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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돈의 노예> 펴낸 만화가 김부일·이우영 - 숨 쉬고 일만 했는데 왜 나만 가난할까?
- 저자와의 대화 | <돈의 노예> 펴낸 만화가 김부일·이우영 - 숨 쉬고 일만 했는데 왜 나만 가난할까?


하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다. “어떻게 돈을 벌지? 아니, 돈은 대체 뭐지? 왜 나는 숨만 쉬고 일했는데도 가난하지?” 기영이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한다. 이 물음에 기영이를 만든 작가가 답한다. “넌 부자가 될 수 없어. 넌 돈의 노예거든.”
<돈의 노예> 는 김부일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기영이 아빠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입혔다. 15세~40대 초반까지의 독자를 겨냥한 흔하지 않은 경제만화다. 그림은 명랑만화 풍인데 내용은 다소 섬뜩하다. 돈의 기원에서 시작해 대부분의 사람이 왜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국가가 만들어진 이유가 부자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정부 기관도 아니면서 한국에 있는 직장인의 주머니까지 털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돈의 노예로 사는 일반인들은 그의 자식에 그 손자에, 그 먼 후대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부자들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왜 이런 만화책을 냈을까? 김부일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1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돈을 벌어 보려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만화만 그리던 사람이라 경제를 몰라서 돈을 못 버나 싶었다. 그래서 3년 동안 경제 관련 서적을 죽어라 읽었다. 그런데도 돈 버는 방법은 모르겠더라. 대신 왜 내가 돈을 벌 수 없는지는 알게 됐다. 그래서 돈벌이가 안 되는 만화를 내게 됐다.” 그는 이어 “40여 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로 세상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팍팍해지는 걸 체험하니 분노가 일더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장인·자영업자들도 최소한 왜 부자가 될 수 없는지는 정도는 알아야 가난해져도 억울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만화에는 김 작가가 읽었던 여러 경제서 내용이 잘 요약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비결로 생각하고 읽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을 읽고서 경제에 눈을 뜬 작가의 모습도 담겨있다. 만화 안에 있는 기영이기 바로 김 작가를 대변하고 있다. 이우영 작가는 김 작가가 만든 콘티에 기영이를 입혔다. ‘국민만화가’로 불리던 이 작가 역시 콘티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검정고무신이 인기를 끌었지만 큰 돈이 되는 건 아니었다. 연재만화도 그리고 단행본도 여러 권 내며 말 그대로 숨만 쉬며 그림을 그렸는데도 대출이자 내기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내 모습 역시 비정규직으로 사는 기영이에 투영돼 있다.”이 작가의 말이다.
만화책을 모두 읽어보면 <공산당선언> 으로 이어지는 좌파 경제학 개론서처럼 읽힌다. 김 작가는 “좌인지 우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니 나의 실생활을 잘 설명해주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그냥 맞는 이야기를 쭉 그린 건데, 그게 좌파라면 나도 좌파작가가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돈의 노예> 라는 책 제목은 톨스토이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종국엔 세상 사람 모두가 ‘돈의 노예’로 살 것이라는 의미다. 책은 그런 암울한 미래만 그린다. 그래서 물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김 작가는 나지막이 답했다. “허무하게도 나는 대안을 못 낸다. 그건 경제학자들이 내야 하는 거 아니냐. 책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보는 징검다리 정도다. 최소한 젊은이들에게 도움될 이야기는 있다. 열심히 스펙만 쌓으면 행복한 인생을 살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사는 것이 훌륭한 경제학적 대안이다.”
작가들의 바람과는 달리 <돈의 노예> 는 2권의 책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암울한 만화가 많이 팔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기영이는? 다행히 올해 KBS에서 <검정고무신> 4기가 방영돼 다시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이 때 기영이는 30대로 성장한다. 나이가 들고 노안이 빨리 와 안경도 쓴다. 방송에 나올 기영이도 팍팍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시집가는 여자친구 경주와의 러브스토리도 있다. 기영이와 경주, 그리고 반장과의 삼각관계가 주요 스토리가 될 예정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던 기영이가 비정규직을 거쳐 실직하게 될지, 경주와의 사랑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갈지 결말은 열려있다. 검정고무신> 돈의> 돈의> 공산당선언> 자본론> 돈의>검정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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