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인류학자들은 예술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행동이라고 여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미학적 감상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대 예술가는 자신이 만드는 작품의 상품 가치와 예술가로 성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부가적 이익을 아주 잘 안다. 명성과 다른 사람(이성이나 동성)을 매혹시키는 능력 등이다. 예술작품이 미학적 감상만을 위해 존재했던 적은 없는 듯하다.
예술에 대한 인류학적 정의는 동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결과로 보인다. 예컨대 수컷 극락조는 매우 아름답지만 예술작품은 아니다. 또 새의 노랫소리는 종종 음악으로 묘사되고 일부 동물의 구애 동작은 춤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예술로 볼 수 있을까?
대다수 새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 좋은 소리를 내지만 그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다. 백지 상태에서 그런 능력을 키우지는 못한다. 동물의 춤이나 집짓기 기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복잡하게 디자인된 베짜기새(weaver)의 둥지는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사전 입력된(pre-programmed) 디자인일 뿐이다. 또한 디자인은 예술적 감상을 위한 게 아니라 알을 품기 위한 것이다.
인간이 이런 현상을 묘사할 때 동물의 예술적 특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론 그보다 훨씬 더 단순한 현상이다. 내 감미로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내 환경의 결과일 뿐 예술작품은 아니다.

금조는 여느 새들과 달리 아비 새에게 노래를 배우지 않는다. 서식지 내에 사는 여러 새들의 노래를 습득한 다음 쭉 이어서 부른다. 마치 DJ가 오래된 레코드 여기저기서 음악을 한 소절씩 틀어 새로운 곡으로 재합성하듯이 말이다.
수컷 금조의 노래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금조를 가두어 기르면 인간의 행동으로 발생하는 소리도 흉내 낸다고 알려졌다.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나 벌목꾼이 틀어놓는 인간의 음악 등이다. 이 새는 다른 대상(동종의 암컷)에게 들려주려고 후천적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여러 연구에서 새의 노래는 선천적이든 아니든 인간의 음계를 따르지 않아 음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난 이 주장이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음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 소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누군가에겐 음악이 될 수도 있다.
수컷 바우어새(bowerbird)는 암컷을 끌기 위해 나뭇가지로 둥지를 지어 멋지게 장식한다. 암컷이 이 예술작품을 살펴보며 지나갈 때면 수컷은 그 앞에 서서 자신의 솜씨를 뽐낸다.
수컷 바우어새는 네덜란드 미술가 MC 에셔처럼 착시 현상을 이용한다. 바우어새는 둥지 앞에 물건들을 물어다 쌓아놓는다. 가장 큰 물건을 먼 곳에 놓아 원근법을 왜곡함으로써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만든다. 암컷이 수컷의 예술적 재능에 감동 받으면 그 수컷과 짝짓는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수컷은 우수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서 새끼가 그것을 물려받는다는 이론이다. 일단 짝짓고 나면 암컷은 수컷을 떠나서 스스로 둥지를 만들어 홀로 새끼를 키운다.
애완 고양이나 동물원 침팬지 등 사육 동물 중에 인간으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받는 동물이 있다. 그들은 잭슨 폴록의 그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런 행동이 아니라 유도된 행동이다. 거기에 예술적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수화하는 침팬지로 유명한 워쇼는 가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설명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바우어새와 금조는 인간의 정의에 부합하는 예술을 창조하는 동물 중 두 사례에 불과하다. 내 생각에 동물의 왕국에는 이외에도 많은 예술가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과 예술적인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중요한 건 그것이 미학적 감상의 대상이 되느냐다. 빙하가 빚어낸 아름다운 산이든 바우어새가 만든 조각이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이든 말이다. 내 경우엔 이 세 가지 모두가 미학적 감상의 대상이며 뭔가에 경외심을 느낄 때와 똑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 필자 로버트 존 영은 영국 샐포드대학의 야생생물보존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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