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 인수한 한화그룹 - 주력 강화할 빅딜로 재도약 노린다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 인수한 한화그룹 - 주력 강화할 빅딜로 재도약 노린다
잠잠하던 재계에 오랜만에 큰 뉴스가 터졌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4개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 인수 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 간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1조6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보유 지분 23.4% 포함하면 81%)를, ㈜한화가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사들이는 거래다.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옵션 1000억원을 추가하면 2조원이다.
이번 거래에 따라 삼성테크윈이 가지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 삼성탈레스 지분 50%, 삼성종합화학 지분 23.4%도 한화로 넘어온다. 삼성종합화학이 보유한 삼성토탈 지분 50%도 함께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총 4개사의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삼성의 미래 전략과 주력인 화학과 방위산업을 더욱 강화해 업계 최강자가 되겠다는 한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정부 주도가 아닌 두 기업의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 임직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여러 모로 기업 환경이 어렵지만 변화와 혁신으로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유의 화끈한 인수합병(M&A) 카드로 경영 복귀를 알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덩치를 확실히 키웠다. LG화학을 제치고 석유화학 업계 1위(매출액 기준)로 올라서게 됐고. 방위산업 부문 역시 2위 KAI와 3위 LIG넥스원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확실한 1위가 됐다. 자산 역시 10조원 이상 끌어올려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10위에서 9위로 올라섰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화는 1981년 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여러 차례 대형 M&A로 사세를 키워왔다. 시작은 1982년 한양화학·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 인수였다. 당시 한국프라스틱공업을 인수해 PVC를 생산하던 한화는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했지만 세계적인 경기 불황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을 내다본 김 회장이 과감한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초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982년 162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한 해 4조 146억원 (2013년)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
1985년과 1986년 정아그룹(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과 한양유통(한화 갤러리아) 등을 사들이며 중화학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한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로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대한생명이 보유한 엄청난 누적 손실(2조3000억원) 때문에 대부분 인수를 꺼렸지만 한화는 보험업의 미래에 승부수를 띄웠다. 판단은 옳았다. 6년 만에 누적 손실을 모두 해소한 이 회사는 연 5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매출, 총 자산 기준 업계 2위로,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알짜 계열사다.
다음 도전은 태양광이었다.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당시 유럽 금융위기 여파로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과감히 인수를 결정했다. 파산기업이던 큐셀은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그 사이 한화는 글로벌 태양광 3위(한화솔라원 포함) 업체로 도약했다. 태양광 사업이 아직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화가 확실한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김 회장은 남들이 ‘어렵다’ ‘안 된다’ 했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고, 실제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인수 역시 리스크는 작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방위산업은 논외로 치더라도 석유화학은 시장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유가하락세가 이어지는데다,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엔화 약세 등 외부 악재가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삼성종합화학의 주력 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은 중국의 자급률이 크게 높아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우호적이다. 일단 국내 1위로 올라서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커졌다.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 경쟁력이 더 나아질 전망이다. 나프타-콘덴세이트-LPG 등으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 지역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을 기존 에틸렌 중심에서 경유·항공유 등으로 다양화한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토탈의 알뜰주유소 사업을 이어 ‘한화 주유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방산 부문에도 시너지 효과를 높이게 됐다. 그 동안 한화는 탄약, 정밀 유도무기 등을 주로 생산했지만 자주포(K-9), 항공기·함정용 엔진 중심인 삼성테크윈 인수로 육상 무기까지 다루게 됐다. 삼성탈레스는 레이더와 해양시스템을 주로 연구해왔다. 육해공에 걸쳐 포트폴리오가 확실히 다양해졌다. 지난 10월 합병한 기계 부문(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결합해 공장 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 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최근 태양광등에 상당한 투자를 한데다, 주력사업에서 몇 년 동안 돈을 많이 벌지 못했던 한화가 2조원이란 큰돈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인수 발표 당시 급등했던 한화 계열사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한화케미칼 등은 이미 차입금 비중이 큰 편이어서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큰 부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나선 3개 회사는 매년 약 2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계열사 자체의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금은 2년, 삼성종합화학 인수금은 3년에 걸쳐 나눠내기로 해 부담을 덜었다. 