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MARKETING - 캠핑, 마케팅의 ‘블랙홀’ 되다
CAMPING MARKETING - 캠핑, 마케팅의 ‘블랙홀’ 되다
지난 6월 13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죽바위로의 정글바베큐 과천점. 서울 양재동 코스트코 건너편에 위치한 이곳은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캠핑장이다. 3300㎡(1000평) 블루베리 농장 안에 카라반과 텐트가 설치돼 실제 캠핑장 같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캠핑 콘셉트를 접목시킨 카페. 텐트 한 동(4인 기준)을 예약하면 삼겹살, 목살과 버섯, 쌈 채소 등 기본상을 차려준다. 가격은 9만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 없이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정글바베큐는 서울 송파점과 인천 송도점도 오픈했다.
부동산개발업을 하던 박성오 대표는 2012년 9월 캠핑카페 개념을 도입해 과천점을 열었다. 그는 “1박2일 캠핑을 위해 두어 시간 차를 타고 나가고, 게다가 장비 풀고 걷다보면 진이 다 빠진다”며 “이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유통업체가 몰려 있는 도심 한복판이지만 이곳에서는 편하게 캠핑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서울워커힐호텔 옆에 서울 강북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정글바베큐엔 주중에는 직장인들의 회식이 많고, 주말엔 가족이나 친구들 모임이 대부분이다. 이날도 한 회사의 직원 40여 명이 회식 중이었다. 직장인 한수연(34)씨는 “도심 주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특별한 장비나 준비 없이 몸만 와도 캠핑 기분을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IT기기·아파트 분양에도 캠핑 접목캠핑의 전성기다. 통계청이 집계한 캠핑 인구수는 2010년 60만 명에서 지난해 130만 명으로 두 배나 증가했고, 올해는 최대 300만 명이 예상된다. 2010년 300개였던 캠핑장도 3년 새 1200개로 늘었다.
2008년 7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00억원을 돌파했다. 각종 텐트, 릴렉스 의자, 버너, 코펠, 야전침대 등 순수 용품만 따진 수치다. 올해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여 조 단위 산업으로 올라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캠핑 열풍은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 자동차업계, 프랜차이즈업계 등 전 분야에 일고 있다. 캠핑카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고 캠핑족을 겨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차량(RV)의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캠핑용 의류나 간편 식품 매출도 뚜렷한 상승 곡선이다. 캠핑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IT제품도 캠핑이라는 단어를 내 걸고 마케팅이 한창이다. 심지어 부동산 경기 불황을 틈타 캠핑장을 갖춘 아파트까지 나왔다.
심형석 캠핑아웃도어진흥원장(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은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이 과거 문화상품에서 캠핑 상품으로 바뀌고 있고, 팔리지 않는 제품을 묶음으로 만들어 ‘캠핑용 패키지’라 명하면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캠핑과 직접 관련 없는 기업도 캠퍼들을 대상으로 캠핑장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예 캠핑장을 연간으로 임차해 충성고객에 대한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미니밴과 SUV 등 RV 판매가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5개 국내 완성차 업체의 RV 판매량은 15만630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내수 판매의 27%로, 국내에서 팔린 차 넉대 가운데 한 대는 RV인 셈이다. 수입차도 RV 판매량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자동차 업체들은 주로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고객용 캠핑장을 만들고 무료 시승행사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캠핑·아웃도어 등에 적합한 차종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SUV 차량의 인기는 회사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는 최근 캠핑용 간편식이란 이름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4000억원 규모였던 캠핑푸드 시장이 올해 8000억원으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캠핑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찌개양념인 ‘백설 다담’과 즉석밥 ‘햇반’은 캠핑식품 대표 아이콘이 됐다. 오뚜기, 삿포로 맥주, 미트마루, 코디나 칵테일 등은 지난 6월초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가평자라섬 힐링캠핑쇼’의 후원기업으로 캠핑족을 찾아 나섰다.
캠핑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IT제품도 캠핑 마케팅에 한창이다. 특히 ‘초소형 빔’을 이용해 영화를 보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등 감성 캠핑 도구를 밀고 있다. 캠핑용 IT기기는 ‘포터블(휴대용)+경량화’가 제품 구매의 중요한 기준이다. SK텔레콤의 빔프로젝터 ‘스마트빔’은 지난해 출시된 이후 월평균 3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가로·세로·높이 4.6㎝, 무게 129g의 초소형 기기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작동한다. LG전자의 ‘클래식 미니 빔TV(PG65K)’는 손바닥만한 크기에 착탈식 배터리를 적용해 휴대가 간편하다. 필립스전자가 출시한 블루투스 스피커 ‘BT100’은 뛰어난 음향 사운드 성능을 자랑한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장도 속속 캠핑을 마케팅에 접목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난티 클럽은 클럽하우스 수영장 옆 100년 수령의 잣나무 숲에 10동의 텐트로 글램핑 존을 마련했다. 베드·소파·테이블 등이 갖춰진 텐트 내부는 호텔 수준이며 바비큐 그릴과 글램핑 전담 스텝도 배치됐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도 넓은 페어웨이 잔디 위에 비슷한 콘셉트의 글램핑을 진행하고 있다.
캠핑장을 갖춘 아파트도 나왔다. GS건설이 지난 5월에 분양한 ‘한강센트럴자이’는 소형 캠핑 데크를 시공해 단지 내에서 안전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SK건설이 인천 남구 용현학익지구에 분양중인 ‘인천 SK 스카이뷰’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가족캠핑숲’을 마련한다. 대우건설이 인천 송도에서 분양 중인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도 가든 파티와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캠핑장과 데크를 짓는다.
심형석 원장은 “캠핑 마케팅은 캠핑과 직접 관련 없는 타 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거나 내수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며 “캠핑은 다른 활동이나 산업과 결합됐을 때 그 효과가 배가 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죽어가는 지역 축제가 캠핑으로 인해 살아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색 맞추기 수준엔 소비자 외면하지만 캠핑과 상관없이 꿰맞추기 식으로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도 적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중순 찾은 수도권의 한 자동차극장은 ‘캠핑 극장’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관객의 반응은 차가웠다. 업체 측은 야외 테이블과 그릴 패키지, 개인 의자 등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그릴 패키지의 구성이나 주변 분위기가 캠핑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근 ‘도심 속 캠핑장’을 표방하며 속속 생기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도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평가다. 주로 실내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캠핑 음식주점인데, 대부분 텐트나 타프(차양막) 두어 개를 설치하고 의자나 테이블을 캠핑용으로 쓰는 정도다. 홍대 앞 한 캠핑카페에서 만난 고객은 “바닥에 인조잔디를 깔고 음식을 코펠에 넣었다고 캠핑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늘과 바람, 그리고 숲이라는 캠핑 고유의 ‘멋’을 카페에 들여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캠핑비즈니스 전문가과정을 진행하는 권유홍 교수는 “캠핑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캠핑과 상호보완성이 강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 위주에서 벗어나 캠핑마케팅의 목표와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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