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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의 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바꿔

‘쿠션의 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바꿔

아모레퍼시픽 쿠션 제품이 출시 6년 만에 2500만 개가 판매되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1위 로레알 브랜드 랑콤에서는 미투(Me-too) 제품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콤팩트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촉촉한 파운데이션을 머금고 있는 스펀지가 들어 있다. 전용 퍼프에 내용물을 묻혀 얼굴에 두드려주면 단 한 번에 자외선 차단과 매끄러운 피부 화장이 해결된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탬프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 ‘쿠션 파운데이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주차 스탬프에서 얻은 영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전경.
쿠션 타입의 메이크업 제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탄생시키며 세계인의 화장 문화를 바꾸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제품은 국내·외 114건의 특허 출원, 13건의 특허 등록을 통해 그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201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 및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14년 IR52 장영실상 수상으로 세계 뷰티 시장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2000년대 중반, 이미 많은 여성들은 피부 건강에 좋지 않은 자외선을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사계절 내내 수시로 발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성된 메이크업 위에 몇 시간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일은 번거로웠다. 쉬운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나 덧바를 수 있으면서 기존의 메이크업을 보완해주는 자외선 차단제.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진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보통 크림이나 로션 형태였다. 물이나 땀에 쉽게 씻겨나가지 않도록 내수성이 우수한 W/O(water in oil, 유중수형) 타입으로 제조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지속성은 뛰어나지만 피부에 발랐을 때 사용감이 무겁고 끈적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수분이 강조된 O/W(oil in water, 수중유형) 타입의 제품은 발랐을 때 산뜻한 느낌을 주지만 쉽게 씻겨나가고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W/O 타입으로 산뜻한 느낌을 주되 튜브나 펌프가 아닌 특별한 용기를 사용해 안정성과 휴대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던 연구원의 눈에 ‘주차 확인 스탬프’가 들어왔다.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주차권에 찍히는 스탬프는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이를 잘 응용하면 액체가 흐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연구진은 최적의 재질을 찾기 위해 스탬프 제조업체, 목욕용 스펀지 제조업체, 사인펜 제조업체 등 스펀지가 있는 모든 곳을 찾아 다녔다. 그 결과 80만여 개의 구멍을 가진 발포 우레탄 폼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팩트형의 용기에 담아 제품으로 완성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탬프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이를 ‘셀 트랩(Cell Trap)’이라 명명했다.

내용물을 찍어 바르는 특수한 형태의 에어셀(습식 우레탄) 퍼프를 사용한 것도 제품력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3중 구조로 되어 있는 퍼프는 내용물이 뭉침 없이 얇고 균일하게 피부에 발릴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에어셀 퍼프의 기능성은 본 제품과는 별도 판매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의 노력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의 판매량은 입소문을 타고 연일 고공 행진했다. 2008년 출시 이후부터 2014년 10월까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3년 9월에는 단일품목으로 누적판매 1000만 개 돌파는 물론 2013년 연간 매출 1200억원의 기록을 세우며 ‘6초에 1개씩’ 팔리는 메이크업 시장의 베스트셀러임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2015년 트렌드 코리아’에서 올해의 10대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계속해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멈추지 않는 쿠션의 진화
미국 뉴욕 세포라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는 여성 고객.
아이오페 에어쿠션의 성공은 다양한 브랜드의 쿠션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국내·외에는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비롯해 헤라 UV 미스트 쿠션, 라네즈 BB쿠션, AMOREPACIFIC 트리트먼트 CC 쿠션, 리리코스 마린 UV 워터쿠션, 베리떼 UV 멀티 쿠션, 설화수 퍼펙팅쿠션, 이니스프리 롱웨어 쿠션 등 총 13개 브랜드에서 차별화된 원료와 기능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쿠션 제품의 수출국은 일본을 비롯해 중국, 미국, 아세안 등으로 확대됐다. 2013년부터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대만, 홍콩 등에서는 라네즈의 수분 및 미백 기술을 강화한 라네즈 BB쿠션이 판매되고 있다. 라네즈 BB쿠션은 출시 이후 단숨에 라네즈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밀리언셀러(500만 개 이상 판매)로 등극했다(라네즈 입점 국가 대상, 2014년 누적 판매 기준).

