권 시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이 7만5000건으로 정부가 거래량 공개를 시작한 2006년 1분기(7만200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올 하반기 전국에서 전매제한이 풀리는 물량이 8만7000여 가구다. 수도권 4만2000여 가구, 지방 4만5000여 가구다.
하반기 15만 가구 분양하반기에 분양 큰 장이 선다. 닥터아파트는 올 하반기 전국에서 200개 단지 15만1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2만3000여 가구)보다 23%가량 늘어난 물량이고 닥터아파트가 2000년 분양물량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물량 등 과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지역의 물량이 많이 나온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분양가가 저렴한 새 아파트의 메리트에다 전매제한 호재도 있어 분양시장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이외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상가와 분양형 호텔,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상가는 배후수요가 확보돼 있는 단지 내 상가가 안정적이다. 올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단지 내 상가 경쟁이 치열해 분양 때마다 ‘완판(완전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형 호텔은 제주도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서 투자성이 괜찮다. 지식산업센터는 정부가 임대 제한을 풀기로 해 요즘 새로 뜨고 있는 틈새 투자상품인 셈이다. 현재는 실제 사업자 외에는 분양 받을 수 없지만 정부는 사업자가 아닌 경우에도 분양 받아 사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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