조직 문화 통합도 중요하다. M&A 과정에서 기업 간 화학적 결합은 가장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이번 빅딜로 삼성테크윈 직원 4700명 등 약 8000명의 직원이 소속 그룹을 바꾸게 됐다. 삼성 임직원 입장에선 ‘삼성맨’으로 살다 갑자기 ‘한화맨’이 돼야 한다. 기업엔 저마다 고유한 문화나 분위기가 있다. 재계에서 흔히 표현하는 ‘관리의 삼성’과 ‘의리의 한화’는 기업 문화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같은 식구가 될 삼성 계열사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회사고, 임직원의 역량도 뛰어나다”며 “수 차례 M&A를 경험한 한화는 다른 기업문화를 포용하면서 성장, 발전해 온 경험이 있는 만큼 삼성 구성원과 도 함께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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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에 따라 삼성테크윈이 가지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 삼성탈레스 지분 50%, 삼성종합화학 지분 23.4%도 한화로 넘어온다. 삼성종합화학이 보유한 삼성토탈 지분 50%도 함께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총 4개사의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삼성의 미래 전략과 주력인 화학과 방위산업을 더욱 강화해 업계 최강자가 되겠다는 한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정부 주도가 아닌 두 기업의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유화학 장기 부진 ‘규모의 경제’로 돌파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화는 1981년 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여러 차례 대형 M&A로 사세를 키워왔다. 시작은 1982년 한양화학·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 인수였다. 당시 한국프라스틱공업을 인수해 PVC를 생산하던 한화는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했지만 세계적인 경기 불황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을 내다본 김 회장이 과감한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초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982년 162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한 해 4조 146억원 (2013년)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
1985년과 1986년 정아그룹(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과 한양유통(한화 갤러리아) 등을 사들이며 중화학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한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로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대한생명이 보유한 엄청난 누적 손실(2조3000억원) 때문에 대부분 인수를 꺼렸지만 한화는 보험업의 미래에 승부수를 띄웠다. 판단은 옳았다. 6년 만에 누적 손실을 모두 해소한 이 회사는 연 5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매출, 총 자산 기준 업계 2위로,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알짜 계열사다.
다음 도전은 태양광이었다.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당시 유럽 금융위기 여파로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과감히 인수를 결정했다. 파산기업이던 큐셀은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그 사이 한화는 글로벌 태양광 3위(한화솔라원 포함) 업체로 도약했다. 태양광 사업이 아직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화가 확실한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김 회장은 남들이 ‘어렵다’ ‘안 된다’ 했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고, 실제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인수 역시 리스크는 작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방위산업은 논외로 치더라도 석유화학은 시장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유가하락세가 이어지는데다,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엔화 약세 등 외부 악재가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삼성종합화학의 주력 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은 중국의 자급률이 크게 높아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우호적이다. 일단 국내 1위로 올라서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커졌다.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 경쟁력이 더 나아질 전망이다. 나프타-콘덴세이트-LPG 등으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 지역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을 기존 에틸렌 중심에서 경유·항공유 등으로 다양화한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토탈의 알뜰주유소 사업을 이어 ‘한화 주유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방산 부문에도 시너지 효과를 높이게 됐다. 그 동안 한화는 탄약, 정밀 유도무기 등을 주로 생산했지만 자주포(K-9), 항공기·함정용 엔진 중심인 삼성테크윈 인수로 육상 무기까지 다루게 됐다. 삼성탈레스는 레이더와 해양시스템을 주로 연구해왔다. 육해공에 걸쳐 포트폴리오가 확실히 다양해졌다. 지난 10월 합병한 기계 부문(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결합해 공장 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 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최근 태양광등에 상당한 투자를 한데다, 주력사업에서 몇 년 동안 돈을 많이 벌지 못했던 한화가 2조원이란 큰돈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인수 발표 당시 급등했던 한화 계열사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한화케미칼 등은 이미 차입금 비중이 큰 편이어서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큰 부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나선 3개 회사는 매년 약 2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계열사 자체의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금은 2년, 삼성종합화학 인수금은 3년에 걸쳐 나눠내기로 해 부담을 덜었다.
“삼성과 화학적 결합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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