미국 시장에서는 2013년 3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의 플래그십 브랜드인 AMOREPACIFIC에서 트리트먼트 CC 쿠션을 출시했다. 트리트먼트 CC 쿠션은 2013년 미국의 유명 패션·뷰티 매거진 『엘르』의 ‘지니어스 뷰티 어워드(Genius Beauty Award)’를 수상하며 쿠션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와 만족감을 증명한 바 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13% 성장하기도 했다.

에스더 동 아모레퍼시픽 미주법인 부사장은 “뉴욕의 뷰티 전문가들은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이 기술력 측면에서 이미 미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으며,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뷰티 혁신을 거듭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쿠션 제품들은 이러한 케이뷰티(K-Beauty)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확신했다.

쿠션의 혁신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쿠션 타입 메이크업 제품을 통해 전 세계 뷰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연구 개발을 통해 쿠션의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투 제품 특허 침해 여부 따져 강경 대응
대작엔 늘 모방이 따른다.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최근 프랑스의 화장품 편집숍 등 일부 매장에서 쿠션형 파운데이션인 ‘미라클 쿠션’의 판매를 시작했다. 쿠션 형태를 차용한 점, 퍼프의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아모레퍼시픽 제품과 유사하다. 랑콤은 화장품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로레알그룹의 주력 브랜드다.

LVMH그룹 계열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도 비슷한 형태의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 공룡기업이 한국 회사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모양새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제품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114건의 특허를 출원해 현재 13건의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한 노력도 없이 오랜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특허 제품을 그대로 베껴 특허 제품에 무임승차하려는 경우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레알 관계자는 “쿠션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특허 분쟁의 경우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송을 하던 결과가 어떻든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1위 화장품 회사가 미투(Me-too, 모방) 제품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아모레퍼시픽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을 위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


메이크업연구2팀 최경호 팀장.
쿠션 파운데이션의 성공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메이크업연구2팀의 최경호 팀장에게 쿠션 파운데이션의 탄생 과정과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들어봤다.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 실현을 위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개발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연구소는 언제 어디서나 덧바를 수 있고 기존의 메이크업을 보완해주는 기능성 제품을 만들기 위해 1년여 동안 연구에 매진했다. 최경호 메이크업연구2팀 팀장은 “쿠션파운데이션은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인 유형의 제품”이라며 “그 안에 담긴 기술력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쿠션 파운데이션의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딱딱한 팩트는 수정 화장의 효과가 별로 없고, 액체형 파운데이션은 화장 효과는 좋지만 손에 묻혀야 하고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합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휴대하기 쉽고 바르기도 편리한 다른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메이크업 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를 수 있는 제형을 고민하던 어느날 주차장에 들렀는데 ‘주차 확인 스탬프’를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차 확인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정 수준의 점도를 지닌 내용물과 이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머금을 수 있는 재질 등 기술적인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쿠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펀지가 해결되고 나니 화장품을 찍어 바르는 퍼프도 문제더군요. 기존 합성 라텍스 퍼프를 사용하면 화장할 때 뭉치거나 흡수되는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특수한 형태의 에어셀 퍼프를 함께 개발하게 되었어요.



개발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전 과정이 새로운 개발 영역이었기 때문에 제품 콘셉트 단계부터 실제 개발과 개발 후 허가 단계까지 참고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쿠션 제품의 원리는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제품화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했죠. 스펀지에 담긴 로션 제형을 보고 허가 기관에서도 ‘이게 뭐냐’는 반응이었죠. 새로운 제품을 위한 충진 설비를 갖추고 새 규정을 만들어가면서 개발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웠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셀 트랩은 어떤 기술인지 궁금합니다.휴대가 용이한 멀티 메이크업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던 중 ‘셀 트랩 스펀지 담지형 팩트’를 개발하게 됐어요. 기존 자외선 차단제는 사용 시 불편하거나 덧바를때 밀린다는 단점이 있었거든요. 이에 덧발라도 가볍고 밀리지 않는 제형인 ‘흐르지 않는 액체’를 개발했고, 자사 특화 기술을 이용해 이 내용물을 스펀지에 담는 ‘셀 트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고생 많으셨는데,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쿠션의 원조 기술을 활용해 유형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으로 발전시켜나갈 생각입니다.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의 소리에도 더욱 귀를 기울이고, 전 세계 모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의 경우 에어컨이 강한 실내에서는 촉촉하고 습기가 높은 실외에선 보송보송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 맞는 제형 연구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또한 제형이 변하면 그에 맞게 화장 도구도 변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루비셀 퍼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도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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