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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노모의 거침없는 돌진

푸르노모의 거침없는 돌진

인도네시아 발리에 위치한 리조트 도시 ‘누사 두아’의 호텔 앞에 택시 운전사 수백 명이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간 노니 푸르노모(Noni Purnomo, 45)는 경영진 회의를 위해 입구로 들어갔다. 호텔은 푸르노모가 경영하는 택시회사 블루버드(Blue Bird)와 공항 셔틀 서비스 전속 계약을 체결하려 했었다. 블루버드가 전속이 되면 지역 택시 운전수들은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험악한 가운데, 푸르노모가 휴전을 제의했다. 잔뜩 화가 난 남자 수십 명과 그녀가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간적 매력과 굳건한 의지를 번갈아 보여주던 그녀는 상대편 대표에게 불만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협상이 진전되기 시작했고 양측은 블루버드가 품질기준 및 가격을 감독하는 조건으로 사업 분배에 합의했다.

“그들은 싸움에 임하는 자세로 나왔다”고 푸르노모가 말했다. 그녀는 논쟁의 중심에 있던 리조트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여성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을 수 있다. 내가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걸 상대도 알았다. 여성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걸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인도네시아 최대 택시 운수업체
3년이 지난 지금, 블루버드 TBK(택시 자회사)의 2억3000만 달러 규모 IPO를 마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시련과 마주했다. 푸르노모의 할머니가 40여 년 전 설립한 블루버드는 인도네시아 최대 택시 운수업체로 성장했고,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티 한 점 없이 깔끔한 컴팩트차 도요타 야리스(Yaris)와 정중하고 예의 바른 기사를 내세운 블루버드는 택시를 잡을 때마다 어떤 불안감 없이 훌륭한 서비스를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택시 3만대를 보유하고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 대부분을 장악한 회사는 다음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택시 사업의 총괄책임은 아직 아버지 푸르노모 프라위로가 맡고 있지만, 육상운송 전체를 감독하며 제품 분류 및 공급을 담당하는 물류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은 블루버드 그룹 지주사 사장이사로 있는 노니 푸르노모다. 블루버드는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 기업의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은 아이스크림에서 주방세제, 신선식품, 전자제품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상품을 급성장 중인 인도네시아 중산층에 전달하는 사업을 모색 중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낙후된 항만과 구불구불한 도로,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관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하나라도 걸리면 수십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 거리도 수시간이나 더 걸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카르타 식료품점에 가면 시금치는 시들시들하고 피넛버터 한 통은 8달러나 하는 걸 볼 수 있다. 수마트라섬 메단에서 오렌지를 가져오려면 그보다 3배는 먼 중국 남부에서 수송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푸르노모는 아이언 버드 트럭(Iron Bird Trucking), 아이언 버드 물류(Iron Bird Logistics), 화물운송사 오션 에어(Ocean Air) 등 물류 자회사 3개를 하나로 합병하는 전략을 세웠다. 항만을 오가는 단순 운송에서 벗어나 창고 보관까지 포함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네랄워터와 즉석라면, 샴푸 등의 제품을 단절 없이 공급받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소비재기업 P&G 등의 대기업을 염두에 둔 사업이다.

블루버드는 운송수단 관리 기술 및 인적자원 투자, 기업 명성 덕분에 보다 쉽게 물류회사로 전환할 수 있었다. “승객 운송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물류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확장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푸르노모는 덧붙였다. 최근 취임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행정부가 항구와 철도, 공공 운송에 상당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물류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싱가포르 전체 인구에 맞먹는 500만명이 새롭게 소비 계급으로 합류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소 202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물류는 블루버드 전체 사업에서 아주 작은 비중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물류사업은 지난해 78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2014년 전체 사업 매출이 3억7000만 달러(순수익 6200만 달러)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작은 비중이다.
 최대 약점은 미로와도 같은 소유구조
투자자와 일부 직원은 블루버드의 최대 약점이 미로와도 같은 소유구조라고 본다. 택시 영업권을 특정 기업으로 제한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국내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끼리의 내분이 공공연히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4년 2월에는 숙모가 IPO에 반대해 제기한 소송이 자카르타 지방법원에서 기각됐다. 소송으로 자금모집 계획이 틀어진 블루버드는 IPO 규모를 반으로 줄여 11월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블루버드는 소송이 이미 종결됐으며 택시사업은 결코 위험을 겪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블루버드 주가는 11월 IPO 이후 2배 증가해 주당 1달러를 기록했다.

