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중상주의’
“열려라 참깨~” 바위문이 스르르 열리자 알리바바의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가 나타난다. 크고 작은 자루 속에 금화와 은화가 꽉꽉 차있다. 알리바바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열려라 참깨’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암호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은 천일야화에 실려 있다. 천일야화는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6세기경 페르시아에서 전해지는 1001일 간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천의 이야기> 라는 이름으로 8세기 말경 아랍 어로 번역돼 나왔다. 이후 이라크 바그다드, 이집트 카이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계속 덧붙여져 15세기경에 완성됐다.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 인도의 설화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왔는데, 작자는 한 명도 알려져 있지 않다.
아랍어로 쓰인 설화집 <천일야화>. 왕이 천일 동안 이야기를 들려준 셰어자라드에게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영국 화가 아서 보이드 휴턴의 목판화.
━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1001일 간의 이야기
천일야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페르시아의 샤리아왕은 아내의 바람을 목격한 뒤 모든 여자를 증오한다. 왕은 밤마다 여자들을 불러들여 잠을 자고 아내로 만든 뒤 다음날 살해하는 일을 반복했다. 백성들의 두려움이 극에 달하자 노재상의 딸, 셰에자라드는 스스로 왕에게 간다. 셰에자라드는 마지막 소원이라며 자신의 동생인 디나르자드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셰에자라 드는 디나르자드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샤리아왕이 들어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셰에자라드는 이야기의 절정이 되는 부분에서 내일 얘기하겠다며 이야기를 끊고, 왕은 다음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셰에자라드를 살려뒀다. 이런 식으로 1001일 간 이야기가 이어진다. <알라딘과 마술램프>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도적> 등은 천일야화의 대표작이다.
<천일야화> 를 널리 알린 것은 프랑스 동양학자인 앙투안 갈랑이다. 갈랑은 1704년 천일야화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유럽에 처음 소개했다. 천일야화는 발간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작인 <알리바바와 40인의도적> 과 <알라딘과 마술램프> 는 원본에 없던 내용이다. 갈랑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쓰면서 새로 삽입했다. 1885년에는 영국인 R.F버턴이 완역한 <아라비안나이트> 가 발간되면서 대중화된다. 갈랑의 번역본에는 <알리바바와 40인의도적> 이 <알리바바와 여종에게 몰살된 마흔 명의 도적 이야기> 로 소개돼있다. 여종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종 모르지안은 주인인 알리바바의 목숨을 수 차례 구해준다. 알리바바는 그 답례로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킨다.
내용은 잘 알려진 대로다. 착한 알리바바는 우연히 산에서 도적들을 만나자 그들을 피해 나무 위로 숨는다. 도적들이 바위 벽 앞에서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니 바위문이 스르르 열렸다. 도적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닫혀라 참깨”라고 외쳤다. 바위문이 닫혔다. 도둑이 사라진 뒤 알리바바가 그 동굴로 가보니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알리바바는 자루에 금화를 잔뜩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금화가 얼마가 되는지 궁금해진 아내가 알리바바의 형 카심집에서 됫박을 빌려 금화를 재어보기로 했다. 됫박을 빌려준 카심의 아내는 끈적거리는 기름을 발라 놨는데 여기에 금화가 들어붙는다. 동생을 추궁한 끝에 비밀을 알게 된 형 카심은 동굴로 떠나지만 ‘참깨’가 생각나지 않아 동굴에 갇힌다. 카심은 도적들에게 살해당하고, 도적들은 알리바바도 죽이기로 한다. 알리바바를 그대로 뒀다가는 자신들의 금은보화 전부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에서 인생역전 드라마에는 꼭 ‘금은보화’가 나온다. 흥부가 탄 박에서도, 도깨비가 휘두른 방망이에서도 금은보화가 쏟아진다.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착한 나무꾼에게 주는 선물도 금도끼다. 금은은 화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세상을 지배했다. 금은은 잘 변하지 않는 진귀한 금속이어서 가치가 높았다. 부자의 상징은 너른 땅과 함께 금은보화가 빠지지 않았다. 금은을 신봉했던 경제철학이 있다. 중상주의다.
