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크리스마스 선물>의 ‘크리스마스의 자중 손실’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크리스마스 선물>의 ‘크리스마스의 자중 손실’

오 헨리의 본명은 윌리엄 S 포터다. 오 헨리는 필명인데 그가 기르던 고양이 이름이라고 한다. 오 헨리는 1896년 공금 횡령죄로 교도소에서 3년 간 복역생활을 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석방된 뒤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써 10년 간 300여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의 글은 미국의 가난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상대방이 좋아할 선물을 사야 하는데…
델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20달러에 팔았다. 그 돈으로 짐의 시계줄을 샀다. 남편은 낡은 가죽으로 된 시계줄을 갖고 있었다. 남편이 왔다. 짐은 아내의 짧아진 머리를 멍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알고 보니 짐은 아내의 아름다운 머리에 어울리는 머리핀 세트를 사온 것이다. 그녀가 갖고 싶었지만 비싸서 갖지 못했던 머리핀이었다. 델라는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산 것”이라며 시계줄을 짐에게 내놨다. 하지만 짐은 웃으며 말했다. 시계가 없다고. 알고 보니 짐은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머리핀을 샀던 거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은근히 선물이 기다려진다. 착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밤에 양말을 걸어놓으면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집어 넣고 간다는 판타지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오 헨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동방박사들로부터 시작됐다”며 “아주 오랜 전 말구유에 있는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선물 사기는 골치 아픈 일이다. 내 마음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선물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때는 누구나 큰 기대를 하고 있어서 웬만한 선물을 사서는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를 경제학에서 ‘크리스마스의 자중 손실’이라고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의 조엘 월드포겔 교수가 크리스마스때 선물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선물의 가치를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선물의 가치를 구입가의 67~90% 정도로 봤다. 크리스마스 선물를 구입하기 위해 쓴 돈보다 10~33% 가치를 낮게 봤다는 얘기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만큼의 효용 손실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은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마케팅 시즌으로 만들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로 미국 전체가 들썩일 정도다. 블랙 프라이데이란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금요일을 말한다. 이날 연중 최대의 세일이 진행된다. 이날부터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개선돼 그 이전까지 기록된 장부상의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연말 소비 분위기를 돋구는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오히려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전문가들은 ‘다수 미국인들이 연말에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쓰면서 자중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차라리 크리스마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고 전했다. 연말에 선물을 한다고 돈을 쓰면 다른 소비를 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효용이 낮다. 크리스마스 때 돈을 쓰기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선물을 대개 그 자체로 손실이 발생한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느끼는 가치에 비해 받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느끼기는 어렵다. 정말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나 ‘깜짝 선물’이 돼야 받는 사람의 만족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자중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의 관계라면 모를까 연인관계라면 “필요한 것이 뭐냐”고 대놓고 묻기 어렵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중 손실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현금’이다. 현금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객관적인 효용가치를 줄 수 있다. 돈을 받은 사람은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면 된다. 예전에는 아이돌이나 부모님 환갑잔치에 옷이나 금 등을 선물했지만 요즘은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선물의 ‘자중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현금이 최고의 선물일까? 안전한 선택은 될 수 있어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선물은 오래 기억되기 어렵다. 100일 째 되는 날, 지금의 남편에게서 받은 손편지 한 장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경제학콘서트> 의 저자 팀 하포드는 파이넨셜타임스(FT) 주말판의 ‘경제학자에게’란 상담 코너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법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자중 손실 때문에 선물은 무익하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선물에는 ‘정서적 가치’가 있다. 최고의 전략은 ‘자중 손실은 최소화하고, 정서적 가치는 최대화 하라’다. 비싸지 않은 걸 사고 거기에 편지나 사진을 함께 줘보라.”
현금은 안전한 선택이지만 감동은 주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은 마음이 준 감동 때문이다. 오 헨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말미에 두 사람의 선물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두 사람은 어리석게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선물로 줬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선물을 주는 이유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현명했다.” 크리스마스> 경제학콘서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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