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에 감춰진 위험
애플 워치에 감춰진 위험
애플의 팀 쿡 CEO가 큰 기대를 모으던 애플 워치를 공개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신제품이다. 쿡은 그 시계를 가리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외에도 “종합적인 건강과 피트니스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신제품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 한동안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할 듯하다.
우리 조사에선 스마트워치가 분명 이용자에게 주는 몇 가지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판매 업체들이 말하려 하지 않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알베르토 리졸리와 나는 사람들이 스마트워치에 왜 돈을 쓰는지 알아볼 목적으로 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가자 중에는 판사도 있었다. 그는 재판에 집중해야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장시간의 재판 동안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딜레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회의나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이 하루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과 어울릴 때 스마트폰이 울어대며 수신함이 가득 차고 있다고 상기시킨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우리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실례라는 것쯤은 안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출시됐을 때 판사는 그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사에선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대인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 보이면서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울리는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이용자가 호주머니나 핸드백을 뒤적거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기능도 호평을 받았다.
놀랍게도 조사 대상자 중 시계에 내장된 온갖 건강 모니터 기술을 실제로 이용한 비율은 절반가량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칼로리 수치보다는 수신함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들 새 기기의 우려스러운 측면도 감지됐다. 스마트워치 애용자들은 그것을 자기 일과의 일부로 삼았다. 우리는 그것을 ‘기기의 환상 효과(phantom device effect)’로 부른다. 그들은 시간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곤 했다.
새 기기가 완전히 삶의 본능적인 일부로 자리 잡아 시계를 차지 않았는 데도 손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부는 실제로 울리지도 않은 상상 속의 이메일 수신음을 듣곤 했다.
‘기기의 환상 효과’는 이들 단말기가 우리의 일상 습관으로 얼마나 깊이 뿌리내릴지 우려를 갖게 한다. 최근 조사에선 일반적인 스마트폰 이용자가 하루 평균 150번 단말기를 들여다봤다.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몇 분 뒤부터 시작되는 행동이다.
이것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일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밤 늦은 시간이나 사교 또는 가족 모임 중에도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과거엔 미국인이 하루 평균 6시간씩 TV를 시청한다고 걱정했다. 요즘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에 단말기를 끼고 지내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스마트 기기를 끼고 잠자리에 들어 우리의 생체 리듬을 조용히 모니터하도록 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나는 칼 세더스트룀과 함께 착용형 기기의 감춰진 위험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가장 큰 우려가 프라이버시였다.
애플 워치는 대다수 착용형 기기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기록장치다. 설치된 앱에 따라 심장박동수, 수면패턴, 움직임, 행선지 외에도 아주 많은 정보를 기록한다. 이 모든 정보는 포장되고 데이터센터로 전송돼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가 꿈에서나 바랄 수 있던 방대한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착용형 기기는 개인정보를 빨아들일 뿐 아니라 개인 건강에 대한 건강하지 않은 집착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과 웰빙 정보를 끊임없이 쏟아내 사람들이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된다.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나 생성됐을 데이터가 이젠 일반화된다. 사람들이 건강을 의식할 뿐 아니라 자기 몸에 더욱 집착한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보다는 자신의 신체 리듬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주변의 세상사보다는 자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개인적인 생체 데이터에 더 주의를 기울임에 따라 예전엔 두 번 생각하지도 않았을 법한 일을 더 걱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에 정해진 걸음 수를 채우지 못했거나, 취침 중 수면패턴이 나빴던 점이 개인적으로 중대한 죄의식이나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모니터하고 통제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실제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애플의 예상이 정말로 정확해서 수천 만 명이 스마트워치를 구입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에게만 공개할 만한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다반사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스마트워치가 보편화되면 이메일 답장을 보내며 따분함을 달래는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바이오데이터 흐름을 검토하고 자신의 개인적 건강등급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계획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들은 어젯밤 TV 드라마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대신 자기 수면 패턴 차트를 비교하기 시작할 듯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나의 인터넷(internet of me)’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 필자 앤드리 스파이서는 런던 시티대학 캐스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조사에선 스마트워치가 분명 이용자에게 주는 몇 가지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판매 업체들이 말하려 하지 않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알베르토 리졸리와 나는 사람들이 스마트워치에 왜 돈을 쓰는지 알아볼 목적으로 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가자 중에는 판사도 있었다. 그는 재판에 집중해야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장시간의 재판 동안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딜레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회의나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이 하루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과 어울릴 때 스마트폰이 울어대며 수신함이 가득 차고 있다고 상기시킨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우리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실례라는 것쯤은 안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출시됐을 때 판사는 그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사에선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대인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 보이면서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울리는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이용자가 호주머니나 핸드백을 뒤적거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기능도 호평을 받았다.
놀랍게도 조사 대상자 중 시계에 내장된 온갖 건강 모니터 기술을 실제로 이용한 비율은 절반가량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칼로리 수치보다는 수신함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들 새 기기의 우려스러운 측면도 감지됐다. 스마트워치 애용자들은 그것을 자기 일과의 일부로 삼았다. 우리는 그것을 ‘기기의 환상 효과(phantom device effect)’로 부른다. 그들은 시간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곤 했다.
새 기기가 완전히 삶의 본능적인 일부로 자리 잡아 시계를 차지 않았는 데도 손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부는 실제로 울리지도 않은 상상 속의 이메일 수신음을 듣곤 했다.
‘기기의 환상 효과’는 이들 단말기가 우리의 일상 습관으로 얼마나 깊이 뿌리내릴지 우려를 갖게 한다. 최근 조사에선 일반적인 스마트폰 이용자가 하루 평균 150번 단말기를 들여다봤다.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몇 분 뒤부터 시작되는 행동이다.
이것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일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밤 늦은 시간이나 사교 또는 가족 모임 중에도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과거엔 미국인이 하루 평균 6시간씩 TV를 시청한다고 걱정했다. 요즘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에 단말기를 끼고 지내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스마트 기기를 끼고 잠자리에 들어 우리의 생체 리듬을 조용히 모니터하도록 하는 사람도 많다.
신체 변화를 항상 모니터한다
애플 워치는 대다수 착용형 기기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기록장치다. 설치된 앱에 따라 심장박동수, 수면패턴, 움직임, 행선지 외에도 아주 많은 정보를 기록한다. 이 모든 정보는 포장되고 데이터센터로 전송돼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가 꿈에서나 바랄 수 있던 방대한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착용형 기기는 개인정보를 빨아들일 뿐 아니라 개인 건강에 대한 건강하지 않은 집착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과 웰빙 정보를 끊임없이 쏟아내 사람들이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된다.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나 생성됐을 데이터가 이젠 일반화된다. 사람들이 건강을 의식할 뿐 아니라 자기 몸에 더욱 집착한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보다는 자신의 신체 리듬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주변의 세상사보다는 자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개인적인 생체 데이터에 더 주의를 기울임에 따라 예전엔 두 번 생각하지도 않았을 법한 일을 더 걱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에 정해진 걸음 수를 채우지 못했거나, 취침 중 수면패턴이 나빴던 점이 개인적으로 중대한 죄의식이나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모니터하고 통제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실제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애플의 예상이 정말로 정확해서 수천 만 명이 스마트워치를 구입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에게만 공개할 만한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다반사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스마트워치가 보편화되면 이메일 답장을 보내며 따분함을 달래는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바이오데이터 흐름을 검토하고 자신의 개인적 건강등급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계획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들은 어젯밤 TV 드라마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대신 자기 수면 패턴 차트를 비교하기 시작할 듯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나의 인터넷(internet of me)’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 필자 앤드리 스파이서는 런던 시티대학 캐스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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