중상주의란 15세기부터 18세기 후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이 나오기까지 유럽을 휩쓴 경제 정책이다. 중상주의는 국가의 부란 금과 은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로 봤다. 금과 은을 축적하는 방법은 무역을 해서 많이 남기는 것이었다. 존 로크는 “금과 은을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따라 얼마나 부유한지가 판가름 난다”며 “따라서 무역을 장악하는 나라가 더 많은 금과 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관세를 높여 수입을 막고, 반대로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 중상주의자들은 국가의 부는 생산이 아니라 유통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많은 무역흑자를 남기기 위해서는 식민지가 필요했다. 식민지는 값싼 원재료와 노동력을 가져오고 대신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는 시장이 됐다. 금은을 쟁탈하기 위해 국가 간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는 해상에서 각축을 벌였다. 해상권을 장악한 영국은 18세기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을 건설한다. 국가로부터 독점적 상업권을 얻은 회사들도 잇따라 설립됐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프랑스의 미시시피회사는 금과 은을 끌어 모으는 첨병역할을 했다. 영국 정부로 부터 중남미 무역독점권을 얻은 남해해사도 유명하다. 이들은 향료·비단·도자기 등을 가져와 막대한 차익을 남겼고, 때로는 식민지를 무력으로 제압해 금과 은을 긁어 모았다. 상업독점권은 많은 사람이 투자를 하는 유인이 됐다. 이들 기업들은 채권과 주식을 발행했고, 유가증권이 매매되면서 증권거래소가 생겨났다. 유가증권의 매매는 버블을 불러왔다. 프랑스 미시시피 회사, 영국의 남해회사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이 돈을 날렸다. 아이작 뉴턴도 그중 한 사람이다.
산업혁명 전까지 중상주의가 득세한 건 사회적 배경도 있다. 중세 지독한 전쟁에 시달렸던 유럽인들은 국가의 책무는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이 필요한데,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 했다. 다량의 금과 은이 필요했던 이유다.
━
산업혁명 전까지 중상주의 득세
이런 중상주의는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 등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나오면서 무너진다. 국가의 부는 금과 은의 양이 아니라 생산량이라는 것이다. 많은 생산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무역이 제안됐다. 각국이 자유롭게 무역을 하면서 국가의 생산량이 늘고,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국민들이 풍요로워 진다는 논리를 폈다. 중상주의자는 세계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본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윈윈 게임’으로 봤다.
중상주의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도둑들이 금은보화를 열심히 모은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다. 알리바바에게 금은은 뺏긴 도적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알리바바가 살아있는 한 자신들의 부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름장수로 변장한 도적들은 알리바바 집에 잠입하지만 여종 모르지안이 퍼부은 끓는 기름에 몰살당한다. 홀로 남은 두목은 알리바바 아들의 지인으로 변장해 알리바바를 죽이려 하지만 모르지안의 칼에 죽는다. 이제 동굴 속 금은보화는 모두 알리바바 차지다. 도적의 부가 알리바바에게 이전됐다. 국부론> 알리바바와> 알리바바와> 아라비안나이트> 알라딘과> 알리바바와> 천일야화> 알리바바와> 신밧드의> 알라딘과> 천의>알리바바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속보]알테오젠 ‘ALT-B4’ 美 물질특허 등록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일간스포츠
MLB 올스타전 신기하네, 홈런 스윙오프 실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영끌 후폭풍 무서워”…고가 아파트 포기하는 계약자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미분양에 발목 잡힌 대방이엔씨, 불어난 미수금에 차입 부담 과중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보존, 비마약성 진통제 본격 판매…5년 내 매출 1000억 정조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