“경영은 잘 되고 있다. 소송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혼란이 있었다. 투자자들은 회사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걸 알았다”고 블루버드 IPO에 참여한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주식투자 총괄담당인 베르디 부디맨은 말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없음을 밝힌 회사는 국내(인도네시아) 미진출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발리다. 발리에서 시작한 공항 리무진 서비스 골든 버드(Golden Bird)는 부유층 관광객을 공략한다. 기업 중역 등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메르세데스 E클래스 세단을 보내는 서비스도 있다. 대형버스 서비스 또한 높은 운임료를 청구한다. 보유 차량 수는 내년까지 3만4000여 대로 증가할 예정이다.

추가 성장 여지는 더 있을 지도 모른다. 인도네시아는 택시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시장 중 하나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 보고서에 따르면, 자카르타에서는 주민 1000명당 1.4대의 택시가 운영된다. 싱가포르에서는 5.3대, 방콕에서는 10대다.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블루버드에 큰 격차로 뒤져 있다. 2위 경쟁사 PT 익스프레스 트란신도 우타마는 규모가 블루버드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블루버드 직원은 경영진, 특히 노니에게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직원은 기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리닉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그 외 다양한 교육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교 등록금이나 하루 운임료의 특정 퍼센테이지(%)를 보장해주는 제도 등이 있어 3만8000명의 기사들은 블루버드에서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가 오는 주중의 어느 저녁, 자카르타 서부 고원 도시 보고르 출신의 부디(35)는 회사가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을 받아서 오토바이를 살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블루버드를 좋아한다. 승객을 태우기도 쉽다”고 부디는 말했다. 그는 이전에 경쟁사 익스프레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사정이 더 나아질 수만 있다면 어느 회사에서 일하든 상관없다.”
 가정과 일, 사회봉사까지 잘하는 슈퍼우먼
블루버드는 업계를 개척한 보기 드문 기업 중 하나다. 경쟁 기업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낡은 중고차를 블루버드 색깔로 칠해 좋은 이미지를 얻어 보려고 노력한다. 외국인이 많은 술집에서는 취하면 직원을 시켜 블루버드 택시를 부르라는 표지판을 붙여둔다.

블루버드 운전기사들은 6개월간 5일의 연수를 받는다. 에티켓과 운전 기술을 가르치고,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관광도시의 경우 기본 영어까지 함께 가르치는 연수과정이다. 2년마다 하루 간의 재교육 연수도 받아야 한다. 기사들이 미터기를 쓰는지 확인하는 비밀 감사도 실시한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미 정부에서는 수행요원 수송을 위해 블루버드를 고용했다.

푸르노모는 사회생활 대부분을 가족이 세운 블루버드와 함께 보냈다. 회사는 그녀가 3살이었던 1972년에 설립됐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운전기사들과 함께 보냈다.

호주 뉴캐슬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녀는 이후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방학 때마다 집으로 돌아와 사무실 혹은 창고에서 일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도 1년에 하루는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기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사와 이들 가족의 입장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자선 사업도 진행한다. 푸르노모가 다른 직원 1명과 함께 시작한 여성권익 향상 운동은 기사 부인 200명에게 도움을 줬다. 이들은 회사에서 교육과 함께 소액 대출을 받아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어머니가 빵을 굽거나 바느질을 통해 조금이라도 부수입을 얻으면 어린 딸을 결혼시키는 대신 학교로 보낼 수 있다고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한 노바 합사리는 말했다.

푸르노모에게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던 합사리는 이렇게 말했다. “푸르노모는 항상 사람을 친절히 대한다. 가정과 일, 사회봉사를 동시에 잘 해내고 있다. 슈퍼우먼이 틀림없다!”

- JEFFREY HUTTO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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