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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중국·일본과 비교해 보니 - 저평가된 한국 증시 ‘추가 상승’ 여력

한국 증시, 중국·일본과 비교해 보니 - 저평가된 한국 증시 ‘추가 상승’ 여력

한국 증권시장이 거침이 없다. 연초부터 좋은 흐름을 보이던 코스피·코스닥 지수 모두 4월 들어서 연일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4월 14일 21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4월 17일에는 2143.5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분위기가 더 좋다. 지난해 말 540선에 불과했던 코스닥 지수는 2월 5일 600선을 돌파했고, 4월 17일에는 7년 8개월 만에 700 고지에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서만 25%가량 올랐다.

더 오를까? 전망은 갈린다. 갈 곳을 못 찾던 유동자금과 외국인 매수세가 떠받치는 최근 흐름을 오랜 박스권 탈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지금까지 그랬듯이 일시적일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냉철함을 잃게끔 착시를 만들어낸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장기 박스권 탈출할지 관심
이웃나라와 비교해 보면, 한국 증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3년간 중국과 일본의 증시가 기지개를 활짝 켤 동안 한국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4월 10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 주가)는 10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 오르는 데 그쳤다. 3년 전인 2012년 4월 10일에 1997.08이었으니 그때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4월 10일 닛케이225지수는 무려 15년 만에 장중 2만 선을 돌파할 만큼 회복세가 뚜렷하다. 일본은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유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 대두와 같은 호재를 등에 업고 한국이나 중국보다 더 무섭게 주가가 오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4월 8일 7년 만에 4000선을 돌파한 후 4200을 코앞에 두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2635곳 중 1099곳의 주가가 2007년 최고치를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시가 급등했다지만, 중국이나 일본에는 못 미친다. 연초 대비 코스피 지수가 4월 10일 기준 7.48% 오르는 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22.35%, 닛케이225지수는 14.25% 올랐다.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를 받아든 이후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좀처럼 시원하게 박스권을 뚫지 못했다. 당시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크게 흔들리면서 1700선까지 주저앉았고, 최근 3년 동안도 1800~2000 사이를 오가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기업의 실적과 같은 기초경제여건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박스권 탈출 실패의 요인으로 지적한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많은 코스피 상장사들은 2012년 2분기부터 11분기 연속으로 어닝쇼크(부진한 실적)와 실적의 하향 조정, 다시 어닝 쇼크라는 악순환을 이어갔다”며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어도 예상치에 걸맞은 실적을 내면서 반복적인 어닝 쇼크 악순환을 끊어야 박스권 상단 돌파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 증시에는 투자심리를 북돋을 만한 재료가 없었던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에는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의 교차거래제도인 후강퉁 시행, 일본에는 대규모 양적완화로 경기부양을 노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 등 호재가 있었지만 그사이 한국에는 이렇다 할 재료가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 때문에 박스권 탈출에 번번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나온다. 첫 번째로 낮은 배당성향이다. 기업들이 배당에 유난히 인색한 탓에 외국인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제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한국의 배당성향은 신흥국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매번 투자자들을 울리는 투기적인 공매도다.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는 식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적 공매도는 기관이나 특정 세력 등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고질적 문제점들이 극복돼야 주가가 박스권 탈출에 이어 중국·일본과 같은 강력한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마다 투기적인 공매도 근절을 목표로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잇따랐다. 주가가 박스권 탈출을 눈앞에 둔 지금이야말로 더욱 강력한 근절책을 마련할 때라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6월 일일 주가 제한폭이 지금의 상하 15%에서 30%로 확대될 예정이라 모처럼 조성된 박스권 탈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의 일일 낙폭이 지금보다 커지게 되면 중요한 투자정보를 얻는 데 취약한 개인투자자들로서는 그만큼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가 제한폭 확대로 개인투자자들이 종목별 위험관리 측면에서 큰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 이슈가 강조되면서 직접투자보다는 전문 인력이 운용하는 간접상품 쪽으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증시 전망은 어떨까. 일단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로,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월 1일 기준 10.1배로 비교 대상 46개국(평균 17.6배) 가운데 하위권(39위)이었다. PER이 낮을수록 주가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유가 등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올 1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100에 가까워지면 예전처럼 다시 박스권 하단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었지만 2100선에 안착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개인투자자의 증시참여 확대로 수급이 개선되고,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면 연내 사상 최고치인 2300선까지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로 따지면 저평가
하지만 거래소의 전망은 늘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주가가 충분히 올랐기 때문에 조만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5월에는 유동성에 힘입은 오버 슈팅으로 코스피 지수가 22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오래가는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이 일시적인 폭등에 불과하며, 5월 중순 이후로는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거나 순매도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로서는 국내 증시의 급등세를 일종의 이상 현상으로 보고, 신중한 태도로 개별 종목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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