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전문기자의 ‘Car Talk’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의 진화] 느림보 프리우스서 페라리 스포츠카까지
[김태진 전문기자의 ‘Car Talk’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의 진화] 느림보 프리우스서 페라리 스포츠카까지


하이브리드카는 요즘 전기차와 더불어 세계 주요 모터쇼의 핫 이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자동차 업체는 생존을 위해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하이브리드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수입차에서 먼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면서 요즘은 국산 메이커까지 가세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보인다.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이 추가됐고 주요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신차를 속속 내놓아서다.
100마력으로 시작해 1000마력 수퍼카까지

최초의 하이브리드는 19세기 말에 태동했다. 1898년 페르디난드 포르셰 박사가 전기차 P1을 만들었다. 엔진 대신 5마력짜리 전기모터를 달았다. 최고 시속 34km에 주행거리가 79km나 됐다. 이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전기차 경주에서 2등을 18분 차이로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900년 P1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인 로너 포르셰가 나왔다. 가솔린을 연료로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두 개의 전기모터가 동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차는 가솔린 시장에 밀려 양산하지 못하고 발명품에 머물렀다. 이후 간간이 하이브리드 개발이 이뤄졌지만 양산까지 가지 못했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는 1997년 나온 도요타 프리우스다. 여기서 양산의 의미는 정부나 일부 기관의 시험용이 아닌 일반인 구매가 가능한 차를 의미한다. 58마력짜리 1.5L 가솔린 엔진에 40마력 전기모터가 조합을 이뤘다. 연비는 일본기준으로 동급 모델의 두 배인 28km/L를 기록했다. 1세대는 6년 동안 12만 대가 팔렸다. 하이브리드가 겨우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경우다. 2세대 프리우스는 연비가 35.5km/L로 상승했다. 2009년 나온 3세대는 엔진 배기량이 1.8L로 커졌지만 연비는 배터리와 모터 기술의 발전으로 38km/L로 향상됐다. 프리우스는 2세대부터 대박이 나 올해 누적 판매대수 40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가을 7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러자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도 하이브리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카가 시험 단계에서 양산차로 대중화하면서 다양한 모델로 가지치기를 한다. 초창기 하이브리드는 효율성과 친환경성에 주력했다. 가능한 높은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초점이다. 지금은 자동차의 본질인 고성능을 보강하는 데 주로 쓰인다. 렉서스는 도요타와 차별화를 위해 하이브리드에 ‘고성능+고급’ 이미지를 가미했다. 가장 비싼 게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기함인 LS600h는 5.0L V8 엔진에 전기모터를 보강해 출력이 무려 445마력이나 된다. 강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연비는 11.5km/L다. 통상 이런 대형 세단은 연비가 한 자릿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연비 이외에 성능향상에 하이브리드를 도입했다. 고성능 이미지의 브랜드 성격을 살리면서 대중 하이브리드카와 차별화한 전략이다. 포르셰 카이엔S 하이브리드는 3.0L 슈퍼차저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380마력의 출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242km/h이고, 0→100km/h를 6.5초 만에 주파한다.
하이브리드카는 영역을 수퍼카까지 넓힌다. 믿을 수 없는 극강의 고성능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페라리는 자사의 최고 모델 ‘라페라리’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었다. 6.3L V12 엔진의 출력은 800마력, 토크는 71.4kg·m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데 여기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더했다. 종합 출력은 963마력, 토크는 91.8kg·m까지 치솟았다. 0→100km/h 3초 이하, 최고시속 350km를 넘긴다. 이 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시트와 엔진 사이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을 낮췄다. 모터는 변속기 뒤에 연결했다. 하이브리드 덕분에 오염물질 배출은 확 줄었다. 이전 모델인 엔초 페라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45g/km였지만, 라페라리는 330g/km에 불과했다.
수퍼카 넘어 모터 스포츠까지 영역 확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 대통령, 최종 진술에서 “직무 복귀하면 개헌 추진”
2 윤 대통령 최후진술…"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
3'내수용' 임시공휴일, 일본에 퍼준 격…1월 국내여행 '털썩'
4소방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사고로 4명 사망"
5NHN,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 ‘다키스트 데이즈’ 글로벌 테스트 시작
6‘알파고 이긴’ 이세돌 “AI와 경쟁 아닌 공존해야…개성과 강점 키워라”
7"밀키스 맛에 반했다"...롯데칠성, 중동 음료 시장 공략 드라이브
8신영증권, 창립69주년 기념식 개최
9지난해 불법 유통된 콘텐츠 살펴보니..게임 소프트웨어가 38%로 가장 많아